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게
영어로는 말굽을 닮았다고 해서 'Horseshoe crab' (말굽 게) 로 불린다.
'게' 과 일거 같지만, 생물학적으로 게나 새우 같은 갑각류와 꽤나 거리가 있고 거미와 전갈에 훨씬 더 가까운 절지동물이다.
삼엽충의 후손일 거 같지만, 삼엽충과도 상당히 떨어져 있다.
투구게 자체도 삼엽충과 동시대에 살기도 한 4억 5천만년에 걸쳐 생존해 온 살아있는 화석이다.
곁눈과 홑눈이 존재한다.
새끼 투구게를 보면 눈의 위치가 선명하게 보인다.
서식지를 보자면, 동남아 일대, 그리고 미국 동부해안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잡힌 적이 있다.
'게' 와 같은 갑각류가 아니라 다리와 살 부위에서 게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
맛도 없고 먹지도 않는다.
단지 동남아 일대에서 산란기때 알을 쌀, 면, 야채와 함께 요리를 해서 먹는데,
냄새가 고약하다.
말레이시아에서 실제 먹어봤는데 필자를 비롯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맛있다는 사람 한명도 못봤다.
몰속에서나 물밖에서나 빠르게 못 움직인다.
유영 할때는 묘하게도 배형을 선호한다.
가끔 사진 속에 뒤집어진 투구게를 보고 다시 뒤집어 주고 싶은 마음이 발동하겠지만,
위협을 느끼지 않는한 물속 물밖에서 뒤집기를 잘한다.
얉은 물이나 물밖에선 위험을 느끼면 모래에 파고드는 습성이 있는데, 딴엔 파고 들었지만 다 보인다.
물론 천적들은 투구쪽이 딱딱해서 아래쪽의 다리와 배를 노릴것이고, 모래로 어느 정도만 파고들면 아래쪽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취하는 행동이다.
사실 별다른 천적도 없지만, 그나마 장어류가 있다.
장어는 투구 아래를 노리고 파고 들어 살을 파먹는다.
앞서 기술했다시피 인간의 입맛에는 별로이기 때문에, 동남아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식용으로 이용하지 않고, 천적도 별로 없어 신대륙 발견 당시 미동부 해안가에는 투구게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고 한다.
유럽인들의 신대륙 정착 초기, 아메리카 인디오들은 서양인들에게 투구게를 이용하는 법을 대해 알려주었다.
아메리카 인디오들은 투구게를 가끔 먹기도 하였지만, 먹기보단 쪄서 빻은 후 비료로 뿌리거나 가축의 사료로 이용하고 있었다. (인디오들도 맛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투구게의 투구와 꼬리는 연마해서 공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 첫번째 수난 -
1800년대에 이르러 미국 농부들은 투구게를 비료로 적극 이용하였다.
해안가에 간단하게 어망만 설치해도 투구게는 손쉽게 잡을 수 있었기에 엄청난 양의 투구게들이 비료 공장으로 직행했다.
비료 공장에선 투구게의 투구를 벗겨내고 찐 다음 갈아서 비료로 만들었다. 그 옛날 인디오들이 가르쳐 준대로였다.
그렇게 씨가 마를 정도의 투구게 남획이 끝난 건 1900년 초 화학비료가 개발되면서부터였다.
당시는 멸종위기 동물보호니 이런 개념이 없었기에 닥치는대로 잡아 거의 멸종 직전까지 갔으나 가성비 좋고, 깔끔한 화학비료가 등장하는 바람에 투구게는 구사일생 할 수 있었다.
비료로써의 가치가 없어지자 식용으로도 기타 그 어떤 것으로도 이용가치가 없는 투구게는 그 후 오랜기간에 거쳐 다시 개체수 회복을 할수 있었다. 1960-70년대에 이르러선 다시금 미국 동부 해안가에서 투구게를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되었다.
- 두번째 수난-
하지만 1980년대에 식재료로 대서양 고둥(conch)이 인기를 끌면서 투구게의 수난은 다시 시작된다.
샐러드로 기타 요리로 식감과 맛을 자랑하는 대서양고둥의 어획량은 급증하였고, 이를 잡기 위한 어획법은 통발이나 트랩망 속에 절반으로 자른 투구게를 미끼로 넣어두면 그 특유의 향에 끌려 몰려드는 고둥을 잡는 식이었다.
게다가 이 통발에는 투구게의 천적이자 일본인들이 환장하는 뱀장어도 잡혀, 꽤나 짭짭할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또 투구게는 미끼용으로 엄청나게 남획되어 썰려 나갔고 개체수는 급감하였다.
