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군대 왜 가니? 내가 입대 전에 수도없이 들은 말이다. 필자는 1년간 목숨 걸고 공부해서 약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한 달 뒤 바로 군 입대를 결정하였다. 의대생이나 약대생의 경우, 장교나 병역특례의 기회가 많아 대다수의 미필자들이 현역병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합격의 기쁨을 즐길 여유도 없이 바로 3월 입대를 지원하였다. 그동안 계속 공부만 했었기에 이제부터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고, 나중에 다른 기회가 있다는 생각에 입학하자마자 입대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남들보다 1~2 년 정도 늦은 상태였기에 입대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서 밤하늘의 별자리를 바라보며 지금의 결정이 2년 뒤의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생각하곤 했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내가 전공했던 분야를 더 배우고 싶었고, 평소에는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내 자신이 성숙해지길 바랐다. 익숙하고 편안한 안락한 환경에서는 발전이 없다. 누군가 시련을 통해서만 자아가 성숙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나는 입대를 통해서 실천하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의 결정이 내 인생에 이득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일병 때 파견 갔었던 GP에서 복귀해 신병교육대 의무대에서 상병 1호봉부터 거의 전역 즈음까지 약 9개월간 분대장 임무를 수행하였다. 매주 100명에서 200명의 교육생들이 입소를 하는데 다양한 질병 케이스를 볼 수 있다. 고열, 감기, 복통, 코피 등 흔한 증상에서부터 봉와직염, 다한증, 간염, 수두, 쯔쯔가무시 등 태어나서 처음 보는 질병까지, 그리고 갑작스러운 출혈이나 골절 같은 긴급한 상황도 있었다. 학교에서 공부만 했다면 이러한 상황들을 대면할 수 있었을까? 질병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군의관을 보조해 치료를 하면서 소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 공부를 하면서 군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이 매우 귀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몸소 겪으며 배웠던 질병과 그에 대한 치료법들이, 미생물학이나 생리학을 공부할 때 자주 나와서 큰 도움이 되었다.
민간에서는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처지법 같은 의무병의 능력이 도움이 되는 분야가 매우 많다. 심폐소생술은 자신이 체육, 생명, 보건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면 인생을 살면서 여러 번 교육 받게 될 것이다. 나는 수상인명구조자격 강습을 듣고 있는데 이때 심폐소생술 과목을 배운다. 아주 편하게 교육을 받았고 의무병으로서의 경험이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의무병 출신 전역자라면 BLS, ACLS 같은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쉽게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방학 동안 이 자격증을 취득할 생각이다. 또한 예비군 훈련에도 CPR교육 및 응급처치법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처음 갔던 예비군 훈련장에서 교육을 하던 이등병이 지혈대 제작에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나는 전역한지 얼마되지 않은 예비역 병장이 알려주겠다고 직접 나서서 예비군들에게 시범을 보였다.
의무대에서는 민간병원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밤에 발생할지 모르는 환자에 대해서 민간병원처럼 교대로 당직근무를 한다. 계속해서 소모되는 의약, 의무물품들을 관리하고 추가로 신청해야 하며,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적절한 곳에 올바르게 보관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군의관이나 약제병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연고나 약품에 대한 지식들도 많이 쌓았다. 또한 다양한 주사법들을 하루에 최소 다섯 번 정도 하기 때문에 간호사의 경우 실력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졸업 후 병원에서 근무하고 싶은 나에게는 이러한 경험이 없는 친구들에 비해 적응이 매우 유리할 것이다. 의무병의 역할 중 하나인 환자후송은 매우 중요하다. 움직일 수 없는 환자를 업고 가야하기 때문에 체력은 의무병에게 중요한 요소이다. 이로 인해 부대에서는 운동을 권장한다. 다른 병사들에 비해 체력적인 측면에서 조금 부족한 인원들이 많기 때문에 특급전사나 전투프로를 달성할 경우 포상이 주어지는 부대가 많다. 3Km 달리기, 팔굽혀 펴기 등을 매일 연습하며 꾸준한 운동을 한 결과 포상휴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전역 후 체력적인 면에서 입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였다.
의약계열 학생들은 학업의 중단, 나이, 자신의 내성적인 성향을 우려하며 군 복무를 어렵게 생각한다. 그래서 석사과정 이후 현역병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복무하는 것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러한 방법을 고민하였다. 그러나 그런 학생들에게 주저 없이 말하고 싶다. 의무병, 약제병으로 지원하는 것은 학업의 중단이 아니라 연속이고 오히려 현역병 지원입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지원입영을 함으로써 의약분야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고, 전역 후 이 분야에서 군 복무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장점이 있다. 자신의 전공 분야로 지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 전공을 가지거나 자신과 공통점을 가진 동기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고 가족,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 의무병은 공부를 하다가 늦게 입대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이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기 때문에 늦었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걱정과 두려움은 누구나 다 겪는 과정일 뿐이다.
그저 박차고 떠나야 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 처한 환경과 이것저것 따지고 계산하며 비교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원입영은 자기분야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사회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실전 지식들을 많이 쌓을 수 있다. 최소한 자신에게 손해는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요즘 병무청 홈페이지가 잘되어 있어서 자신이 어떤 특기병으로 입대할 수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미필자들은 군대가 아니어도 그런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얼마 전 군 입대를 고민하고 있는 후배에게 의무병 입대를 적극 추천하였다. 내가 선배들에게 조언을 받았듯이, 나로 인해서 누군가가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의 수기가 입대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단단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전역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깨달았다. 현역병 지원입영,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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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청춘예찬 원문보기 글쓴이: 굳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