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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山神)의 고아원
최 상 규
그것은 타오르는 듯한 색채의 향연이었다.
그것은 멎어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각, 그 각도로 내리쏟아지는 햇빛을 받고, 그것은 돌연히 광채를 발하며 불꽃이라도 뿜어올릴 듯이 작렬하기 시작하였다.
울툭불툭 솟아오른 거창한 산덩어리들을 온통 뒤덮다시피한 모든 잎들이, 무수한 색조의 변화를 일으키며 가을빛으로 곱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는 서쪽으로 기운 햇살이 눈곱만한 구김살도 없이 함빡 쏟아져내려 눈부신 광휘를 튀겨내고 있었던 것이다.
시선이 움직이는 데 따라 서서히 흘러가는 그 엄청난 색광(色光)의 펴레이드. 산을 오르느라 가빠진 숨결을 아주 칵 막아버릴 듯이 조여드는 감격. 오주주하니 몸이 떨릴 지경으로 온몸을 휩싸는 그 신비한 위압감.
덜퍽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지고 있는 륙색에 몸을 기댔다. 고개를 젖히자 까마득히 높은 활엽수 끝 가지의 노오란 입 사이를 뚫고 내려온 하늘이 눈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금방 고개를 다시 들려지고, 시선은 끌리듯이 단풍든 나무들을 향했다.
경이로운 감격을 안겨주는 것을 대하게 되면 으레히, 혼자임이 아쉬워진다. 그것은 그 경이와 감격을 혼자서 감당하기가 벅차서가 아니다. 그것이 아까워서이다. 그것을 나누고 싶고 함께 하고 싶어서이다. 그런 아쉬움은 어떤 특정된 사람을 두고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얼마 후엔 누군가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뒤에 두고 온 뭇사람 중에 누구라도 정할 만한 사람을 하나도 들 수가 없는 경우에 그 안타까움은 더욱 간절하다. 외톨박이가 된 이방인의 설움까지 겹친다.
륙색을 풀어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꺼냈다. 눈앞의 색광을 종이 위에 모방해보려는 생각은 없었다. 기억을 돕기 위한 기록을 남기려는 뜻에서도 아니었다. 그럴 솜씨도 없고 그럴 엄두도 내지 못했다. 혼자였다. 도무지 혼자였다. 혼자서 그 색 깔 속으로 뛰어들어가려고 무너지지 않는 벽에 온몸을 비벼 뭉개보는 행위였다. 그게 손가락으로 쥐어진 뭉툭한 크레파스 끝을 통해 켄트지의 평면 위를 비틀거렸고, 거기 낭자하게 이겨 붙여지는 색채의 광무는 소리없는 단풍의 위관 앞에서 헐덕이는 자신의 호흡의 자죽이었다. 허둥대는, 다급한, 불만스러운. 몇 장의 종이가 넘겨졌다. 종이가 벗겨진 크레파스 토막이 마른풀 위에 뒹굴고, 더러워진 손가락 끝에 쥐어진 다른 크레파스는 새 종이 위를 성급한 음향을 발하며 문질러댔다. 그 소리뿐이었다. 바람도 없는 가을날 오후. 그러나 두 귀는 한밤 중의 시계 소리처럼 그 음향조차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등 뒤에서 나는 부스럭! 하는 소리에 두 귀가 쫑깃 긴장했다. 종이 위에서 손이 멎었다. 몇 초가 지났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손을 다시 움직이기 전에 무심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곤 소스라치게 놀라버렸다.
바로 몇 발자국 저편에 사람이 서 있었다. 뿌리라도 박혀 있듯이 두 발을 콱 고정시킨 채 이편을 보고 있었다. 카키색 비슷한 단추 대신 끈이 달린 괴이한 옷으로 싸여 았는 건장한 체구, 모자가 없는 터부룩하게 자란 반백의 머리. 한쪽 어깨에 결쳐진 멜빵 너머로 뻗쳐나온 무슨 연장의 손잡이 같은 것. 등산객이나 소요객이 아니었다. 표정이 거무스름한 낯빛과 함께 굳어 있었다. 멜빵을 잡고 있는 오른손이 압도적으로 억세어보였다. 허리에 얹혀진 왼손의 굵은 손가락들이 도전적으로 완강해보였다.
