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2. 해날. 날씨: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빨래가 날아간다. 햇살이 나서 섬진강 물이 차지는 않다.
아침체조ㅡ아침밥ㅡ아침열기ㅡ콩 뽑고 콩 줍기ㅡ점심ㅡ섬진강 낚시와 족대질, 뗏목타기ㅡ씻기ㅡ저녁ㅡ일기쓰기ㅡ밤탐험ㅡ마침회ㅡ교사마침회
[하동 자연속학교 닷새째-족대질로 잡은 물고기를 로켓화덕에 튀겨 먹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야구를 하던 어린이들이 잔디 이슬 때문에 신발이 축축해진다고 운동장 한쪽 바닥에서 공을 주고받고 있다. 날이 줄곧 좋다. 아침 먹고 꿈의 어린이들은 과천으로 떠났다. 유민아버지가 오가는 운전을 해서 많이 피곤하겠다. 최명희 선생이 같이 올라갔다 바로 저녁에 내려온다니 역시 많이 피곤하겠다.
아침나절에는 성두마을에 가서 콩을 뽑기로 했다. 악양에 귀농한 왕규식, 김홍배 두 농부님이 키운 콩 뽑는 걸 거드는 셈이다. 두 농부님 덕분에 아이들이 일할 거리가 있어 좋다. 아이들 손이 많아 150평 콩이 금세 뽑힌다. 노학섭 선생이 장갑을 가지러 간 사이 먼저 콩대를 뽑은 어린이들이 쉽게 뽑히지 않고 콩깍지 때문에 손이 아프다 한다. 모둠마다 구역을 나눠 뽑는데 정말 열심히 한다. 어린이들이 뽑은 콩대에 묻은 흙을 털어내지 않고 부러뜨리는데 아이들 손이 빨라 손을 쉴 수가 없다. 문득 어릴 적 콩 타작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다닐 때 콩 농사를 짓던 어머니가 콩깍지에 눈이 다쳐 한쪽 눈을 못 보게 된 뒤로 콩깍지는 나에게 아픔이다. 한쪽 눈으로 살기 위해 한참 힘드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시리다. 올 해 학교 콩 농사는 비둘기가 다 먹어버려 거둘게 없다. 어쩔 수 없이 두 농부님 콩을 사야지 싶다. 금세 콩 뽑는 게 끝나고 이제 바닥에 떨어진 콩을 줍는다. 바닥에 떨어진 콩 50개씩에 사탕 한 개가 걸리니 콩밭은 콩 줍는 아이들로 가득이다. 이백 개를 주운 어린이들도 있고, 조금 주운 아이를 위해 모두가 도와 주워주기도 하고, 사탕이 없다니 콩 줍는 재미에 더 줍는 어린이들도 있다. 오십 개를 못 채운 1학년 현서도 동규도 더 주운 어린이들 덕분에 사탕을 받아 기분이 좋다. 한 시간 만에 일이 끝나니 낮은 학년에게 적당한 일과 적당한 시간이라 재미나게 마치고 밥 먹으러 들어왔다.
1학년 시우와 날마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오늘도 시우가 선생을 부른다.
“시우야 자연속학교 여섯 밤, 일곱 밤, 여덟 밤, 아홉 밤, 열 밤 중에서?”
“아무래도 안 되겠어. 두 밤만 잘래.”
“어 벌써 나흘 밤을 잤는데?”
“아니 자 봐봐요. 거꾸로 이렇게 세면 돼. 그러니까 두 밤만 잘 거야.”
날마다 날짜를 세고 있는 시우가 거꾸로 남은 날짜를 말해서 또 웃는다.
점심 때 두 분의 자원교사가 오셨다. 서연아버지와 예준이준어머니가 이경민, 임영희 선생으로 이틀 밤을 지내고 같이 올라간다. 두 분 덕분에 아이들이 놀라운 밤참을 먹게 된다. 낮 새참으로 섬진강에서 두 분이 사온 호두과자를 먹는데 아이들이 네 개씩 받고 놀란다. 학교에서는 늘 두 개씩인데 네 개씩 받는다며 정말 좋아한다.
점심 먹고 놀 때쯤 우리가 달아놓은 밧줄놀이터에 악양 동네 아이들이 많이 왔다. 자연스레 아이들 사이에서 텃새를 부리는 모양새가 나온다. 한 아이가 끈질지게 할 말을 다 하고 밧줄그네를 탄다고 아이들이 시끄럽다. 아무래도 가봐야 할 듯 해서 가보니 악양 아이들이 순하다. 버마다리 타는 법을 알려주니 덩치 큰 아이들이 너도 나도 달려들어 타고, 밧줄 그네도 인기가 많다. 늘 접하는 우리 아이들과 달리 밧줄놀이가 아주 재미나단다. 밧줄로 어울려 논다.
