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오늘을 기록하다.
제주가 아름답다면 한라산이 있기에 그 가치가 발하듯 과거가 있었기에 현재가 더 멋지게 보이고 오늘이 흘러 흘러 과거가 되면 지금에 있었던 일들이 더 예스럽게 보일 것이다. 제주문화원에서는 2010년경부터 제주에 선조들이 발자취를 찾아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하였고 시작점에서 필자는 동참하였다. 프로들도 때로는 긴장할 때가 있듯 저 역시 시작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찾아가 지난 일들을 물어보고 녹음하고 기록해야 할까? 하며 고민도 하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다녔다. 서툰 문장이지만 한 땀 한 땀 자판기로 두들기면서 잘못된 것은 지도받아가며 일궜던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는 제주 속담이 딱 맞다. 그때 그랬다. 제 필적이 책으로 만들어져 세상 사람들에게 선보여졌는데 혹 잘못된 내용은 없을까 노심초사 마음 졸이며 살펴봤지만, 아마추어치고는 이만하면 됐다 하고 저 자신에게 칭찬하며 용기를 내어 책이라는 금자탑에 기초공사한 것이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제주문화원 참! 대단하다. 기역도 모르는 문외한들에게 기어 다니고, 걷고, 뛰어다닐 수 있도록 튼실한 조언자가 되어 준 것이다. 책이라는 문화, 글자의 조합을 만들어 가는데 제주문화원 직원들은 쉬는 시간도 때로는 야근을 해가면서 지도를 한 것이다. 현장을 찾아다니다 그만할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고마운 제주문화원 국장을 비롯하여 직원들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차곡차곡 정리하여 책꽂이에 보물같이 보관한 자료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이 글을 옮기고 있다. 2011년 3월부터 제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마을을 찾아가 80세가 넘으신 고향 삼촌께 큰절을 올리고 때로는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고 아버지처럼 모셨던 기억도 생생하다. “삼촌 천천히 기억했다가 다음 날 오면 잘 고라 줍써‘ 하면서 무거운 발걸음 돌려 집에 와서 녹음기를 틀어 듣고 또 들어가며 정리했던 지난 시간이 오히려 지금보다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왜? 문장이 완성될 때마다 제 기분이 좋았으니까. 그럼 어떤 생활문화가 기록으로 남겨졌을까?
2011년 전통생활문화 지도 만들기 조사보고서 1부터 2012년 조사보고서 2, 2013년 조사보고서 3, 2014년 옛 제[주인의 삶, 2015년 제주도 생활문화, 2016년 추억의 밥상, 2017년 기억으로 보는 제주 생활문화 1, 2018년 기억으로 보는 제주 생활문화 2, 2019년 기록과 역사 그리고 사진, 2020년 NOW, 오늘을 기록하다 1, 2022년 NOW, 오늘을 기록하다 2편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자료가 탄생하기까지는 제주문화원 소속으로 2008년에 설립한 제주향토문화연구회가 한몫을 했다. 필자도 연구회장을 4년 동안 하면서 이러한 작업을 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을 했었다. 연구회원들은 문화원 지도를 받으면서 1년 동안 발품을 팔아 지역을 누비고 다니며 과거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대학이나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기록하는 그것만큼은 못할지언정 순수하게 발품 팔아 어르신들 만나서 소담 소담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 때로는 즐겁고 기분도 좋지만, 조사하다 살짝 막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럴 때는 전문서적도 찾아서 기억을 더듬을 수 있도록 지원사격도 했다. 제주문화원은 큰 집이라 한다면 향토문화연구회원들은 전쟁에 나가 몸으로 때우는 야전병이다.
필자는 1979년 겨울 결혼식을 신식으로 양복입고 신부는 드레스 입고 식장에 입장하였다. 1960년대만 하여도 말 타고, 가마 타고, 사모관대에 신부는 족두리 쓰고 전통혼례를 마을에서 치루는 일이 다반사였다. 제 결혼사진이 많았고 잘 정리하여 보관한 덕분에 제주도 1970년대 신식결혼식 사진이 전시되고 방송으로 나가고 인터뷰까지 했다. 동료들은 1960년대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이야기도 기록하고 저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 때까지 교련을 받은 내용과 유일하게 제가 다닌 고등학교가 ”원보훈련“이라는 장거리 행군을 전교생이 실시하는데 3년을 지냈던 추억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요즘 학생들 정신력으로는 좀 어렵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비교도 해본다.
이렇게 문화는 해방 후 20, 30, 40, 50km로 천천히 변하다가, 2000년이 넘어서면서는 70, 80km로 빠르게 변하고 있어 과거는 뒤안길이고 새로운 것들만 쫓으려는 것이 역력히 보였기에 제주문화원은 더 잃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학자들도 깜짝 놀란다. 지금도 정리할 내용은 많다. 내년 또 내 후년에도 이 기록은 계속될 것이다. 행정은 조금만 더 문화원에 관심 두고 지켜보면서 발품 팔아 다니는 회원들에게 따뜻한 격려라도 해주시면 어떤가 하면서 기록은 후세들에게 본보기가 되기에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뛰어다니겠노라고 이 페이지에 다짐해 본다.
제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회 회원 김원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