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천하를 차지하는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The whole is more than sum of its parts).”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이는 제심합력의 시너지 효과를 잘 나타내주는 말이다. 그 전형적인 사례가 항우와 유방의 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쟁패이다.
지인선용(知人善用)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을 알아보고 잘 활용한다’는 뜻으로, 항우와 유방의 고사(故事)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조직의 리더로서 조직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지인선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변의 진리이다. 조직은 곧 사람이고,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그 능력을 어느 정도 발휘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지인선용(知人善用)
진시황이 죽고 진나라가 혼란에 빠졌을 때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은 반진봉기(反秦蜂起)를 했다. 그런데 항우와 유방은 그 출신신분부터 현격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힘이나 군사력 면에서 유방은 항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항우는 대대로 초나라 장수 집안인데 반해 유방은 보잘것없는 시골 정장(亭長) 출신이다. 정장은 오늘날 면장보다 못한 직위다. 사기(史記)에 기록된 것을 보면, 유방의 아버지는 유태공(劉太公)이고 어머니는 유온(劉媼)이리고 되어있다. 그런데 태공(太公)이란 남자노인에 대한 존칭이고, 온(媼)이란 여자노인에 대한 통칭(通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유방의 부모는 그 이름조차 알 수 없는 하층민에 불과하였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유방의 어머니의 성을 유씨(劉氏)로 기록한 것을 보면 그 어머니는 성도 모르거나 또는 성도 없는 그런 아낙에 불과하였다.
항우와 유방이 천하 패권을 놓고 다투던 초기에 항우의 군대는 40만 명이었고, 유방의 군데는 겨우 10만 명에 불과하였으므로, 항우가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책사 범증(范增)의 말을 들었더라면 항우는 유방을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항우는 해하전투(垓下戰鬪)에서 한신이 이끄는 유방군에 패배하여 자결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천하를 차지한 것은 가문 좋고 힘세고 강한 군사력을 가진 항우가 아니라 보잘것없는 가문에서 태어난 촌뜨기 유방이었다.
그럼 그 이유는 어디 있는가? 항우는 자기만 똑똑해서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범증 같은 탁월한 현자가 책사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충고를 듣지 않았다. 그러나 유방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장량(張良), 소하(蕭何), 한신(韓信), 조참(曹參) 같은 참모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유감없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했다. 바로 지인선용인 것이다.
장자방(子方은 장량의 字) 같이 뛰어난 전략가가 어찌하여 스스로 촌뜨기 유방의 참모가 되었을까? 장자방은 말한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이는 것은 윗사람으로서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유방은 이를 능히 해내니 나는 유방을 따른다.” 장자방의 이 말에서도 우리는 유방이 오늘날 스스로 호걸인 체 하는 건달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인재발굴
유방은 장량, 한신, 소하, 번쾌(樊噲) 등 명신(名臣)과 명장(名將)들의 도움으로 초나라의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하여 한나라를 세워 한고조(漢高祖)가 되었다. 유방이 황제의 자리에 오른 다음 어느 날 연회를 베풀고 신하들에게 “내가 천하를 얻게 된 까닭과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실 모든 면에서 유방보다 항우가 유리했는데도 항우가 패하고 유방이 승리했던 것이다. 유방은 지금 불리했던 자신이 승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고기(高起)와 왕릉(王陵)이라는 신하가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성을 공격하여 땅을 빼앗게 하시면 그 토지를 그 사람에게 주시고, 또한 천하 모든 백성에게 고루 그 이득을 보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항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이 있는 자도 도리어 그를 죽이고, 어진 자를 의심하고, 싸워서 승리를 거둔 사람에게도 그 공에 대한 상을 주지 않았고, 땅을 얻은 사람에게도 그 이익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 말을 듣고 유방이 말하였다. 십팔사략(十八史略)이라는 역사책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그대들은 한쪽 면만 알고 다른 쪽 면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대저 둘러쳐진 장막 안에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에 옮겨 천리 밖의 전선에서 승리를 거두게 하는 전략적인 재능에서 나는 아무래도 장자방에게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국가를 다스려 백성을 어루만지고 군량을 전선에 공급하여 식량 공급로를 한 번도 끊기지 않게 하는 내정 면이나 병참능력 면에서 나는 소하를 따라가지 못한다. 또 백만의 대군을 이끌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취하는 전투지휘의 능력 면에서는 나는 한신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다 천하의 인걸이다. 나는 이 세 인걸을 잘 받아들여 쓰면서 그들의 재능과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하였을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천하를 얻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이에 반하여 항우에게는 범증 한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그렇건만 항우는 그를 제대로 쓸 줄 몰랐다. 그것이 결국 나에게 패망하게 된 원인이다.” 유방의 지인선용이 그대로 드러난 고백이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리더, 자신의 한계를 알아차리고 부하들의 재능을 인정해주는 리더가 천하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을 촌뜨기 유방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비즈니스에서 천하를 차지하는 것도 원리는 똑같다.
출처 : NEXT ECONOMY(http://www.nexteconom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