▲ 울산 동구의회 의원들이 27일 오전 울산시 동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의 해양사업부 가동 중단에 따른 희망퇴직 신청 접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동구청 제공) ©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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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해양사업부 근로자에 대해 희망퇴직과 무급휴업 조치를 강행하자 지역 정치권이 최대주주를 압박하고 나섰다. 울산시 동구의회가 27일 동구청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질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몽준 이사장은 더 이상 뒤에 숨어서 조정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구조조정 문제를)해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동구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역에서 5선 국회의원을 연임했으며 지금까지도 현대중공업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몽준 이사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본인이 한 때 몸담았던 기업과 지역사회가 이 지경이 됐으면 책임감을 가지고 당장이라도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게 도리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일말의 윤리의식과 양심을 가지고 있다면 지역사회와 대화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문제를 두고 지역 정치권이 정몽준 이사장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주로 현대중공업 경영진을 향해 완급조절과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는 형태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 이사장을 정 조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지역 정치권이 새로운 해결방식을 택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즉 현대중공업 근로자 해고사태를 단순히 기업적 측면에서만 다루는 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차원에서 접근하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대기업의 가족경영이 각종 횡포와 `갑질`을 자행하자 이에 대해 정부가 우회적으로 제제를 가하는 상황도 염두에 뒀을 것이란 이야기다. 다시 말해 해고자 문제를 정치 이슈화하고 정부가 정 이사장을 압박하도록 하는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유준 의원이 "정 이사장에 직접 면담을 요청할 것이며 수용되지 않을 경우 집 앞에서 농성 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런 개연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독단적 자세가 결국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동안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은 현대중공업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현대중공업과 최대 주주는 이에 대해 별 무반응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 결과 `변죽만 울릴게 아니라` 핵심을 찔러야 한다는 논리가 형성됐고 결국 정 이사장을 겨냥하게 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일예로 지역 정치권과 울산시,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 동구지역 소상공인들은 현대중공업의 정부 공공선박 발주참여 제한을 유예하기 위해 관련 정부부처와 국회를 방문하는 등 조선 실직자 문제를 해결에 적극 나섰다. 현대중공업이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에 거액의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2019년 말까지 정부의 5조 5천억 공공선박 발주에 참여치 못하자 조선경기가 풀릴 때 까지 이를 유보해 `실직자 양산부터 막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사법적 판단으로 결정된 일이기 때문에 유예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27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해양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조기정년 신청을 받는다. 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은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1번씩 있었고 올해 4월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앞서 세 번의 희망퇴직에서 총 4천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희망퇴직과 함께 무급 휴업도 진행된다. 현대중공업은 해양공장 근로자 2천 600명 중 1천 220명을 대상으로 한 `기준 미달 휴업수당 지급 승인 신청`을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제출했다.
오는 10월부터 9개월간 휴업을 하면서 연차 수당이나 휴가비 등을 뺀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휴업 중인 근로자에게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회사 경영 상태가 어려워 노동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이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 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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