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책에 기록되는 우리
저를 사제 성소로 이끌었던 가톨릭 교회의 매력은 ‘가난’이었습니다. 홀로 지내며 재산 증식의 유 혹에서 멀어 보이는 사제와 수도자들의 모습, 각 본당에서 십일조를 강요하지 않는 모습, 가난한 이들을 위해 모금하고 기부에 앞장서는 가톨릭 교회 의 모습은 제가 성경에서 읽었던 그리스도의 복음 말씀을 실천하는 모습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대적 아픔을 가진 ‘마음이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던 모습들, 예를 들면 민주화 운동에 앞 장섰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차별받고 정치적으로 낙인찍혔던 이들, 재난과 불의의 사고 희생자들의 가족들, 노동자들, 사회적 약자들 등 마음속에 ‘슬 픔’밖에 안 남은 이들과 함께했던 모습은 여전히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퍼뜨렸다 고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제5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는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 다.”(마르 14,7)는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이어 ‘차별’, ‘공감’, ‘함께함’ 그리고 ‘회개’라는 무게 있는 단어 들로서 우리들을 ‘가난한 이들’에게 시선을 돌리라 고 초대합니다.
전례력으로 마지막 주로 향하는 우리에게 독서 와 복음은 ‘마지막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1독서 에서 다니엘 예언자는 “재앙의 때”에 책에 쓰인 이 들의 ‘영원한 구원’과 어떤 이들의 “영원한 치욕”을 예언합니다.(다니 12,1-2 참조) 그 책은 어떤 책일까 요? 하늘에 보화를 쌓은 이들의 이름이 적힌 책일 것입니다.
복음에서는 ‘환난의 때’에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심을 이야기하며 “하늘과 땅이 사라질지라도 주 님의 말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마르 13,31)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무화과나무의 비유 를 보고 깨달으라고 하십니다.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고 농부는 열매를 기다립니다. 수확의 날이 가까워져 왔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그리스도의 지체인 여러분, 열매를 보고 그 나무를 알 수 있습니다. 그 나무 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속한 ‘참 나무’인지 악령에 속한 ‘거짓 나무’인지 우리는 열매를 통해 식별할 수 있는 것이지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 절, 선행, 성실, 온유 그리고 절제의 아홉 가지 열매를 통해 하느님께서도 마지막 날에 하느님의 책 에 이름이 적힐지 그렇지 않을지 식별하실 것입니 다.
이 모든 열매를 맺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가난한 이’를 위한 실천입니다. ‘가난한 이’를 ‘사랑’ 하면 우리 얼굴에 ‘기쁨’이, 마음에 ‘평화’가 남습니 다. ‘가난한 이’를 위해 ‘인내’하며 ‘친절’함을 가지고 ‘선행’에까지 ‘성실’히 임한다면 그 ‘온유’한 마음의 기억으로 매 순간 ‘절제’하는 스스로를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책’에 기록되어 “별처럼 영원 무궁히 빛날”(다니 12,3)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현우 바오로 신부 교구 사회사목국 이주·해양사목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