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3년 10월 13일(금) 오후 3시
대상 : 대전 민족사관(이은호, 김민준)
오늘은 책 대신 영화를 보았다. 제목은 '우리들'이다. 영화도 두 녀석을 배려해서 더빙이 들어간 외국 영화나 조금 스토리가 복잡한 것을 피했다. 대신 비슷한 또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를 선정했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녀석 모두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은호와 민준이가 쓴 감상문을 보면 영화의 줄거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그것을 통해서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를 발견하지도 못했다. 그냥 뻔한 윤리적 교훈들을 몇 자 적는 것으로 글을 끝마쳤다. 또한 문법이나 글의 구성이나 내용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두 녀석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숙제를 내어 주었다). 글을 작성한 다음에 소리를 내어서 읽어보고,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들을 고치라는 것이다. 일명 퇴고를 하라고 부탁을 했다. 자신이 쓴 글을 읽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글의 흐름이 부드럽지 못하거나, 문법적으로 고쳐야 하는 부분들을 발견했으면 그것을 수정하나는 숙제를 내어준 것이다. 특히 오늘 글은 다른 날보다 더욱 산만하고 맥락도 전후 관계도 없었다. 이것이 과연 초등학교 5, 6학년의 글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마저 들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요약도 못하는 녀석들. 글을 쓰면서도 전혀 내용이 전달되지 못하는 내용으로 글을 쓰고 있는 녀석들. 자신이 쓴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녀석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수업 내내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여기서 지적질을 하기 시작하면 두 녀석 모두 포기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두 녀석의 인생 중에서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도 그들이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일들을 겪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용도 없고 말도 안 되는 두 녀석의 글을 듣고 있으니 답답함이 하늘을 찌른다.
퇴고! 퇴고! 퇴고! 제발 자신의 쓴 글을 한 번이라도 소리를 내어 읽어봐라. 그리고 내용이 이상하거나 말이 되지 않으면 고쳐라. 스스로 하기 어려우면 학교 선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라. 선생님들에게 읽어주고 의견을 구해봐라. 제발 다음 주에는 꼭 이런 작업을 한 번 이상 할 수 있기를 당부하고 또 당부하고, 부탁하고 또 부탁했다. 두 녀석들 모두 고개는 끄덕인다. 알겠다는 의사인지 잔소리 그만하라는 의미인지 지금 당자은 알 수 없다. 다음 주가 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