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부산 밴드에 올린 글
책 장사
지난달 생소 모임에 감 대신에 책을 팔러 갔다. 팔 감이 없었고 마침 책이 출판되었기 때문이었다.
책 첫 장에는 이렇게 적었다.
自重自愛
自本主義 의 삶
사진을 보면 의도적으로 삶을 좀 세로로 길게 썼다.
삶이란 글자는 ‘사람과 삶’이 공존해 있는 재미나는 글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중자애(自重自愛)하는 사람과 자본주의(自本主義)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썼다.
자중자애(自重自愛)!
이 말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아주 오래된 일이다.
1978년 가을쯤이었다. 그해 12월 13일 논산에 군대 입대를 앞두고 고향 역에서 우연히 중학교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여자였지만 중학교 수석 졸업이라는 타이틀에, 시골에선 가기 어려운 마산여고에 당당히 입학했고, 대학은 전액 장학금을 준 경남대를 나와 중학교 교사의 길을 걷고 있었다. 군 입대를 한다는 말에 그 선배가 일러준 말이 자중자애(自重自愛)였다. ‘나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라’는 말이었다. 그 당시 군대 생활은 남자들 세계에선 그냥 때우러 간다는 인식이 강했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간다는 식으로 대충대충 어영부영 몸 성히만 지내다 오면 된다는 거였다. 그러나 선배가 말한 자중자애란 말의 뜻은 그게 아니었다. 군 생활을 내 인생에서 가위로 싹둑 잘라낼 수 없으니, 군 생활도 소중하게 열심히 잘하라는 거였다. 인간은 생각하기에 따라 먼지보다 미약한 존재이지만, 또한 우주보다 더 큰 소중한 존재이기에 책 첫 장에 서명하였다.
자본주의(自本主義)!
이 말은 농사꾼이 만들어냈다. 이 책에서도 여러 번 나오는 말인데 물질이 근본인 사회에서 귀농해 살면서 나름 탈피해 보고자 애쓰며 생각해낸 말이다. 자본(資本)은 자본(自本)으로 살기 위한 수단이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 말을 만들어 봤다. 자본(自本)으로 산다는 말은 자중자애(自重自愛)한 삶이니 어쩌면 두 말은 다르고도 같다고 볼 수 있다.
경리 직원(?)까지 대동하고
이런 멋진 말까지 서명해서 책 장사에 나섰으나 결과는 소박했다.
90여 권을 갖고 갔으나, 스무 권 남짓 팔고 나머지는 되가져 왔다.
먹을거리 잔치에 읽을거리 갖고 간 농사꾼의 잘못이었다.
조합원들은 전시된 책을 삐끄미 보다가 먹을거리 부스로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그나마 최서현, 김세중 조합원의 호객, 강매 행위가(ㅎㅎ) 책 판매에 도움이 되었다. 두 분께 감사했다. 또한 그 와중에 장병윤 이사장님은 권옥자 한살림연합회 상임이사를 길벗농원 부스까지 일부러 모시고 오셨다. 권 이사장님께 책을 한 권 드리려 하니, 이미 한 권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책 소중하고 재미있게 잘 보고 있어요."
날도 몹시 차고
바람도 거센
그리고 책도 드문드문 팔린 그 날,
권옥자 상임이사의 그 말은
춘풍이었다.
이 책을 ‘결’에서 팔아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우선 스무 권 보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