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이 코앞이라 해도 단조로운 나의 일상에 무슨 큰 이야깃거리가 있겠나만은, 매 순간 이렇게나마 긁적일 수 있음이 감사하다.
오늘 새벽에는 추석 쇠러 어제 내려온 손주들과 주위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걸었다.
새벽잠이 덜 깬 아이 둘 손을 잡고 조심스레 이끌었는데, 운동장에서 반바퀴정도 끌려오더니 그제야 정신이 들었던지 이내 할비 손을 뿌려 치고 저들끼리 운동장에서 노닐었다.
그 모습이 마치 "하얀 나비"같았다.라고 한다면 "제 눈의 안경"이겠지?
걸으며 하늘을 보니 아직 보름이 며칠남아 약간 찌그러진 달이 삐딱하게 아이들을 비추었을 때,
예부터 실해진 보름달은 "완전함과 풍요를 뜻하는 상징"으로 여겨왔다는 말이 되새겨졌다.
그리고 어린 시절 정월 대보름 "달집 태우기"놀이가 생각났었다.
동네 청년들이 굵은 청솔을 잘라서 달집을 짓고 아래에다 마른 가지를 태워 시커먼 연기를 날리면, 둥근달이 검은 연기에 가려져 한순간 동네가 캄캄했었고, 얼굴이 익을 듯한 뜨거운 화기가 청솔 가지고 뭐고 사정없이 태워 불씨가 껌뻑이며 재로 사그라질 그때까지 어른들은 장구치고 북 치고 아이들은 열기를 쬐며 놀았지만, 이제 그 달집에서 우리가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
아이 낳게 해달라고 소원 빌던 젊은 부부, 그리고 놀이때면 어김없이 모여 놀던 친구들의 지금이 궁금했다.
오면서 삐딱한 달에게, 달아 달아 "추석이면 넌 온전한 보름달이 되겠지? 그땐 창문을 세게 두드려라, 아니 내가 미리 창을 활짝 열어놓으마"라고 지어 읊었을 때는 구름이 걷히고 달이 환해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알았다`라는 `응답`처럼 여겨졌다.
첫댓글 우와~ 추석 명절 단란한 가정의 모습이 향기롭기조차 합니다... 큰 사랑을 지니신 할아버지의 품에서 안심하며 뛰노는 손주들의 모습이 부럽네요... 예전에 달집 태우기는 정말 온 마을이 들썩이는 잔치였군요... 그러면서 서로 기대고 안아주는 이웃들의 소중함을 느끼셨을 듯 합니다. 그날의 삐딱한 달은 보름달이 되어 초대받은 곳으로 잘 들어왔는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