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5일 오후, 친구 몇 사람과 어울려 서울 목동 CBS기독교방송사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교회 성경 필사본 전시회’를 다녀왔다. 성경 필사란 말은 평소 주위에서 많이 듣고
실제 필사하신 분의 이야기도 직접 듣기도 하였으나, 그날 전시회에서 둘러보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그 앞에 서니 성령의 감동과 인도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스며들며,
그 어떤 종교행사보다 의미 있고 가슴이 뭉클하며 주님의 음성이 조용히 그 가운데
흐르는 것 같았다.
지난 6월24일부터 7월31일까지 무료로 전시되는데 관람객 열기로 뜨거웠다.
전국에서 318명이 보내온 필사본들은 진품으로 제각각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값진 성경들이다. 한글 성경은 보통 구약 140만 자, 신약 44만 자나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필사하기에는 수년이 걸리는 방대한 분량이다. 전시된 필사본에는 어떤 분은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봐야 겨우 볼 정도의 깨알 같은 글씨로 이 많은 글자를 썼고,
또 어떤 분은 한글 붓글씨로 5년 걸려 완성했다 한다.
필사의 동기도 가지가지다. 성경을 읽다가 감동이 와서, 기도하다가 성령의 이끌림을 받아,
죄를 짓고 감옥에서 회개하는 심정으로, 군대가 아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사업이 잘 돼서,
사업이 망해서, 불치의 병이 들어서, 지난 날을 회개하는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각오를 다짐하면서….. 등이다. 그러나 인간사의 희로애락이나
개인의 다짐만으론 성경필사에 임하는 긴 시간의 인내와 초인적인 정성의 몰입을 설명하기에는
어렵고, 성령의 역사하심이 임재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기독교 신자들에게 성경은 신앙의 바탕이었고 신앙생활의 중심이었다.
성경을 읽고 외우고, 가르치고 배우고 성경 가르침대로 살아가려는 자세가 한국 기독교
초기 때부터 뿌리를 내렸고 이러한 한국 신자들의 모습을 본 외국 선교사들은
‘성경의 연인(Bible lover)’이라고 부르곤 했다. 이러한 성경의 지극한 사랑의 생활화는
성경보급과 성경필사(筆寫) 열기로 나타났다.
1911년 신약과 구약을 합한 ‘성경전서’ 발간 이후 지금까지 나온 성경이 4200만부에 이르러
남한 인구수와 맞먹는다. 또한 신, 구약 성경을 직접 손으로 베껴 썼기나 쓰고 있는
기독교 신자의 수가 45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다.
“쓰기 전에 한번 읽고, 마디마디 끊어가며 읽고, 쓰면서 읽고, 쓰고 나서 확인하며 읽고…”
이렇게 보면 한 번의 필사는 성경을 적어도 4~5번 이상 읽는 효과가 있다.
개신교 역사를 보면, 한국은 선교사가 오기 전에 이미 자국어 성경을 갖춘 희귀한 나라였다.
그만큼 초기부터 교회와 신앙생활에서 성경은 뗄 수 없는 관계였다.
1885년 부활절 새벽에 인천항을 밟고 이 땅에 복음 전하러 온 최초의 선교사 두 명,
언더우드와 아펜셀러의 두 사람의 손에도 한글로 된 ‘마가복음’이 들려 있었다.
이는 1882년 수신사 박영효를 따라 일본에 갔다가 남아서 개신교 신자가 된
대조선 이수정(大朝鮮 李樹庭)이 일본서 번역한 성경이었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절대자를 향한 믿음을 찾아 때론 방황하며 자신을 몰두하며 던지는
인간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첫댓글 좋은말씀 감사드려요
평안한 하루 행복하세요 ^^^^
시간이 허락되시면
전시장을 한번 찾아 가 보시면, 감동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