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임에도 겨울치고는 포근했습니다.
그러기에 롯데콘서트홀까지 걸어가 보기로 합니다.
길을 거니는 젊은 커플들에게서
시절의 아름다운 향기가 뿜어져 나오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일터의 모임인 듯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는 술잔을 높이 든 모습도
음식점 창유리를 통해 엿봅니다.
석촌호숫가는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고
쇼핑몰 건물과 주변 나무도 휘황찬란하게 꾸며져
송년 분위기에 한껏 젖어들게 합니다.
콘서트홀 로비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서울시향의 얍 판 츠베덴이 무척 카리스마 있게 지휘하지만
한 달 전에 들은 운명교향곡을 너무 빨리 내달려
연주 후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합창교향곡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KBS 교향악단에서 3년의 음악감독을 마치는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의 마지막 연주를 듣기로 합니다.
주로 오른쪽에 배치되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는
왼쪽 제1바이올린 옆으로
그옆에 있던 제2바이올린, 비올라는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으며
왼쪽 뒤 팀파니 앞과, 오른쪽 뒤 큰북, 심벌즈, 트라이앵글 앞은 뻥 뚫려 있습니다.
타악기의 웅대하고 클라이막스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재홍 피아니스트, 6명의 솔로 성악가
그리고 인천, 안양, 고양 세곳의 연합 시립합창단이 들려주는
1부의 합창환상곡은
합창교향곡의 개념적 근본을 미리 보여주는 유사한 점이 있어
요약, 또는 개요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곡의 극적인 효과에 주로 사용하는
팀파니는 쉬지 않고 관현악의 선율과 함께 합니다.
세상의 고통과 번민을 표현한 듯,
휘몰아치며 합창교향곡의 1악장과 2악장을 끝내고
4명의 솔로가 다시 등장한 후
9번 교향곡 3악장이 시작됩니다.
모든 연주자는 힘을 빼고
팀파니도 아주 작게 간간 신호만 보낼 뿐입니다.
아픔과 고통받는 이들에게
천사들이 어루만지고 속삭여 주듯이
참으로 부드럽고 평화로운 악장입니다.
10대의 첼로와 8대의 콘트라베이스가
아주 낮은 선율로 4악장의 시작을 알립니다.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의 솔로와
130여명의 대규모 연합합창단의 가세로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에 붙임이라는
시를 일부 발췌한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집니다.
콘서트홀에는 온 우주의 소리처럼
고뇌를 이겨내고 환희의 대열로 들어서듯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힘찬 희망의 선율로 가득 차 흐르고
그러한 웅장한 울림은 모두의 가슴에
벅찬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는 합창교향곡은
대규모 합창단과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인해
자주 연주될 수 없어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연말에 고정 레파토리로 연주되나
외국에서는 분쟁 지역이나
의미가 있는 날에 연주된다고도 합니다.
합창교향곡을 들었으니 이제 올 해도 다 갔어.
개인적으로 3악장을 제일 좋아해...
쇼핑몰 에스컬레이터의 제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대화에
저도 그래요..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누던
어둑한 12월 늦은 밤이었습니다.
벌써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희망으로 시작하여 절망으로,
또는 절망으로 시작하여 희망이 된
극단적인 나날들은 아니었으니
그저 보통사람의 보통의 시간들을 보내었던 걸까요.
피고 지고
하루는 꽃과 같다 라는
우연히 읽은 어느 글귀가 생각납니다.
하루를 꽃처럼 피워내고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다면
세상 어느 곳이라도 행복할 것입니다.
새해에도 모든 분들의
꽃같은 하루를 응원합니다.
첫댓글 송년음악회 친구의 초청을 받았지만
감기 걸려 있어서 내 기침이 방해될 것 같아 거절했습니다.
린하님의 글로 송년음악회 대신합니다.
지금 감기가 유행이라고 해요.
이제 나아지셨지요?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푸른비님 감사합니다.
린하님글은
차분한 분들이 쉽게 이해할수 있는
아름다운 글입니다
멋지고 차분하신 린하님 지난 동작
문화센타에서 만나 방가윘습니다 ^^
저도 지인님 오랫만에 만나서 무척 반가웠어요.
이제 새해도 1시간 정도 밖에 안 남았네요.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오랜만에 오신 린하님,
다사다난 했던 한 해의 마무리로
롯데 콘스트 홀을 다녀왔네요.
KBS 고향악단의 연주와
거대한 연합시립합창단의 합창으로...
갑자년 송년을
음악회로 마무리하는 여유로움을
함께 가져 봅니다.
새해에도 더 많은 교양스러움과 함께
건강의 한 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콩꽃님 언제나 감사해요.
내년에도 지금처럼 건강하시고
단아한 모습으로 수필방에서 뵈어요.
글을 읽고 사진을 보니 참석한 듯 합니다~
고든님 댓글 감사합니다.
수필방 자주 오세요
갈등과 반목을 잠재우지 못하고
커다란 사고까지 안은 채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이념을 넘어 인류의 화합을 이루는
음악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교향곡으로 알려진
'합창'을 이야기해주시는 린하님의 마음을 읽습니다.
새해에는 합창교향곡 3악장 같은 평화가 우리에게 오기를
기원해봅니다.
섬세하고 이해 쉽게 설명해주신 글을 읽고 찾아 듣는 합창교향곡이
평소 보다 깊게 마음에 닿습니다.
내 안에 뭔가 더해진 느낌을 주신 글 감사합니다.
혜도네님의 참한 댓글이 우리 모두의 마음일겁니다.
올해의 무거운 일들이 잘 마무리되어
평화로운 시간속에 있길 바래봅니다.
혜도네님의 여러 예술방면의 이해와 지식에 탄복할 때가 많답니다.
댓글 감사드리며 행복하고 건강한 새해 맞으셔요.
감사합니다.
글을 참 매끄럽게 잘 쓰십니다.
그저 이승철이나 부활 콘서트만 좋아하는 저는 위의 풍경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 합니다만, 기회가 되면 한 번 가서 보고 싶어집니다.
청중과 함께 온몸으로 즐기는 음악회든,
고요함 속에서 내안으로 파고드는 선율을
가만히 경청하는 음악회든, 뭐든,
심신의 피로를 잠시나마 덜어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겠죠.
앵커리지님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