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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편의방
편의방은 두 번 방문했다. 한 번은 주말 저녁, 한 번은 평일 낮. ‘성시경의 먹을 텐데’에 나온 이후로 넓은 층으로 인기가 확산됐다. 주말에 갈 계획이라면 주말 저녁에는 빚어 놓은 만두가 소진되어 주문할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일 수 있으니 빠르게 움직이는 편을 권한다.
다른 곳들과 달리 편의방의 특별한 점은 생선만두. 메뉴판에서도 가장 상단에 있다. 주문해서 바로 나온 상태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고기만두라고 느낄 정도로 차이가 거의 없다. 식힌 이후로 생선 향이 감돌기 시작한다. 육안으로 느낄 수 있는 차이라면, 생선만두는 만두소에서 초록빛이 나고, 고기만두는 숙주의 노란빛이 돈다. 또 생선만두는 주문하면 겨자소스를 내어주는데, 이게 허니 머스타드 소스처럼 생각하고 담뿍 묻히면 큰일 난다. 꽤
일 난다. 꽤 알싸하니 주의해서 찍어 먹을 것.
고기만두는 물만두로 주문할 수 있었는데 찐만두와 차이라면 따수운 물기가 촉촉하게 곁들여졌다는 것. 숙주의 노란색으로 겉으로 보기엔 창백해도 안쪽은 노르스름하다. 소 안에 살짝 상쾌한 생강 향이 있어 계속 입으로 들어간다.
사실 만두를 더 극진히 소개해야 옳으나 편의방에서 먹은 음식 중 베스트는 가지튀김이었다. 살면서 먹은 가지 요리 중 베스트로 꼽을 만큼 대단했다. 특별한 것 없이 가지를 듬성듬성 썰어 반죽에 튀겨낸 것인데 겉은 바삭, 속은 솜사탕처럼 없어진다. “겉바속솜”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진 양파가 들어간 새콤한 간장소스를 같이 주시는데 당연히 가지를 찍어 먹어도 맛있고, 만두를 찍어 먹어도 궁합이 좋으니 포장해 갈 때 가지튀김 소스를 추가해 보길 권한다.
포장해 간 만두를 집에 가서 먹었을 때는 생선만두와 고기만두의 향 차이가 확연하게 났다. 물론 부담스럽게 비릿한 향은 아니었고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향과 맛이었다.
첫 번째 방문에서는 군만두를 맛볼 수 없어서 평일 낮에 재방문했다. 과연 재방문할 만한 맛인가? 그렇다. 꼭이다! 혹시 연차를 내시더라도 평일에 와서 여유롭게 맛보셨으면 한다.
편의방
[3] 연교
편의방에 방문한 이후 연교에 갔다가 놀랐다. 너무 가까워서. 대로 하나를 두고 거의 마주 보다시피 위치해 있다.
연교 역시 대기가 늘 있는 편이라고 한다. 그나마 내가 방문했을 때는 줄이 긴 편은 아니었다. 대기가 길 때는 도보 2~3분 거리에 있는 월량관을 방문하라는 안내가 있으니 참고할 것. 편의방의 연관검색어가 성시경이라면 연교의 연관검색어로는 스윙스가 등장한다. 정말 찐 단골이라고. 후기들 중 스윙스와 연예인들을 봤다는 후기도 많다.
그래도 진정한 연교의 셀럽은 만두를 빚는 분들이 아닐까.
특이사항은 만두 추가 주문이 안 된다는 것. 한 팀당 60분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첫 주문 시 메뉴판을 정독하고 신중하게 리스트업해야 한다.
연교의 시그니처 만두, 성젠바오는 상해 스타일 만두로 반죽에 효모를 넣어서 기존의 만두피보다 폭신하고 부드럽다. 만두와 찐빵 사이의 식감인데 밑동을 살짝 구워내서 찐만두, 군만두, 찐빵식 만두 취향을 모두 아우르는 만두라고 할 수 있겠다. 기본은 돼지고기 소를 넣은 고기 성젠바오와 비건도 즐길 수 있는 채소 성젠바오가 있다. 모둠 성젠바오를 주문하면 2개씩 사이좋게 맛볼 수 있다.
위 사진은 채소 성젠바오의 단면이다. 고기 성젠바오는 갈비 맛이 ‘찐하게’ 나는 고기와 육즙이 그득하게 가득하다.
메뉴판에 군만두 같은 사진이 있어 시키려는데 점원분이 군만두가 아니라 꿔티예라며 정정한 메뉴다. 꿔티예도 성젠바오처럼 하이브리드 만두다. 찐만두 근데 이제 밑에는 구워낸. 그래서 비주얼은 군만두로 보이지만 식감은 쫄깃하고 보송하면서 구워낸 단면이 고소하게 스며든다. 소는 역시 갈비 맛이 나는 고기소가 들어있다.
챠우셔우는 매콤하고 투명한 라유 소스가 곁들여진 새우 딤섬이다. 통살 새우가 들어가 있어 식감이 탱글하다. 둘이 가도, 셋이 가도 똑같이 나눠 먹을 수 있는 2*3의 숫자, 6피스가 제공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꼭 똑같이 나눠 먹도록 하자. 누군가 하나 더 먹게 되면 평화가 깨질 수 있는, 최소한 누구 하나 마음 상할 수 있는 맛이다. 아니 내가 그랬다는 건 아니다.
만두를 먹으러 왔지만 뭔가 새콤한 탕이 필요할 것 같아서 주문한 메뉴다. ‘쏸라’라는 이름이 시고 맵다는 뜻이라 해서 똠얌꿍 같은 비주얼과 맛을 떠올리며 주문했는데 식초와 매운 고추가 들어간 울면 국물 같은 것이 나와서 적잖이 당황했다. 첫인상은 솔직히 당황스러웠지만 먹다 보니 그런대로 또 새로운 맛이었다. 맛의 지평을 열어가는 과정에는 당황하고 당혹스러운 순간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안정적인 선택을 하실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고 싶다. 하이리스크지만 하이리턴은 아닌 선택.
만두는 추가 주문이 되지 않아도 맥주는 추가 주문이 되어 다행이다. 야속하게도 헤어질 시간은 다가오고 무언가 아쉬움이 남을 때 시키기 좋은 망고 맥주를 디저트 삼아 연교에서의 자리를 마무리했다.
세 집의 공통점은 편리화된 대기 시스템이 없다는 것. 랜선 줄서기는 물론, 그 흔한 이름 적는 판도 없다. 그저 문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기다릴 가치가 있는 집들로, 설령 연차를 쓰더라도 방문해 볼 만한 집들로 추렸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먹어도 먹어도 육즙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만두들이라는 것. 예상컨대 만두소에 있는 고기가 다져지는 수준을 넘어 짓이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추론해 본다.
그래서인지 통상 만두를 먹고 났을 때 느껴지는 불편한 소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과정만 미루어 봐도 만두는 이 한 덩이, 한 입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과 노하우가 압축된 음식인지 알 수 있다. 주먹보다 작은 한 덩이에 꾹꾹 눌린 정성을 폭폭하게 찌고 바삭하게 튀기고 구워낸 만두를 먹으러 떠나보는 꿈을 가져보자. 살면서 한 번쯤 맛있는 만두를 위해 연차를 내고 풍류를 즐기는 것도 현대인의 낭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