놀란 가슴이 계속해서 뛰었다. 막혔던 숨결이 불안전한 소리가 되어 뿜어나오다 멎었다.
“아니…… 저…….”
사나이의 몸이 금방 산 위쪽으로 돌려졌다. 그리고 거칠고 낡은 천으로 싸인 두 다리는 가벼운 볼일이라도 끝낸 것처럼 쉽사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선을 사나이에게서 뗄 수가 없었다. 몇 결음 옮겨지던 사나이의 발길이 다시 멈추었다. 그리고 일순 무슨 생각에 잠기듯 수그러졌던 고개가 휙 이쪽으로 향했다. 그 굳은 얼굴 속에서 수염에 싸인 입술만이 움직이었다.
“미안하군요. 놀라시게 해서.”
적의없는, 그러나 무책임한 어투. 목소리는 굵지는 않았지만 가늘지도 않았다. 발음은 정확하고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나게 되니 놀라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러나 위험한 사람은 아니니 아무 염려 마십시오.”
말을 마친 사나이는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 충격은 너무나 컸다. 그리고 뒤따르는 커다란 의혹 때문에 긴장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그러나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어느 사이엔가 손에 들고 있던 크레파스는 땅바닥에 굴러떨어져 있었고, 한 손에 쥐어진 스케치북은 푸들푸들 떨리고 있었다. 가장 긴박한 때에 그렇게도 무력한 자신을 나무랠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그런데 또다시 사나이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귀를 울렸다.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군요.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내 거처가 있는데…… 혹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집이라고는 할 수 없는 하나의 은신처였다. 두터운 모피를 타고나지 못한 인간에게 비바람이나 찬 이슬 서리를 막아주는. 그것은 거대한 이마처럼 튀어나온 암벽에 기대어 세워진 토막집이었다. 그 앞 백 평쯤 되어보이는 느린 경사의 공지가 무 배추를 길러놓고 있었고, 그 한구석 토막집 문 앞에는 높은 떡갈나무가 서 있는데 그 밑에 윗표면이 판판한 바윗덩이가 천연의 식탁처럼 놓여 있었다. 그 앞 풀방석 위에 앉고보니, 사방의 울울한 숲은 금방 정답게 다가서고, 밭쪽으로 약간 넓게 터진 하늘 한 구석에는 험준하게 치솟은 영봉의 하나가 노오란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실 적지않게 놀란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죠.” 노인은 이 편을 안심시키려는 듯한 호의어린 웃음까지 보이면서 말했다. “이런 산중에서는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무섭습니다. 첩첩산중에서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게 반갑기에 앞서 먼저 겁이 난다는 건 이상한 이야기긴 합니다만…….”
노인은 토막 안으로 안내할 기색은 조금치도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춥지 않으니 당장 그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지만, 막상 눈앞에 놓고보니 이 늙은 거사의 거처가 궁금하기 짝이 없어, 노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쪽으로 간간히 시선이 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산짐승은 없습니까?”
“하하하, 옛날 이야기죠. 고작해야 토끼나 노루뿐인걸요. 아마 산에서 쫓겨난 짐승들은 바다에라도 빠져죽었을 겁니다.”
대화하는 목소리에 어떤 비판적인 기미가 섞여나오게 되면 먼저 경계심을 불러일으켜준다. 그러나 노인이 말을 사고(思考)와 표현(表現)의 두 가지 용도로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던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
“그럼 노인께서는 그야말로 산주(山主)처럼 살고 계시군요?”
웃음섞인 질문을 노인은 고개를 저어 지웠다. 그 얼굴에 쓸쓸한 빛이 떠올 랐다.
“하하, 그보다도…… 내가 벌써 노인 소리를 듣게 됐나, 이제 갓 쉰인데…….”
“제가 괜한 소리로 언짢게 해드렸…….”
“아니, 아닙니다. 처음 듣는 소리라서…… 그런데 참, 선생께서는 어떻게 이렇게 깊은 산중엘 혼자서 오셨나요? 분수없이 묻는 것 같습니다만…….”
