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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보기관 다 뚫렸다
자유일보
김용식
최근 언론을 통해 한국 정보기관들이 보이는 모습이 황당하다. 지난 29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 전체 회의를 통해, 수미 테리가 기소된 건에 대해 ‘기소된 이후에야 미국 측에서 연락,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했다.
‘수미 테리 사건’은 전 미 중앙정보국(CIA) 대북 정보 분석관을 지낸 수미 테리가 2013년부터 한국 정부를 위해 미국의 비공개 회의 내용을 전달하거나 미국의 전·현직 당국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그녀는 이러한 활동의 대가로 명품 가방과 의류, 약 3만7000달러(약 5111만 원)에 달하는 거액의 연구비도 받았다고 한다.
미 연방 검찰은 이 사건에 외교부 관계자들을 비롯해 복수의 국정원 소속 ‘화이트 요원’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염돈재 전 국정원 1차장(해외 담당)은 언론 매체를 통해 국정원이 정보 수집 등을 위해 무리하게 로비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하며, "국정원이 큰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놀라운 사건도 있었다.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2, 3급 기밀을 조선족에게 유출한 사건이다. 이 군무원은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 요원’의 본명과 활동 국가 등의 세부 정보나 현황 등 중요한 정보를 파일 형태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밀을 넘겨받은 조선족이 북한의 대남공작 조직인 정찰총국 정보원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사건이 알려진 직후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일부 블랙 요원들이 급하게 귀국했다고 한다. 군 고위직들도 전체 열람이 불가할 정도로 기밀인 블랙 요원 리스트가 유출될 경우, 적성국의 위해 또는 주재국에서의 집중 감시가 시작되어 수십 년간 쌓아놓은 해외 정보망이 치명타를 입는 게 불가피하다.
해당 군무원은 노트북이 해킹당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안규정을 떠나 개인 노트북에 민감한 국가 기밀을 저장하는 건 이등병도 하지 않을 행동이다. 군 간부 출신으로 전역했다가 군무원으로 재취업까지 한 그가 실수로 파일을 저장하고, 실수로 파일을 전송했다는 것을 누가 납득하겠나.
국가의 존망과 작전의 성패는 모두 작은 정보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제시대인 1919년 상해임시정부 관련 사진들이 밀정에 의해 유출, 당시 독립운동가들 신상까지 전부 일본으로 넘어갔다. 이런 사실은 100년이 지난 2019년에야 TV 방송을 통해 밝혀졌다.
역사 속 배신자에게는 그 죄를 물거나 책임지게 할 방법도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국민의 안전과 신뢰를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인만큼 정부의 철저한 조사와 강한 처벌, 대책을 통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대한민국을 위해 어디서든 목숨을 내놓고 활동하는 요원들의 안전 역시 끝까지 보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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