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북경 한인회 모 간부가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북경 교민수가 현재 2만여명 정도 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2천년 중반, 한 때 10만명을 육박하던 교민이 올 해 들어 이렇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중국진출 1선 도시인 칭다오도 그에 못지 않게 교민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제일 많았을 때가 8만 여명이었는데, 지금은 2만명도 채 안 될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교민을 상대로 운영하는 서비스업이 죽을 맛입니다. 그 뿐이겠습니까, 사립학교도, 종교단체도, 사회단체도 갈수록 쪼그라들어 가고 있습니다.
교민이 제일 많이 모여 사는 청양구(城陽區)는 몇 년전까진 욱작북작했었는데, 요즘 길 나서면 너무 썰렁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도 밤은 좀 낫습니다. 낮은 그냥 중국입니다. 우리사람 예부터 야행성이 강해서일까?ㅎㅎ
교민들이 갑자기 왕창 밀려오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1997년 말 IMF가 터진 그 다음 해부터 한국에서 실직한 개인들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03년엔 속칭 카드대란이 일어났을 때 역시 또 수많은 개인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청도로 밀려들어왔습니다.05년까지가 아마 피크였을겁니다. 칭다오는 무려 8만명이나 되었습니다. 한국의 어지간한 군(郡)정도와 맞 먹었으니 국내사정이야 어렵거나 말거나 여기서는 모든 것이 활기찼습니다. 밥집도 바글바글, 술집도 바글바글, 낮에도 바글,밤에는 더 바글....
중국의 사업환경 변화로 인해 08년 부터 수많은 기업들이 칭다오를 떠나기 시작했는데, 그때 저는 앞으로 교민사회의 패러다임이 예전과는 또 다른 형태로 바뀌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즉 기업이 떠난 그 자리를 개인들이 유통.무역.내수 등 3차 산업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교민수가 줄어들다가 어느 싯점에서 점차 반등할 것이라고 말입니다....이제 부끄럽지만 그 당시 그 예상을 수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사실 10년 전부터 정부의 중국진출 지원으로 한국의 농산물,특산물,화장품 등등을 공기업 및 지방자치단체별로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한때는 쌀과 김치를 중점품목으로 하자 하고, 또 한때는 김,삼계탕 등을 집중하자 하여 수많은 개인 무역상이 들락날락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지금 보니 그게 다 별 소득이 없는 듯 보입니다.

지금 한국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합니다. 실업자도 어느 때 보다 더 늘어났고, 그러면 당연히 칭다오로 많이 건너 올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예전 우리경제가 어려울 그때 여건과는 판이하게 다르기에 지금은 함부로 건너오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유는.......
ㅇ 갖고 올 경쟁력있는 상품이 없습니다.
ㅇ 예전같이 퇴직금 갖고 와도 이제는 푼 돈입니다.
ㅇ 칭다오 1인당 GDP가 2만불 넘었습니다.
ㅇ 중국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다 죽어 나갔습니다.
ㅇ 아마추어는 설 땅이 없습니다. 이제 중국인이 더 프로입니다.
한중수교 27년이 되었는데, 그 사이 도깨비같은 중국시장에서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십수년동안 거래를 바닥부터 익힌 선배 전문가들이 많았는데 과문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본국으로 돌아간 후 해당 기업이나, 관련 기관에 발 붙이고 중국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는 사람을 그리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정책 담당 공무원도 마찬가지 입니다. 말마따나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냥 도돌아 맨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사업을 가늘고 길게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성실,근면을 모토로 삼았습니다.중간 중간 크게 한 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부러워도 했습니다. 그 덕택에 아직 기업을 영유하고 있지 않나 스스로 자위도 해 봅니다만, 그 많은 세월동안 도약할 기회를 못 찾는 것을 보면 중국사업환경의 변화가 어쩌니 하는 핑계보다 제 능력의 한계가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자꾸 자괴감에 빠져듭니다. 나이 들어가니 예전같은 패기(氣)도 갈수록 약해지고(아니,뺏기고) 그렇습니다.죽이되던 밥이되던 확~할 걸 그랬습니다. 시간 귀한 줄 어리석게 이제사 알았으니 아직 늦지는 않았습니다만, 소심하게 초장부터 너무 길게 잡았나 봅니다.
우스게 소리 하나 할까요?
죽어서 천국문 앞에서 하나님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식구들이 그대 죽음을 슬퍼할 때, 제일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고?"
A) 훌륭한 가장이었다란 말을 듣고 싶습니다.
B) 훌륭한 남편이자 훌륭한 선생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C) 참 멋지고 낭만적인 사람이었다란 말을 듣고 싶습니다.
D) 저는 무엇보다 "이봐~이 사람 아직 움직이고 있잖아"란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교민수는 자꾸 줄어드는데, 어쩐 일인지 교민 단체수는 자꾸 늘어나는군요. 욱작북작하게 교민이 많아 누가 누군지 모를때는 그려느니 했었는데, 교민수가 쪼그라든 요즘은 길거리 만나는 사람 중 하나는 반드시 무슨 단체,무슨 동호회,무슨 협회의 회장님,부회장님,자문위원님,고문님,위원장님에다 그에 더해서 전(前) 회장님,전 고문님 등입니다. 하다못해 일반 동호회에 무슨 특보도 있습디다. 교민 전체를 대표하는 영사관이나 한인회를 제외하고는 그 소속 동호회,단체 구성원들끼리의 내부회의,공식행사에만 사용하고 바깥에 나오면 평소대로 호칭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분들 다 모으면 거짓말 좀 보태서 하나의 교민사회를 만들겠습니다.ㅋ
여하튼 모두들 성공하는 청도생활이 되시길 빕니다.
꼭 사업에 국한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첫댓글 공감이 많이가는 글입니다.
회장은 회찍어먹는 초장인데.
모든사람들 호칭이 회장이라니 ㅉㅉ
사회 봉사 직함을 희화화 하는데는 반대합니다.
너무 빨리 변화해서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감이 안잡히는 거 같네요~^^
하나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뚜벅뚜벅 제 할 일 다 하는 사람에겐 환경은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듯합니다. 활기차고 행복한 월요일이 되세요^^
청도가 제2의 고향인데 갈수록 마음에서 멀어져가네요..올해로 딱20년이네요..
청도의 고참이 되시겠습니다.ㅎㅎ 말이 20년이지 정말 열심히 대단하십니다. 화이팅하십시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마음이 짠하네요. . .
오랜만에 들어와봤는데 여전하시네요 스프링님 그리고 이 글을 쓰신지가 2019년이니까 7년전인데 카페 전체를 둘러보니 2024년을 마지막으로 조용한것 같습니다 조만간 전화 한 번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