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4주일 사순의 기쁨주일인 어제는 꽃당번이어서
새벽 7시에 집을 나서 꽃시장에 가서
제대에 봉헌할 꽃을 사다 헌화를 하고
병원의 봄장식을 위해 황금조팝과 산당화를 사다가
투석실 환자들을 위해 투석실 입구에 꽂고
병원 여기저기를 장식하고 겨울 색깔을 거뒀다.
어제 절화를 사고 나오는 길에
꽃이 져버린 호접란 화분이 있는 원장실 화분에
색 고운 호접란을 사다가 갈아줬다.
아들 방에도 멋진 산당화 가지 하나를 가져다 유리병에 꽂아 장식을 했다.
계단 구석에도, 스테이션도 황금조팝 가지와 산당화를 꽂으니
금세 봄빛으로 병원 여기저기가 화사해졌다.
크고 작은 병이 생길 때마다 자주 병원에 오는 지인은
다녀 가셨다는 표지로 병원 구석에 꽂힌 꽃사진을 보내오시곤 하고
우리 환자들 중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은
꽃으로 내 안부를 받기도 하고
내 안부를 궁금해 하기도 한다.
"젬마가 잘 지내고 있구나"
혹은
"요즘 병원 관리가 안되는 걸 보니 젬마가 뭔 일이 있나보다. "
처럼.
한동안 암수술 후에 게을렀던 마음을 추슬러
반짝이던 성탄 장식도 치우고
꽃으로 봄소식도 전하느라 몸도 마음도 바삐 지냈다.
집에 오기 전 내과에 들러 면역력을 위해 영양제를 맞으러 가니
성당 형님 한분이 나보다 먼저 주사실에 누워 계시다가
" 이 베개 보고 젬마씨가 만들었구나 싶더라. "
둘이서 이 얘기 저얘기 정담을 나누며 주사를 함께 맞았다.
병원에서 월급을 받은 적은 없지만
남편과 아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병원에
장식을 할 달란트를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코로나 시국에도 대기석에서 한 두 시간을 기다리는 환자분들께
잠시나마 지루함을 덜도록 눈 둘 곳을 마련해서
병원 가족들의 감사를 표한다.
무엇보다 병원에 들르면 직원들이든 환자분들이건
"안녕하세요?"
하고 밝게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꽃을 꽂는 사람은 얼굴도 꽃 닮아야 하니까 웃음 가득 머금은 얼굴로.
나다니엘 호돈의 단편 '큰바위얼굴'에서
주인공 어니스트가 큰바위 얼굴을 닮아가듯~~
참, 그러고 보니 그리스도교 신자인
나는 주님 얼굴 닮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