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MBC배 결승전 그때 2학년 박정환 등이 주축이 되어 한 해 후배 23학번 루키들을 이끌고 연대를 이겼습니다.
고대 입장에서 볼 때 그 경기를 패한다 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선수 구성에서 공백이 큰 결승전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단순 승리를 넘어 내용면에서도 압도한 경기로 기억합니다.
양교의 경기 중 쇼킹했던 게임 중 하나를 지금도 그 경기로 저는 꼽습니다.
금년도 정기전을 보면서 그때와 살짝 닮은꼴 같았습니다.
물론 금년도엔 그때보단 고대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았지만 졸업반으로 함께 뛰어야 할 23학번 동기들이 모두 떠난 상황에서 졸업반 이동근이 홀로 후배들을 이끌고 정기전 승리를 하였습니다.
게임 스코어를 보듯 단순 승리가 아니라 정기전에서 보기 드물게 가비지 타임까지 연출하였습니다.
아마도 연대 팬들 쪽에서는 정기전이 시작되기 전 승리를 기대했던 분들이 많았을 거 같습니다.
단순 팬심을 떠나서 주변 여건들이 연대 팬들에게 그런 기대감을 주었을 겁니다.
연대는 이채형이 복귀하여 뛸 수 있는 구성원이 완전체로 접어든 반면 고대는 유민수의 공백과 석준휘, 양종윤의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었던 거 같았는데 뭔가 분위기상 금년초와는 달리 정기전이 가까워질수록 연대는 전력이 더해지는 느낌이라면 고대는 공백 쪽의 그런 기류를 살짝 느꼈습니다.
더 나아가 최근 대학리그 경기에서 연대는 연승의 흐름인 반면 고대는 동국대에 또다시 패하는 등 흐름도 연대 쪽에서 볼 때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중계 화면을 켰을 때 고대가 10대 16으로 뒤진 채 2쿼터 작탐 중이었습니다.
전술한 내용처럼 전반적인 연대의 오름세 분위기가 정기전 당일 특수성과 맞물려 리드로 이어진 게 아닌가 그런 상상을 했었는데 작탐 후 거짓말처럼 양종윤의 득점을 시작으로 고대가 동점과 역전 스코어를 찍고 더 멀리 달아날 동안 연대는 16득점 그 자리에 한동안 머문 거 같았습니다.
바로 이 부분을 정기전 승패 분수령으로 저는 꼽았습니다.
그 이후 10여점 이내 리드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연속 3점포 성공과 수비 성공으로 추격권을 멀찍이 벗어나게 되었는데 사실상 그때 게임 승패는 결정된 거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점수 차이를 볼 때 4쿼터는 시작점부터 가비지 쿼터라고 봐야 하는데 연대가 남은 시간 7분 이내로 접어들 때까지 전혀 점수를 좁히지 못하는 걸 보면서 승패의 이변은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금번 정기전의 변수를 저는 고대가 아닌 연대 쪽에서 찾았습니다.
이채형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양 팀 모두에게 가장 큰 변수로 꼽았습니다.
김승우와 이주영이 예상되는 선수라면 이채형은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전력의 변수로 보았는데 결과적으로 세 선수 모두 존재감이 지워질 만큼 동반 부진했던 경기였습니다.
연대 팬들 입장에선 누구보다 이채형의 부진이 더 아쉬웠을 거 같습니다.
고대의 팀플과 수비 조직력보단 개인플레이 공격적 성향이 강한 연대에게 안과 밖의 조화와 팀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카드로 이채형을 꼽았는데 일찍 찾아온 파울트러블이 겹치면서 전년도보다 못한 채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금년 정기전 같았습니다.
고대 쪽을 보면 양종윤의 리딩 역할을 분담해 줄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이동근과 석준휘의 조력도 좋지만 그보단 좀 더 확실한 주리딩 자원이 함께 코트 지휘를 분담할 때 팀 전력이 안정되고 상승할 거 같았습니다.
27학번 신입생이 누가 될지는 끝까지 가 봐야 알겠지만 여기저기에 들리는 썰대로 진행된다면 제가 얘기하는 그 퍼즐은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부분이 채워진다면 27년엔 앞선의 양종윤과 석준휘 모두에게 윈이 되어 팀 득점 상승으로 이어질 거 같습니다.
