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직장 후배 동료와 축구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후배 아들은 엘리트 스포츠 축구 선수였는데 두 번의 큰 부상으로 선수의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 후배가 그때 말했습니다.
지도자들이 선수를 뽑을 때 주로 가장 먼저 보는 게 그 선수의 신장(피지컬)이라고 하네요.
그다음이 스피드(운동능력)라고 합니다.
세기가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에게 전자의 두 부분 보다 후자의 세기 부분은 얼마든지 개인 노력 여하 혹은 지도자의 지도 능력에 따라 채워질 수 있는데 반하여 전자의 두 항목은 상대적으로 노력 이전에 좀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어서 그런가? 저는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지도자들에게 어떤 선수가 괜찮다고 지켜봐 달라고 얘기하면,
그 선수 어때?
키 커?
빨라?
이런 말부터 먼저 나온다고 하네요.
농구로 돌아와서,
저 역시도 아주 오래전엔 비슷한 관점이었습니다.
일단 피지컬과 운동 능력 쪽이 쉽게 눈에 들어오고 그 부분이 제일 커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앞선 가드들 보다 빅맨 등 덩치들과 사기 운동 능력 선수들이 시선에 먼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마 농구를 좀 관심 있게 지켜본 지난 15년 이상 동안 느낀 게 있는데 제 시선과 실제 선수들 영향력을 비교해 보았더니 실질적 영향력은 빅맨보다는 오히려 가드 농구의 영향력이 팀 성적에 더 큰 작용을 하는 거 같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빅맨들 보다 앞 선의 가드들이 더 낫다, 더 역할이 중하다.. 이런 뜻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빅맨보다는 가드 쪽에서 더 완성형의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국내 농구의 신체적 지형과 지도자들의 육성 현주소를 말하려 함입니다.
A 팀엔 뛰어난 빅맨과 전반적인 높이의 우위.
B 팀엔 높이는 낮아도 탄탄한 가드진과 스킬형.
후자의 B팀이 승리하는 걸 많이 봤습니다.
농알못 시절 저걸 왜 A 팀이 질까?
의문을 지닌 적이 있었는데 그건 높이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경기 운영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실제 선수들의 완성도 쪽에서 오는 차이도 있지 않았었나 싶습니다.
팀 조직력과 선수 개개인의 완성도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 완성도가 떨어지니까 팀플도 엉성해 보이고 그런 선수들에게서 농구 지수까지 아쉽게 보이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지도자는 아닙니다만 누가 저에게 특정 선수를 지켜보라고 한다면 제 입에선 가장 먼저 이 말이 나올 거 같습니다.
"그 선수 몸싸움 어때?"
종목은 다르지만 프로 축구를 직관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체형이 마르건 그렇지 않건 몸싸움을 기피하거나 밀리면 아예 그 선수를 들어 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부분은 팀플이나 동료들 조력으로 상쇄 한다고 쳐도 선수 성향 자체가 그렇다면 그건 선수 성장에 굉장한 핸디캡으로 작용할 거라 봅니다.
세기의 완성도에서 오는 자신감과는 별개로 하는 얘깁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스킬을 갖추어도 이쁜 농구(몸싸움 기피) 유형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농구 역시 포지션 불문 상위 무대로 올라갈수록 온볼러, 오프볼 무브를 막론하고 끊임없는 포지셔닝 싸움판으로 저는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고려대 농구부 서포터즈 안암골호랑이들
첫댓글 제목에서 잡설이란 단어 빼주시죠. ㅎㅎ 항상 기승전결이 단단함을 느낍니다.
격하게 동의합니다. 명 칼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