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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로 유명한 한산에는 이런 민요가 전한다.
“모시야 적삼 아래 / 연적 같은 저 젖 보소 / 많이 보면 병납니더 / 담배 씨만큼만 보고 가소”
모시는 적삼 속에 가슴이 비칠 만큼 얇고 투명하다. 몸에 쉬 들러붙지 않고 통풍이 잘돼서 여름철 더위를 이겨내는 데 이보다 좋은 옷이 없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시절, 모시는 조상들이 무더운 여름을 효과적으로 나는 방편이었다. 모시 중에서도 한산의 것은 양반네들이 즐겨 입던 최고의 상품이었다.
오일 마다 장이 서는 한산장이 여느 장과 다른 특별함이 모시에 있다. 귀하디귀한 모시가 장에서 거래되는 탓이다. 모시전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니 한산 모시의 위력은 사뭇 대단하다. 이른 새벽부터 지역특산물인 모시 거래가 이뤄지고, 그다음에 인근 마을에서 모여든 상인들이 좌판을 벌이면서 생필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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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장이 자리를 잡은 지는 100여 년이 넘었다. 지금도 장이 열리는 한산면 버스터미널 뒤편이 처음 장이 서던 장소다. 오랜 세월 동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장의 규모나 위세가 예전만 못하지만 아련한 옛 정취와 사람 냄새가 풍기는 것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새벽 백열등 아래 모시를 비춰봐야
한산면 버스터미널 뒤, 평소에는 여느 시골처럼 한적하던 이곳이 매월 1, 6일이 들어가는 날이면 새벽부터 시끌벅적해진다. 다른 지역에서는 장이 서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한산장에는 새벽 3시부터 필모시를 팔려는 이들이 모여든다. 필모시를 가져왔다고 해서 무작정 파는 것은 아니다. 장터 ‘모시검사장’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모시 한 필(폭 31cm, 길이 22m)의 길이는 정확한지, 직조는 제대로 되었는지 꼼꼼하게 확인한 후에 검시관은 합격 도장을 찍어준다. 이 도장이 없으면 거래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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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시 검사가 끝나면 백열등을 켜고 판매를 시작한다. 이때 시간이 새벽 5~6시쯤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모시전을 보고자 한다면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오전 7시쯤이면 모시전은 파장하고 만다. 이처럼 모시전이 새벽에 열리는 이유는 새벽안개 속 백열등 밑에서 모시를 비춰봐야 색이 더 곱고 예쁘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해야 진품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시전은 4월에서 6월 사이가 성수기고, 겨울철에는 서지 않는다.
필모시 거래는 거간이라 불리는 중개인을 통한다. 중개인과 매입자가 앉아 있으면 모시를 팔려는 사람은 가격을 후하게 쳐줄 것 같은 매입자 앞에 필모시를 펼친다. 그럼 중개인과 매입자가 모시의 상태를 확인하고 가격을 흥정한다. 흥정은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려는 매입자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판매자와의 신경전이다. 당사자들이야 진지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말이 어떻게 날지 궁금한 재미있는 광경이다.
가격이 결정되면 바로 돈이 오간다. 보통 한산장에서 거래되는 모시 가격은 세저 60만 원, 중저 30~40만 원 선, 막저가 20~30만 원 선에서 거래된다. 이처럼 한번에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모시다 보니 아낙들의 중요한 수입원이 된다. 모시가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공정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한산모시는 태모시,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짜기의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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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풀을 베어 바깥층을 벗겨 내고 속껍질로 태모시를 만든다. 속껍질을 햇볕에 말리고 물에 적시기를 너덧 번 하면 태모시가 된다. 태모시는 다시 모시굿으로 만든다. 모시굿은 모시째기와 삼기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태모시를 치아로 쪼개서 모시섬유의 굵기를 일정하게 하는데, 모시의 품질이 결정되는 중요한 공정이다. 모시째기가 끝난 모시섬유는 쩐지라는 버팀목에 걸어놓고 손바닥으로 비벼 연결해 실타래처럼 만들면 모시굿이 완성된다.
이후 베틀에 걸어 한 필의 길이에 맞춰 날실의 길이와 올수를 맞추는 날기 작업을 한다. 그리고 콩가루와 소금을 물에 풀어 만든 콩풀을 여러 개 날실에 묻히고 왕겨불로 말리는 매기과정을 거친다. 매기는 ‘다했다’는 완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모시짜기를 위한 준비과정은 모두 마치게 되는 것이다. 이후 날실과 씨실을 엮어 모시를 만든다. 재료를 준비해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3~4개월이 걸리는 탓에 모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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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 가는 길
*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 동서천IC → 29번 국도 부여 방면 → 한산버스터미널 → 한산장
* 대중교통
서울→동해
강남 남부터미널에서 1시간 간격 운행. 소요시간 2시간 50분. 고속버스 운임 일반 12,200원
◎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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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집
화양면사무소 옆 양떼가든(041-951-6885)은 물잠뱅이매운탕이란 이름의 음식을 낸다. 물잠뱅이는 정체는 물메기. 동해에서는 곰치라 부른다. 얼큰하게 끓여낸 매운탕은 잔맛이 없고 개운하다. 물잠뱅이매운탕 2만~3만 원
◎ 잠자리
서천읍과 한산장이 열리는 한산 인근에는 괜찮은 숙소를 찾기 힘들다. 마량포구 가는 길의 도깨비펜션(041-952-7123)은 일출과 일몰을 한 장소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