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23-90)> 한파 속에 맞은 동짓날
오늘(12월 22일)은 24절후(節候)의 스물두 번째 절기(節氣)인 동지(冬至)다.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오늘 날씨는 북극(北極)발 한파(寒波)가 밀려오면서 사흘째 한파 경보와 주의보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5도이며,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이하이다.
기상청(氣像廳)은 12월 21일과 22일 한파를 이례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북극의 얼음 바람이 한반도로 곧장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보통 북극한파은 구불구불한 바람 길을 통과하면서 약해지는데, 이번엔 한반도까지 직선 길이 열린 것이다. 여기에 중국 북부의 차가운 고기압(高氣壓)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2월 초 우리나라 기온은 ‘영상 20도’까지 치솟아 가장 더운 12월 기록을 경신했다. 그 후 불과 2주일 만에 ‘영하 20도’로 급락하여 변동 폭이 40도에 이른다. 기상청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기온이 40도씩 널뛰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극한 날씨’가 올겨울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종전의 삼한사온(三寒四溫)이 무너지고 있다.
동지는 태양이 적도(赤道)이남 23.5도의 동지선(南回歸線) 곧 황경(黃經) 270도의 위치에 있을 때이다. 이에 양력 12월 22일-23일 무렵이다. 동지가 양력으로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 한다. 우리 민족은 태양력(太陽曆)인 동지에다가 태음력(太陰曆)을 잇대어 태음태양력으로 세시풍속을 형성시켜 의미를 부여했다.
궁중에서는 원단(元旦, 설날)과 동지를 가장 으뜸 되는 축일(祝日)로 생각하여 동짓날 군신(君臣)과 왕세자가 모여 잔치를 하는 회례연(會禮宴)을 베풀었다. 관상감(觀象監)에서는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궁에 바친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작은설’이라고 하였다.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처럼 동지첨치(冬至添齒)의 풍속으로 전하고 있다.
동지에는 ‘동지팥죽’을 먹는다. 붉은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를 만들어 넣어 끓이는데, 단자는 새알만한 크기로 하기에 ‘새알심’이라 부른다. 팥죽은 먼저 사당에 올려 동지고사(동지告祀)를 지내고, 각 방과 장독, 헛간 같은 집안의 여러 곳에 놓아두었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다.
팥죽을 사당에 놓은 것은 천신(天神)의 뜻이고, 집안 곳곳에 놓는 것은 축귀(逐鬼)의 뜻이어서 이로써 집안에 있는 악귀(惡鬼)를 모조리 쫓아낸다고 믿었다. 이것은 팥의 붉은색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를 쫓는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붉은 팥은 옛날부터 벽사(辟邪)의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 모든 잡귀를 쫓는 데 사용되었다.
우리 조상들은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에는 팥죽, 팥밥, 팥떡을 해서 먹는 풍습이 있었다. 요즘에도 이러한 풍습이 이어져 고사(告祀)를 지낼 때에는 팥떡을 해서 고사를 지내고 있다. 팥(red bean)은 건강식품으로 여러 가지 효능이 있다. 즉 피부가 붉게 붓고 열이 나고 쑤시고 아픈 단독(丹毒)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피로회복, 부종, 설사, 해열, 각기, 산전산후통, 진통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팥(red bean)과 동지팥죽
靑松 朴明潤 (서울대 保健學博士會 고문, AsiaN 논설위원), Facebook, 22 December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