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엔 바람도 한 점 없이 눈이 곱게도 내렸다.
마당의 큰 소나무에는 눈이 소복히 앉아 가지는 늘어지고
하얀 설경만이 끝없이 펼쳐지는 산과 산...
그 속에 푸른 소나무있어 흰 눈 속에서 더더욱 푸르르고
순백의 눈이 앉은 마당에 발자욱을 내기가 아까워 두었더니
이웃의 중국인이 넉가래를 들고 온다.
내 말에 영문몰라 하는 그는 행여 내가 힘들어 할까 하는 얼굴로
말리는 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넉가래로 길을 뚫는데
그저 그의 마음씀이 고맙기에 그대로 두었더니 사방의 길을 터놓고는
저녁식사를 준비할테니 해거름에 오라 하고는 내려간다.
오후들어 바람이 이니 소나무에 쌓였던 눈이 날리기 시작한다.
잔잔한 바람에는 싸락같은 눈가루가 날리고
가지를 흔드는 바람에는 목련이 떨어지듯 송이되어 흩날리며
간간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눈사태는 평생 몇 번 볼까하는 장관을 연출하니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마음을 일러 그저 평화 그 자체라...
적적할세라 진도의 친구가 보내준 강아지 두 마리는 이제 일 년이 지나 다 컸는데
머리에 쏟아지는 눈세례에 눈만 둥그렇게 뜨고 하늘을 바라본다.
오래 전의 나그네는 이 정경을 보고자 백담 진부 용평이라 설악이라 많이도 다녔지만
이제 내 집의 창가에 앉아 꿈에도 그리던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기나긴 방랑의 끝은 정녕 나래를 접었음이라...
섣달그믐의 밤은 중국인들도 손꼽아 기다리는 날로서
자정을 기다려 차려내는 상차림은 우리와 음식의 종류는 다르나 풍성하기는 일반이다.
중국에서는 이 시간을 기다려 폭죽소리 요란하다 하는데
조용한 산골에서 그리 할 수 없다 하여 폭죽은 준비 아니 했고
등이란 등은 모두 불을 밝혀 환한 방 안에서 중국인부부가 정성스레 빚은 만두는
갓 삶아내어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그 네들의 풍습으로 동전 하나 만두에 넣어 이를 씹는 이는 그 해의 운이 좋아
돈을 많이 번다 하니
행여 나에게 올까 하였으나 남자가 입에서 꺼내고는 환호작약한다.
인터넷에서 미리 찾아 연습한 중국어 두어 단어로 새해의 복을 빌어주니
감개무량한 듯 눈시울을 붉히고
지난 해 형님있어 행복했노라고 그 네들은 말하니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정선에서의 섣달그믐밤은 등려군이 부르는 야래향 감미로운 선율과 함께 깊어가고
내일의 설날아침은 떡국을 끓일테니 내 집으로 오라 하고 작별한다.
정선에서 맞는 두 번째의 설날이다.
그리던 정선에 안주하여 살아가는 세월이 길어지니
어느 새 정선과 사랑에 빠지는 나를 볼 수 있다.
여느 산골처럼 화려해서도 아니요 어느 누가 살뜰히 그리워서도 아닌
아라리가 맴도는 이 산골이 고요해 그저 좋을 뿐이다.
그리하여 정선을 찾는 이가 있다면 들려주고 싶은 시 하나 있음이니...
그 대 정선에 오거든...
그 대 정선에 오거든
마음은 비워비워 가벼이 하고 오소.
사람들은 그럽디다.
정선은 황량하다고...
마음을 비우지 않으니 그렇소.
그 대 정선에 오거든
무거운 삶의 보따리도 비워비워 가벼이 하고 오소.
옛사람은 그랬오.
별유천지가 여기노라...
보따리가 무거우면 이를 모른다오.
그 대 정선에 오거든
홀로 와도 좋소.
누가 그럽디다.
홀로 있지 못 해 세상 모든 불행이 생긴다고...
어차피 갈 때는 혼자라오.
- 정선나그네 씀
첫댓글 새해아침..그대 정선에 오거든..시 한편에 마음 비우고 정갈한 마음으로 세배 갈 채비를 합니다^^
네, 세배 잘 하시고 좋은 명절 보내세요~
나그네님 안녕요? 좋은곳에 살고 계시네요 좋은시한편과 님에 고운마음 담아갑니다 ^^*
지도 정선 에 자주 들리곤 해요 옥산장 이란 민박과 함게 돌이야기도 구경하고 식사도 시골 맛그대로 정갈하게 좋은곳
자주들리지요 그리고 네일바이크 잼나요 ㅎㅎ좋은곳에서 건강과 함께하세요 ㄳㄳ~~~~~~~~
여량의 전옥매 여사가 운영하는 옥산장을 말씀하시는군요. 좋은 곳입니다. 또 오세요~
나그네님의 정선사랑이 글에서 흠뻑 배여 있음을 느낍니다....정선...정말 가보고 싶은 매력을 가지게 하네요~ 소박하게 살아가는 인간냄새가 풍기는 고즈녁함이 바쁜 우리네 마음을 무색하게 합니다... 나그네님의 풍류를 몸소 듣고 싶어집니다.
공감하여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설날을 두번째 맞으시면서 정선에 대하여 너무 아시는 것 같습니다. 글도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고 충분한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대가족은 지식재산권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구요. 쉽게 얘기하면 발명특허분야이지요. 선생님의 창의력 증진을 위하여 애쓰고 있습니다. 경제력을 갖춘 전원마을에 대하여 많은 관심과, 실천을 위하여 정진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정선 나그네님의 글에 저 같은 애독자가 자꾸 늘어 나는군요...ㅎㅎ 읽을수록 정선의 고요가 ,정선의 자유가 보여집니다...이다음 정선 갈땐 다 내려 놓고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가겠나이다...
네, 마음이 무거우면 정선의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오시기를...ㅎ
아하~ 정선 그 아름다운 곳 의 모습이 눈에 선해 지는 멋진 글 솜씨 이시군요...
언젠가 정선에 가 보게 되면 나그네님의 멋진 글이 생각이 날듯 하네요... 즐건 설 명절 되소서...
네, 설 잘 보냈고 정선에 다녀가시길...
좋은시 한편 마음에 담습니다 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
네, 명절 잘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일상이라야 나무꾼의 일...ㅎ
정선 좋은 곳이죠....ㅎㅎ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설 연휴 무사히 끝내고 와서 감명깊은 시 한 수에 머물다 갑니다..
어찌 정선만 그러하겠습니까,어디든 마음 비우고 욕심 버리고 가벼이 해야 아름다움도 행복함도 보이겠지요...
새해엔 원하는 소망 많이많이 이루어 지시길 빕니다^^*
그렇군요. 어디라 해도 마찬가지... 감사합니다.
한 7년전 생각이 나네요... 제가 외국에 나간다 하니 둘이서 겨울 여행을 가자고 해서 정선으로 갔지요. 가는길에 눈이 너무나 황홀하게 내려서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지난 겨울에 가려고 했는데 아직도 목 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선을 좋아합니다....ㅎㅎ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행복하시고요.....^*^
지금도 눈쌓인 정선은 황홀한 그 모습 변함없답니다. 언제든지 정선은 반겨 맞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