“원 천만에요. 뭐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며칠쯤 제가 끼이지 않아도 잔소리를 듣지 않을 계제가 생긴 김에 그 진절머리나는 것들을 집어 내동댕이를 쳐본 거지요. 좋게 말해서 휴가여행입니다만…….”
“진절머리나는 것들이라면……?”
“소리와 먼지 속에서 산다는 것 전체죠. 십여 년 동안 앙앙거리며 싸워온 예편네까지도 합쳐서 말이죠.”
“하하하. 상당히 활달스럽 게 말씀을 하시는데…….” 노인의 조용한 웃음소리가 고요한 가을의 산공기를 흔들어놓는데, 그 여유있는 진동은 바다의 출렁 임보다도 더욱 품위가 있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나하고 입장을 바꾸었으면 좋을 형편이군요.”
얼른 대답을 않자 노인은 말을 이었다.
“농담이 지나쳤다면 용서하십시오. 안 해 버릇하면 대화란 서툴러지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선생께서는 화가신가요?”
“아닙니다. 화가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도 아까 보니까…….”
멋적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건 서툴렀지만 제스처는 아니었다. 그래 창피했다. 노인에게는 거기까지도 미칠 수 있는 안목이 갖추어져 있을지도 몰랐다.
“하도 좋아서 그랬습니다. 재료는 혹시나 해서 여행준비물로 넣어온 것이구요.”
“멋있는 일입니다. 오랜만에 감격을 했습니다. 그래, 선생께 대한 두려움을 말끔히 씻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 서투른 짓을 하고 있었던 게 다행이군. 그렇지 않았던들 그냥 지나치셨든지, 아니면…… 토끼나 노루처럼 몽둥이로 후려치셨을지도 모를 뻔했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렇죠. 그 비슷한 일이 일어날 뻔했죠. 그런데 자꾸 캐어묻는 것 같아서 안됐습니다만, 선생께선 일부러 사람없는 곳을 골라 찾아오신 건가요?”
“네. 전에 기차를 타고 지나다가 멀리 이 근처 산들을 본 적이 있던 게 생각나서 그저 무작정 걸어들어온 겁니다:”
“허어, 그래요? 숙식은 어떻게 하시려구?”
“저 륙색 속애 침낭을 넣어가지고 왔습니다. 아직은 그거 하나면 노숙올 할 수가 있으니까요 며칠분의 식량과 간단한 취사도구도 가지고 왔으니까 좀 철저히 혼자 살아보려고 했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내가 오히려 방해가 되었겠는네…… 하지만 노숙은 좀 어려울걸요. 낮엔 이렇지만 밤엔 된서리가 내리니까요.”
“지대가 높으니까 좀 추울 것은 각오했었습니다. 거기다 노인을 뵙게 돼서 여간 다행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마음이 놓입니다만 뭐 다행스럽게 생각하실 만한 걸 해드릴 것이 있어야지요. 오랜만에 여기서 이렇게 귀한 말벗을 만나게 된 것이 나로 해서는 대단한 기쁜 일 입니다만서도…….”
“그야 저도 역시…… 그런데 참, 노인께서는 어떻게 이런 산중에 오셔서 살게 되었나요? 외람된 질문입니다만 참말로 궁금하군요.”
“그러시겠죠.” 노인은 한동안 사이를 두었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건 마치 지금이 어떻게 되어서 몇 월 몇 일, 몇 시 몇 분이냐 하는 것만큼이나 대답하기가 힘들고, 또 대답할 필요가 없기는 한 질문이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아니 뭐 죄송할 거야…… 그저 약초나 캐서 연명하는 늙은이로 알아두시면 틀림없죠. 그리고 내가 산삼을 찾아 여기까지 찾아 들어왔다는 것…… 이건 입 밖에 내서 이야기할 것이 아닙니다만. 말을 한다고 해서 찾아질 것이 안 찾아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더구나 이젠 이 근처에 산삼이 있다는 것을 확신은 하지만 내 생전에 그것이 찾아질 것이라는 확신은 없어져버 렸으니까요.”
“그럼, 순전히 산삼을 구하여…….”
“어떤 사람은 백 일 정성을 드리고 나서 찾았느니 어쩌느니 하지만…… 난 평생을 이 산에 바쳤습니다.”
