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의 낯설음
2년전, 전부터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었던 나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나는 한 마리의 햄스터를 분양 받고 왔다.
현재 벌써 2년을 산 햄스터는 나에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익숙함의 낯설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분양 받은 초반, 햄스터는 나에게 되게 낯설었다. 전에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도 없었고
햄스터에 대한 공부를 정말 많이 했지만, 막상 햄스터를 접하니 생각보다 더 작고 연약한 동물이었다. 내 손만 보면 숨을만큼 햄스터는 날 무서워했고, 나도 햄스터를 낯설어했다
하지만 같이 지내는 시간이 오래되고 정이 들며 햄스터는 나한테 되게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자다가도 내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마중을 나와주고 힘들었던 날 아무 말없이 밤마다 따뜻한 체온으로 위로를 주었던 햄스터에게 나는 낯설음에서 익숙함을 느껴갔다.
어떤 것이 언제나 있던 자리에 있고 일상의 한 부분이 되면 우리는 그것에 대한 익숙함이 생겨 난다. 익숙함은 오랜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이며, 좋은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함은 당연함을 불러온다.
나는 햄스터가 당연히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그 자리에 있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생활과 알바를 병행하며 바빴던 나는 햄스터의 오늘 기분이 어떤지,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신경을 쓰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다.
햄스터는 언제나 건강하게 그 자리에 있어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무더웠던 여름날, 햄스터가 아팠다. 밥과 물은 항상 꼬박꼬박 갈아줬지만, 햄스터의 상태를 살펴보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건강했던 나의 햄스터는 축 처진채 누워있었다.
내가 와도 일어날 기력은 없어보였고 배는 빨갰다. 너무 놀라 바로 동물 병원에 데려가니 늙어가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피부염이 걸리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나에게 익숙함을 느끼게한 건강했던 햄스터의 아픈 모습은 나에게 낯설음을 느끼게 했다. 익숙함으로 인해 나에게 소중한 존재를 잃을 뻔했던 것이다.
익숙함에는 편안함이 있기에 사람들이 추구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익숙함은 그 존재의 소중함을 망각하게 만든다.
가장 소중한 것은 익숙함 속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익숙함을 낯설게 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어떤 것에 익숙해져 있는가? 세상에는 당연히 당연한 것이 있는가?
익숙함은 당연한 게 아니고 소중한 것이다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첫댓글 " 익숙함에는 편안함이 있기에 사람들이 추구하는 감정"이지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편안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익숙함을 추구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처음에는 낯설었다가 익숙하게 되고, 익숙하게 되면 존재도, 의미도, 가치도 잊어버릴 때가 있답니다. 그렇게 익숙하게 되어서 존재도, 의미도, 가치도 잊어버린 것들을 낯설게 보면 그것의 존재가, 의미가, 가치가 새롭게 다가온답니다. 철학하기의 시작을 "낯설게 보기"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답니다. 햄스터가 사랑을 듬뿍 받고, 건강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