정기전과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과 강심장의 그런 팀 조율자가 합류하길 기대해 봅니다.
연대가 내세우는 슛터들의 외곽포 적중률이 낮았던 건 선수들 컨디션보다는 고대의 효율적인 수비 조직력과 관련이 있었을 겁니다.
특정 선수를 불문하고 전반적인 연대의 외곽포 저조는 쉽게 슛 찬스를 허용하지 않았던 고대의 팀 수비력의 힘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은 게 이동근의 블록샷을 보듯 안쪽에서도 호락호락 쉽게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공격이 변수라면 상대적으로 수비는 상수에 가깝습니다.
고대가 득점 메이드를 못하더라도 수비가 받쳐주었기에 연대가 쉽게 추격할 수 없었을 겁니다.
혹자들은 연대의 공격이 단조로운 외곽포 일변도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보였던 건 결국 고대의 안과 밖의 원활한 팀 수비력 때문이었을 겁니다.
제 눈에도 연대가 시간에 쫓겨 던지거나 딥쓰리처럼 확률 낮은 먼 거리의 슛들이 보였습니다.
위진석의 연대 높이가 기억납니다.
그리고 이도윤의 고대 높이도 떠오릅니다.
빅맨이 건강하게 볼의 흐름에 맞게 코트를 오갈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팀에 한몫을 할 수가 있습니다.
건강한 이도윤이라면 대학 무대의 경쟁력이 여전히 높다고 봅니다.
높이와 힘을 지닌 이도윤 선수가 더 빠르고 날렵한 몸으로 금년 플옵을 찍고 내년 졸업 시즌을 채우길 미리 응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이상 부상을 당해선 안 되겠죠.
잠깐 뛰는 정기전이 아니라 내년엔 풀로 고대의 림을 지켰으면 합니다.
마지막 정기전을 승리로 이끈 이동근과 심주언 선수에게 더 큰 박수와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22년 여름철 그해 제가 23학번 탑으로 꼽은 선수가 이동근이었는데 4년 내내 그 기대감을 한시라도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심주언은 슛터가 절실한 고대에게 자기 몫 그 이상의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슛만 던지는 선수가 아니라 악착같은 수비 근성을 함께 지닌 선수기에 프로에 가서도 알토란같이 자기 역할을 잘 할 겁니다.
두 선수 모두 마지막 플옵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길 응원합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학부모, 안암골 팬들 모두 모두 정기전 승리 축하드립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고려대 농구부 서포터즈 안암골호랑이들
첫댓글 너무 멋진 평입니다. 고대 사랑하고 우리 후배 선수들도 너무나 사랑합니다
항상 애정어리고 심층적인 분석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관전평 또는 후기가 아주 훌륭합니다. 정확한 분석과 명확한 조언이 빛납니다.
잘읽었습니다
유민수가 없어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봤는데요 점수차가 많이나서 놀라긴 했습니다.
저도 같은 예상을 했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물이오는 이주영! 악착같은 수비와 개인기와 3점슛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이채형의 복귀로 Scorer로 전념할 때 파괴력과 이채형의 리딩 및 슛떔에 불안해 했는데 호불호 님의 평가대로 모두 부진하고 존재감이 없었어요. 아니 우리 고대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절실함이 더 컸고, 거기에 물흐르듯이 빈틈없는 협력수비로 초반 이해솔에게 준 오픈 찬스 빼고는 오픈 슛찬스를 거의 준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나의 짧은 느낌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풀어준 호불호님 감사하고 글 잘 읽었습니다.
26년 고연대농구 정기전은 최근 경기들중 정말 짜임새있는 철저한 수비 협력으로
고대가 승리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기처럼했더라면 과거 전승으로 우승하였던
겅기력으로 평가합니다. 코취진과 선수들 앞으로 더욱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호불호님 오랜만에 글 올려주셔서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자주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 일 정기전 직관하고 바로 다음날 - 록키산맥에 다녀오느라 이제사 호불호 님의 평을 보았습니다. 언제나 애정어린 글로 우리 어린 후배들을 감싸안아주시는 님의 필력에 감사할 뿐입니다. 실제 이번 정기전 농구 - 마음을 비웠었는데---- (이유는 연대의 완전체 + 불타는 집념) 역시 우리 선수들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더군요. 4 쿼터 ---- 4 학년 이동근 선수와 신입생 4 명이 마무리 ----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