낮에는 섬진강에 낚시를 하러 간다. 여름 자연속학교에서 손맛을 제대로 본 3학년은 첫 민물 낚시 기대가 크다. 미리 은어 낚시가 쉽지 않을 거라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설렘은 막을 수 없다. 족대질로 더 많이 잡을 수 있을 터이다. 섬진강 바람에 반짝이는 물결이 일어나는 풍경이 멋지다. 두 모둠은 먼저 족대질을 하고 한 모둠이 세 대의 낚시대로 낚시를 한다. 낚시 해본 자세가 나오는 어린이들이다. 아이들이 은어를 두 세 마리씩 올렸던 때가 기억난다. 기다리는 시간이 흘러가고 인웅이가 낚시대를 들어올리며 뭔가 걸렸다 한다. 들어보니 물고기 손맛이 확 오고 반짝이는 물고기가 보이는 듯 싶더니 바로 떨어져버린다. 제대로 안 걸린 게다. 잠깐 손맛만 보고 말았으나 그 맛에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진다. 강태공들과 달리 족대질 하는 아이들에게서는 연이어 물고기를 잡았다는 소리가 터져나오자 슬슬 강태공들이 지루해하고 낚시대를 넘기고 간다. 차례로 다른 어린이들이 낚시를 하고 족대질도 줄곧 된다. 동규는 줄곧 낚시 바늘을 달라고 한다. 그래서 하나를 만들어줬더니 들고 대나무에 달고 낚시를 한다고 도전한다. 그 모습이 참 예쁘다. 끝내 낚시는 잠깐 손맛만 보고 그만, 족대로 새우, 모래무지, 각시붕어, 피라미, 참게새끼를 잡았다. 조금 늦게 온 높은 학년은 대나무와 페트병으로 뗏목을 만들더니 물에 띄워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대나무를 자르고 힘을 합쳐 엮어 뗏목을 띄우는데 성공했으니 얼마나 뿌듯할까. 더욱이 좋아하는 물놀이를 실컷 하는 지라 섬진강이 시끌벅적하다. 형들이 만든 뗏목에 동생들도 타고 한참을 신나게 논다. 날이 조금 더 덥고 시간이 충분하면 푹 빠져 뗏목을 실컷 탔을텐데 즐거워 하는 아이들 표정으로 대신하고 낮은 학년은 잠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저녁, 섬진강에서 족대로 잡은 물고기를 손질해 로켓화덕에 튀겨먹는다. 작은 물고기 손질은 참 손이 가는데 다행히 아주 많지는 않아 금세 손질을 마쳤다. 선생이 알아서 튀겨주려 했는데 불 때는 재미로 로켓화덕에서 튀기자 한다. 덕분에 한참을 불을 때는 재미와 지글지글 끓어 튀김옷을 입고 튀겨지는 물고기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즐거움으로 밤이 즐겁다. 드디어 먹는 물고기 튀김, 얼마나 맛있다 소리를 하는지 얼굴 표정이 거의 감동 수준이다. 더욱이 손질한 선생에게 큰 새우를 양보한다. 그 마음에 감격했다. 불과 물을 좋아하는 우리 어린이들이 신이 난 하루가 줄곧 되고 있다.
두 번째 밤탐험 날이라 저녁이 길다. 저녁 먹고 보물찾기에 쓸 단어를 뽑아 써서 놀이터 둘레에 숨겨놓았다. 아이들은 다시 로켓화덕에 물을 넣어 이번에는 고구마를 굽는다. 윤태는 이번에도 불을 피우겠다며 밤탐험 시간에 불앞에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물찾기를 하는데 보물을 찾은 낱말을 맞춰 공통으로 뽑을 말을 찾아 발표하고, 네 개의 낱말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연극을 했다. 바람이 아주 세게 불어 놀이터 쪽에서 보물만 찾아서 식당에서 발표를 한다. 여름 덕적도 자연속학교에서도 대단한 이야기와 연극을 만들어내더니 이번에도 그렇다. 주로 하동에서 보고 듣고 겪은 낱말을 모아 보물로 적은 것이라 자연스레 자연속학교 되돌아보기가 되는 것도 있다. 여섯 모둠 모두 훌륭하게 발표를 해서 밤참 선물을 가득 받는다. 임영희, 이경민 선생이 닭튀김을 안겨주셔서 아이들이 흥분했다. 높은 학년에게도 전하고 오셔서 성두마을과 수련원 두 곳 모두 놀라운 밤참을 먹는 셈이다. 부모님들 떠난 길게 사는 자연속학교에서 먹을 것은 곧 부모님 사랑과 같아서 활동 뒤 맛있는 새참은 어린이 세상에서 꼭 필요하다.
교사마침회를 마치고 노학섭 선생과 도훈이와 시우를 깨워 오줌을 뉘운다. 비몽사몽 오줌을 잘 누고 바로 잠이 든다. 돌아갈 때가 내일 모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