노인의 어조엔 과장의 기미가 없었고, 이쪽을 설득하려고 하는 뜻도 엿보이지 않았다. 그저 숙연하게 자기 확인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말하는 것 이외에 자디잔 질문을 거부하는 근엄한 격조를 띠우고 있었다.
노인이 입을 다물자 거무튀튀한 그 얼굴은 굳어버렸고, 주변의 정적이 와짝 조여들 듯이 진하게 느껴졌다.
그때 돌연히 그 정적을 깨고 한 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연약하나 날카로운 음성이었다. 그것은 아무 뜻 없는 어린아이의 외침 소리 같았다. 그러나 거기 어린아이가 있을 리는 없었다. 그래 다시 그 소리를 머릿속에서 되씹어보았지만 역시 그건 나이 어린 인간의 목소리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질문의 뜻으로 의혹의 눈초리로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노인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마치 아무 소리도 못 들은 것처럼. 그럼 착각이었나? 마음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났을 때, 그 소리가 또 한 번 들렸다. 아까보다 좀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정말로 인간의 목소리라면 그 얼굴에 떠올라 있을 싱싱한 생기까지 연상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하고 친근스럽게 들려온 것이었다.
노인의 고개가 번쩍 그 소리 나는 곳을 향했다.
빈약한 채소가 여물어가고 있는 밭 건너 쪽에 아름드리 소나무 두 그루 사이로 잔나무 가지들이 트여 있는 곳이 있었다. 소리는 그쪽에서 났고, 거기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늘진 데다 역광이기 때문에 분명히 보이지는 않지만 길죽한 검은 모습이 이쪽으로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쪽으로 결음을 옮겨놓기 시작하였다. 노인과 검은 모습의 사이가 가까워지며 검은 모습의 형태도 차츰 분명 해졌다. 사람이었다. 두 다리의 운동이 절도있었다. 등에 륙색처럼 멜빵이 달린 것을 두 어깨로 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또 하나의 작은 인간이 올라앉아 있었다. 목말을 타고 있는 어린애였다. 그것이 다가가는 노인을 보고 또 한 번 아까와 같은 높은 소리를 질렀다.
세 사람이 합해졌다. 어린애가 노인의 품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노인이 앞장서며 이편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린애는 노인의 목을 두 팔로 감고 이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터부룩한 수염 속에 숨겨졌던 노인의 입술이 어린애의 뺨을 더듬고 있었다.
노인의 뒤를 따르던 사람의 얼굴이 흘깃 이쪽을 향해 나타났다가 숨었다. 그러나 그 얼굴은 밭가를 걸어오는 동안에 또 한 번 나타났었고 눈앞까지 다가온 노인이 비껴서자, 그 사람은 재빨리 자태를 나타내며 이쪽을 정시했다.
그것은 어린애 못지않은 놀라움을 주었다. 여자였다. 스무 살이 절대로 못 되었을·…· 아직 앳티도 가시지 않은 열일곱, 여덟으로 보이는 얼굴. 긴머리가 한데 매어져 한쪽 어깨 앞으로 흘러내려 있었고, 햇볕에 그을은 얼굴빛은 넘치는 건강과 젊음을 내풍기고 있었다. 야녀(野女)! 어설픈 문명에 절은 머릿속에는 유형(類型)이 먼저 떠오르는 법. 그러나 놀랍게도 그녀는 굵고 튼튼한 천의 진홍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고 아랫도리엔 팽팽하게 두 다리에 맞는 블루진의 작업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발에는 아직도 고무 냄새가 풍길 정도의 새것인 등산화.
“또 놀라셨군요.”
노인의 목소리에 번쩍 정신이 났다. 노인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떠돌고 있었다.
“네, 정말로 뜻밖입니다.”
“그러시겠죠. 아직 내가 한마디도 말을 안 했으니까. 내 딸이죠.”
소녀는 정신없이 이편을 응시하고 있었다. 등에 진 그 큼지막한 고구마 망태기가 무겁지도 않은 듯이 똑바로 선 채. 도톰한 입술이 얇아지도록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아버지를 닯아 곱게 서 있는 콧날. 둥글게 꾸부러진 눈썹 아래 검은 두 눈이 타오를 듯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듣질 못하죠. 그래 말도 못 합니다. 대신 사내놈처럼 몸은 건강하죠.”