하지만 이때는 그 옛날 비료때와는 달랐다.
투구게의 개체수가 급감하자 동부 해안가 여러 주(州) 에서는 투구게 보호령을 선포하였고, 투구게를 미끼로 사용하는 어획 방식도 금지하였다. 그럼에도 밀렵이 성행하였지만, 점점 더 규제와 처벌이 강해지자 투구게의 개체수도 다시 회복세로 접어들수 있었다.
- 세번째 수난 -
한편 1970년대 혈액 권위자였던 존스홉킨스 대학의 프레데릭 뱅 박사는 투구게를 혈액에서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절지 동물은 항체가 없기 때문에 응고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데, 투구게는 절지 동물임에도 외부 세균에 노출 시켰을때 응고 반응이 민감하게 일어났다.
그래서 어쩌라고??? 가 아니라
투구게는 외부 세균에 노출 되었을때, 혈액이 응고하는 방식으로 외부 세균의 확산을 막는 식의 면역기작을 가지고 있고, 투구게의 피를 이용하면 실험실에서 수술실에서 그리고 생물 연구 분야에서 외부 세균의 감염 여부를 민감하게 파악하는 시료가 될수 있었다.
특히 그 민감도는 가히 놀라울 정도인데.....
감도가 얼마나 좋으냐면 수영장 물에 세균 배양액 한 숟가락만 넣어도 반응을 할 정도의 농도에 대한 민감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투구게 혈액 속에 응고를 담당하는 물질은 LAL(Limulus Amebocyte Lysate) 단백질이고, 이를 이용한 세균의 세포벽 물질인 '내독소'를 감지하는 진단 키트는 생물 분야는 물론 우주 연구분야에 널리 쓰이게 되었다.
실험실 환경, 실험기구, 시료, 의약품, 백신 기타 등 모든 생물 분야에서 작업, 도구, 공정, 제품에 있어 내가 원치 않은 병원체가 침입하거나 오염이 되었나를 감지하는데 LAL 만한게 현재까진 없다.
우주에서 처음 접하는 모르는 환경에 조우했을때 투구게의 피가 가장 먼저 그것과 접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투구게의 피가 없다면 당장 백신이나 기타 약물의 세균 감염 여부를 알 수 없고, 병원과 수술실, 연구 실험 모든것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셈이다
물론 생화학적으로 LAL 를 합성하려 했으나 워낙 정교하고 복잡하여 이마저 쉽지 않아 아직도 투구게의 피에 의존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투구게는 대부분의 척추동물이 철을 매개로 한 산소 운반체인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있는것에 반면,, 구리를 매개로한 헤모시아닌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붉은색이 아닌 청색의 혈액을 띈다.
투구게의 피는 1.5 L 당 한화 2천 7백만원 정도 선에 거래 된다.
살아 있는 투구게의 피는 30% 만 채혈 한 후 자연에 돌려 보내지지만, 피를 뽑인 개체는 당년에는 생식하기 힘들고,
피를 뽑힌 개체 중 1/3 이 폐사한다고 한다.
채혈하는 쪽은 30%만 뽑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하고, 환경 단체에서는 20-30% 가까이 폐사하고, 실제는 그 이상일거라고 하며 맞서는 형국이다.
특이한 면역 능력으로 인해 수억년을 버티고 생존 해 왔지만, 그 능력이 투구게에게 엄청난 수난을 가져다 준 셈이 되었다.
이번 코로나때 많은 생물학적 연구가 있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투구게가 피를 뽑히는 수난을 당했으며 개체수도 급감하기 시작했다.
근데 대처 할만한게 현재로선 없다 ㅜㅜ.
대처할 만한 새로운 병원체 진단 물질이 연구되고 있고, 꽤 성과가 있지만 승인과 상용화가 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또한 투구게 양식을 시작하고 있으나 이것도 걸음마 단계이다.
이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잠시나마 투구게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졌으면 하는 조그마한 바람이 있다.
작성자
이종격투기 카페
니코로드리겠음
첫댓글 30퍼나 피를 뽑는데 생존할 수 있는 생물이 있을 수 있나? 그냥 돈 벌려고 뻥치는거 같은데. 개체수가 급감 한다잖아
양식이라도 해가지고 써라
자연개체수 줄이지말고 ㅜㅜ
너무 슬프다ㅠㅠ
피 1/3 뽑는다하는데 저 페트병하나가 그 용량이 맞나?
양식은 힘든가?
마지막 너무 소름이네
고맙고.. 20%만 뽑고... 양식이나 얼른 잘 됐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