체격이 크지는 않았다. 허리도 가늘었다. 가슴은 팽팽히 부풀어 있었다. 목이 굵고, 쪽 곧은 두 다리에는 유약한 여자의 선이 조금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멜빵끈을 잡고 있는 두 손이 크지는 않았지만 딴딴해보였다.
“예절을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저 눈이 하고 있는 말은 선생께서는 알아들으실 수 없을 겁니다.”
그럼 애는? 하고 눈으로 묻자 노인은 또 대답했다.
“얘가 낳은 거지요. 사냅니다. 날짜는 정확하지 않지만, 두 돌이 지난 지가 얼마 안 됐죠.”
“그럼 외손주군요.”
“세상 촌수로는 그렇게 되지요. 하지만 이 산 속에서 그건 따져 무얼 합니까?”
노인은 씁쓸한 웃음을 띠우고 씹어배앝듯이 말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노인의 가슴에 안긴 어린애도 파르스름한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약간 겁에 질린 얼굴로 이편을 응시하고 있었다.
더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일어서서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무거워 보이는 고구마 망태기를 받아 내릴 양으로 소녀의 뒤로 다가셨다.
“그냥 두시죠.” 노인이 말했다. “꽤 무거울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내려놓을 것도 아니니까요.”
그때 꺄드득 어린애가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이것이 아마 선생께서 제 어미를 해치려는 걸로 안 모양이죠? 자, 네 어미하고 함께 들어가거라.”
노인이 다가와 소녀에게 어린애를 건네주었다. 소녀는 어린애를 받아 바싹 끌어안았다. 어린애는 소녀의 목 뒤로 고개를 묻었다. 소녀는 어린애를 안은 두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두 눈은 한 번도 깜박이지 않고 줄창 집요한 시선을 쏘아보내고 있었다. 소녀의 귀밑으로는 보오얀 솜털이 돋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엄마의 얼굴이었다. 두 돌 난 어린아이의 귀여운 어린 엄마. 그 두 눈에 타오르는 빛이 있었다. 돌연히 그 얼굴에 선명한 홍조가 물들었다. 그 강한 열기가 금시에 얼굴로 옮아오는 것 같아 문득 뒤를 돌아다보니 높은 나무 끝 위로 치솟은 험중한 산봉우리가 석양을 받아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노인이 내놓은 노루고기의 건포를 안주하여 가지고 간 비상용 위스키를 나누어 마셨다. 소녀와 그 아들은 한쪽에서 귀한 쌀밥과 쇠고기 장조림을 혀끝으로 씹어먹고 있었다.
“이렇게 술을 하시는 것이 혹시 산신의 노여움을 살 일이나 아닙니까?”
진정 우려도 되어 물어본 말이었지만 노인은 개의치 않았다.
“그보다도…… 상당히 독하고 향기롭군요. 참으로 오랜만애 잔치의 기분을 맛보는군요.”
연기가 빠지도록 흙을 붙이지 않은 첨하의 엉성한 잣나무 얽어리 틈으로 푸른 달빛이 내다보이는데 벽에 붙여 만든 입이 넓은 화덕 안에서는 관솔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마른풀을 두껍게 깐 바닥은 푹신하였고 송진 냄새가 섞인 방 안의 공기는 적절하게 훈훈하였다.
방의 한쪽면을 차지하고 있는 암벽에는 폭과 높이가 한 걸 정도나 되는 어두운 굴이 있었다. 옛날에는 짐승의 서식처였을지도 모를 그 검은 공간은 천연으로 된 것이었고, 어둠 때문에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여름에는 냉기가 불어나오고 겨울에는 훈기가 뿜어나오죠. 아주 편리한 온도 조절기입니다.”
슬기운이 돌차 주름에 둘러싸인 노인의 눈은 가늘어졌다. 그리고 널름거리는 불빛으로 번득이는 입 술사이 에서는 따뜻한 호흡이 부드러운 말이 되어 풀려나왔다.
“척도를 달리하고 보면, 산다는 게 참 단순한 것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슬프고 괴로울 여지도 없고 통쾌하고 행복할 겨를도 없지요. 감각이나 머리로 사는 게 아니고 몸 전채로 사는 거니까요. 그게 시작이며 끝이며, 전붑니다. 외롭지는 않습니다. 불편을 느낄 따름입니다. 기억력 때문에 머릿속에 달라붙어 있는 학문의 찌꺼기, 출생에서 성장까지 인공의 조건에만 적응했던 육신과 생리가 불편할 따름입니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기피해야 될 만큼 못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인간 측에서 그걸 후방에 두려고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우습지만 내가 지금 그 중간에서 서성거리며 죽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것들임니다. 출생이 잘못된 겁니다. 저것들의 몸에는 털이라도 났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겨나질 말았든지…… 누구에게 허물을 돌릴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지금으로 해서 그 책임을 지고 저것들의 생을 해결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는 수 없습니다. 내버려두는 거지요. 나는 지금 나 자신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저 애의 복장을 보고 놀라시는 것 같더군요. 털도 나지 않은 것을 벗겨놓을 수는 없더군요. 저건 또 여잡니다. 그러니 저 정도도 입혀놓지 않고는 내 두 눈이 편안치 않을 겁니다.”
그녀는 바지 대신에 검은색 주름치마를 입고 있었다. 얼굴빛과는 달리 그 탄탄한 종아리와 오동통한 두 발은 청아한 색깔이었다. 그 두 눈이 일심으로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럼 앞으로는…….”
“앞도 없고 뒤도 없죠. 내가 변화하지 않는 한 현재뿐이죠. 그런데 선생. 저 애는 선생을 좋아하고 있군요. 저 애의 눈이 말하고 있어요. 내게 언어가 없었던들, 저 애의 마음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고, 저 애의 내부와 좀더 자유롭게 통할 수 있었을 겝니다만……나 역시 사실은 저 애를 잘 모릅니다. 겉으로 나타나는 감정의 노출을 선생보다는 민감하게 눈치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저 애는 분명히 선생을 좋아하고 있어요.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쉽게 말해서 지 애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제 아비 이외의 남자라는 점만으로 아마 선생은 어떤 사람과 똑같이 저 애에게는 생각되어질 겁니다. 저 애의 손을 잡아보십시오. 저 애는 분명히 어떤 반응을 보일 겁니다.”
얼떨떨한 기분을 가라앉힐 셈으로 한 모금 남은 독한 액체를 들이켰지만 그게 금방 무슨 효험을 가져올 리 없었다. 그런데 노인은 지긋한 시선으로 종용하고 있었다. 어름어름 한 손을 소녀에게 뻗어보았다. 소녀는 두 손으로 살며시 그걸 잡았다. 딱딱한 손바닥이었다. 그게 제법 강한 힘으로 손을 압박하였다. 그리고 소녀는 얼굴을 손으로 가져왔다. 살며시 소중스럽게 뺨을 대었다. 그리고 가만가만 손등에 뺨을 부볐다. 흘깃 노인을 돌아보았다. 노인은 커다랗게 눈을 한 번 껌벅이고는 감아버렸다. 손등에 와닿는 감촉이 달라졌다. 시선을 돌렸다. 뺨과는 조직 이 다른 부드러운 입술이 손둥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삼 년 전이죠I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어떤 젊은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그게 어떤 사람이었든 상관없습니다. 몸에 털이 덮여 있지 않은 인간이기 때문에 도와주었을 뿐입니다. 고맙다는 인사 대신에 저 애에게 쾌락과 고통을 가르쳐주곤 몰래 도망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없어진 놈을 증오하고 저주했습니다만 그것도 틀린 짓이었습니다. 저 애에겐 그때 벌써 그게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저 애에게 필요한 걸 주었다면 오히려 감사해야 할 처지지요. 저 애를 짐승과 짝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 결과 저 애는 저걸 낳았습니다.”
어린애는 잠들어 있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두 뺨이 감빛으로 익어 있었다. 탯줄은 잘리운 지 오래지만 어린 아이는 엄마의 몸안에서처럼 평화로웠다.
“따라가보십시오. 밖엔 달빚에 무척 좋을올 겁니다.”
노인의 목소리가 산신의 목소리처럼 느껴졌다.
높은 암벽 위에 올라서자 조망이 트였다. 눈이 닿는 한, 이젠 대낮의 화려한 광휘를 잃어버린 산줄기들이 면면히 이어져 펼쳐진 채 불규칙한 검푸른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그 위로 차가운 달빛이 골고루 부서져내리고 있었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야행열차가 달려가는 소리라도 들릴 법한 정적이었다. 바스락 소리 한번 나지 않았다. 대기는 피부에 스며들 듯이 상쾌하였다. 쌔애하게 비공을 후벼드는 냉기는 머릿속을 씻어버렸다. ˙
펄덕, 소녀의 모습이 움직이었다. 물결치며 달빛을 튀겨내는 머릿결. 유연한 몸놀림. 가벼운 발걸음. 그녀는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암벽 기슭으로 해서 숲속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둘러보아도 둘러보아도, 산, 산뿐이었다. 그리고 달빛이 충만한 하얀 대기. 조심조심 내려디디는 발밑에서는 마른풀잎이 비단 스치는 소리를 냈다.
숲속엔 소나무 향기가 고여 있었다. 두고 온 냄새들이 머릿속에 피어났다. 갑주(甲胄)처럼 단단한 파운데이션의 고무 냄새. 니코틴에 절어있는 웃음의 냄새. 청니(靑泥)색 지혜의 손짓. 노오란 고양이의 요도(尿道)의 부식(腐植). 독하게 빛나는 매진(煤塵) 삼천 척.
탄환처럼 돌아다니는 사람들. 그 탄도의 궤적은 B셔다의 스냅쇼트. 차라리 저속한 샤콘을…… 들려 있는 여자. 눈을 감은 채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올라가는 여자. 계보를 작도하는 선분들은 장식이 아니다. 무의미한 얽어지. 남이 아니기도 하고 만나 여전히 남인 자는 남보다도 유독하다. 차라리 그걸 사살(射殺)해버렸던들…… 그런데 그너는 쇠고기 장조림을 넣고 가기를 지시해주었고 창상(創傷)을 염려해 연고를 사다주었다. 악마한테도 버림받기를 싫어하는 성정(性情)이 낳아놓은 지겨운 아이러니.
푸드득 !
산비둘기가 날아올라, 짙은 건너 숲으로 사라졌다.
물소리가 났다. 수많은 달조각들이 춤추다가 소리와 함께 또다시 천조각 만조각으로 비산(砒散)하고 있었다.
물가에 던져진 검정과 빨강의 천조각. 거기에서 빠져나간 소녀의 나신이 물가운데 서 있었다. 얼음처럼 차갑게 빛나는 지체. 피부를 벗어버린 생체의 통렬한 아쉬움이 머릿속을 찢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걸 또 씻어내고 있었다. 허리를 구부려 두 손을 모아 물을 떠올리어 몸에 끼얹었다. 임리(淋汭)한 달빛이 온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유리처럼 식어가는 그 어린 엄마를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집어들고 그녀에게 뛰어갔다. 당장에 차가운 물이 발목을 적시었다. 물 속 검은돌 위에 그녀의 맨발이 두 개 놓여 있었다. 거기에서 기어오르는 차가움,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냉한이 옷 속에 들어 있는 더운 육체를 떨리게 했다.
“그만, 그만!”
그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릴 리 없었다. 비어 있는 한 손으로 어깨를 잡았다. 매끄럽게 빛나는 돌이 말랑하게 쥐어졌다. 물이 흐르고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등 뒤로 해서 왈칵 끌어안았다. 차디찬 유방이 한 손에 만져졌다. 응고된 탄력 밑에 체온이 분류하고 있었다.
호닥닥! 토까처럼 그녀는 튀어나갔다. 힘있는 동계(動悸)와 감촉을 손바닥에 남겨놓은 채. 성큼성큼 뛰어가는 두 개의 다리, 휘날리는 머리. 삐끗거리며 멀어지는 등, 허리…… 물을 튀기며 뒤를 쫓았다. 풀섶을 지났다. 나지막하나 가파른 둔덕을 돌자 높은 돌벼랑 아래 관판한 잔디밭이 깔려 있었다. 거기 하얀 달빛이 가득히 고여 있었다.
그녀는 금방 눈에 띄었다. 열 평쯤아나 되는 비스듬한 잔디밭 한가운데 세로 그어진 짤막하고 굵은 선. 잔디가 바스라져 있었다. 늘리고 부벼지고 문질러져 피어 부서지고 갈러어 허트러져 폭신하게 밟히는 잔디잎. 닳고닳은 포유류의 둥주리˛ 피부와 체온의 마찰만으로 길들은 녹신한 짚방석.
그 한가운데 그녀는 누워 있었다. 똑바로 하늘을 향하고 눈을 감고 있었다. 벅차게 들썩이는 가슴을 두 손으로 누르고 기다리고 있다. 달빛이 그녀의 심부로 파고들 듯이 강렬했다.
천천히 다가갔다. 그림자로 달빛을 가리웠다. 가만히 몸을 낮추어 무릎을 꿇었다. 세찬 숨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도툼한 입술이 얇아지도록 꼭 다문 입 언저리에는 확신과 강제와 빛이 남을 정도로 떠돌았다. 그걸 강조하듯이 목덜미의 피부가 불쑥불쑥 움직이었다. 커다래진 비공 위의 차돌 같은 코끝이 어지럽게 눈을 쏘았다.
어느 사이엔가 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열기도 아니고 습기도 아닌 것이 그녀에게서 몰려올라왔다. 온 얼굴의 피부가 거기 물들며 번쩍 깊은 내부의 눈이 뜨여졌다. 왈칵 얼굴을 가져갔다. 뜨거운 숨결아 귀로 들어왔다. 코끝이 뺨을 찔렀다. 얼굴을 움직였다. 뺨으로 코를 쓸었다. 그리고 눈으로 코끝을 만졌다. 축축한 입김이 길게 뿜어나왔다. 번쩍 고개를 들었다. 두 임술아 방싯하게 열려 있었다. 가만히 입을 가져가 그걸 막았다. 그리고 혀끝을 움직이며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하였다.
한 팔을 머리 밑에 베어주고 한 손으로는 그 딴딴하고 매끄러운 허리를 잡고, 온 얼굴과 가슴을 입으로 어루만졌다. 그러다가 작렬할 듯이 팽창하는 아픔을 느끼며 그녀의 가슴에 덜컥 얼굴을 던져버렸지만 그녀는 움짝도 않고 누워만 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두 눈은 감겨있었다. 방싯하게 열린 입술은 웃고 있는 게 아니었다. 허리에 대었던 손을 더 아래로 가져갔다. 두 개의 다리가 갈라지는 깊은 곳에 거울보다도 매끄러운 수면이 몰래 고여 흐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
벌떡 몸을 일으키었다. 옷을 벗었다. 모든 것을 벗었다. 그리고 최대한의 밀착과 합일을 염원하며 그녀의 몸 위에 몸을 겹쳤다. 천천히…… 조심스럽고 소중스럽게, 그녀는 마주오며 받아들였고, 그제야 그녀의 팔이 목을 휘감았다.
등을 쓸어내리는 한기를 느끼고 그녀의 뺨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어디에선가 비둘기처럼 꾹꾹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살며시. 속눈썹이 떨릴 정도로. 그런데 그녀는 웃고 있었다. 방싯하게 열린 입술이 길게 가로 그어져 소리없는 웃음을 온 얼굴에 담고 있었다. 그것은 생명의 귀여운 엄마의 웃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딴딴한 그녀의 몸을 출렁이며 몸을 떼었다. 새빨간 그녀의 입술이 어둠 속에서 닫혀졌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유열에 취한 채 몸을 돌려 그녀의 곁에 나란히 누웠다. 깔깔한 잔디가 등의 피부를 일깨우는데, 온 전면(前面)으로는 달빛이 쏟아져내렸다. 그래도 달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수줍은 두 눈이 시선을 피하며 높이 솟아오는 벼랑 위를 향하는데, 거기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석상처럼 우뚝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놀라지 않았다. 개의치 않았다. 따라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밤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노인의 눈에 비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여태껏 찾아오던 황홀하게 훌륭한 산삼의 뿌리였을지도 몰랐다.
-끝-
2016년 11월 12일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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