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거꾸로 바라보는 시선
그림자에 부여하는 색색의 의미
『엄마를 주문하세요』는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그 기발한 관점은 아이들을 동시의 세계로, 즐거운 여정으로 데려간다. 엄마를 주문하는 아기(「엄마를 주문하세요」)와 “고라니는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경고(「출입 금지 구역」)처럼, 시인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본다. 동시를 읽으며 따라가면, 시인의 상상력과 섬세한 언어 감각이 우리에게 물든다.
박경임 시인의 동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어느새 포근하고 깊이 있는 세계가 아이들을 반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것에 존재 가치를 부여하고, 서로서로 안아 주는 세상을 그린다. 동시를 따라가다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따뜻한 사랑을 배울 수 있다.
목차
1부 숨어 있어도 별은 빛이 난다
작은 별/ 고등어/ 여름 풀밭/ 조약돌/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꽃사과나무/ 개구리야, 고마워/ 노란 이야기/
홍시/ 나는 흰 구름이야/ 어떤 만남/ 수박
2부 날개가 나오는 문
나는 누구일까?/ 마니아/ 아직도/ 다 좋아졌어/ 내가 이렇게 컸나?/
기억해/ 축구공의 날개돋이/ 학원 가는 길/ 엄마를 주문하세요/
혼자 밥 먹기/ 그네/ 이게 뭐지?/ 오리털 점퍼
3부 나의 유리 사람
닫히지 않는 대문/ 느티나무가 자라는 법/ 곶감은/ 할머니와 고양이/
할머니는 내가 아픈지 어떻게 알아요?/ 텃밭/ 할미꽃/
시계 열차/ 사탕/ 아직 여기 있어/ 눈사람
4부 눈 감고 오래 나무를 안아요
해피 엔딩/ 늠름한 지렁이/ 출입 금지 구역/ 나무늘보/
누르지마복숭아/ 숨어 사는 그림자/ 보자기/ 무서운 이름/
돌사자/ 서산마애불/ 달걀도깨비/ 그림자
해설 | 숨은 빛을 찾아 떠난 동시 여행록 _이안
저자 소개
글: 박경임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 대산문화재단에서 대산창작기금을 받았습니다.
그림: 민지은
무더운 날 시원한 물 한잔 같은, 심심한 국물에 짭조름한 소금 같은, 깜깜한 밤 한 줄기 빛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그립니다. 그린 책으로 『고양이 글자 낚시』, 쓰고 그린 책으로 『달글라스』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즐겁게 시작하는 동시 여행
박경임 시인은 일상을 거꾸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하여,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들에게 더 넓고 깊은 세계를 보여 준다. 남겨진 감씨는 “감씨 삼 형제”로(「홍시」), “터진 공”은 “날개가 나오는 문”으로(「축구공의 날개돋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다. 사물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은 사물 너머의 가능성을 포착하는 것이다. 인식의 세계를 확장하는 만큼, 우리의 세계도 넓어진다. 그렇게 넓어진 세상에서 책장을 하나씩 넘기다 보면, 어느새 동시 여행에 흠뻑 빠져들고 생각이 깊어지는 만큼 성장한다.
숨은 것을 발견해 내는 따스함
박경임 시인의 동시는 처음부터 낮은 곳에 있는 아주 작은 것의 가치를, 그 찬란한 빛을 발견한다. 시인의 시선은 비일상적이면서도 따스하고 포근하다. 자수 뒷면의 무늬는 가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앞 꽃잎 스르르 풀어질까 봐” 단단히 “쥐고” 있는 “색깔 있는 그림자”다(「숨어 사는 그림자」). 그림자는 나의 부산물이 아니라 “짐을 함께 지고 가는 사람”이다(「그림자」). 숨어 있는 존재를 찾아내고, 그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시인은 따뜻한 세상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3부 ‘나의 유리 사람’에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 사이에 숨겨진 할머니의 모습을 발견하며,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과 할머니에게 주는 사랑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시인은 숨은 것을 발견해 내어 시에 담았다. 숨은 곳을, 그리고 낮은 곳을 향하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눈을 돌려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숨어 있는 것을 수면 위로 끌고 와서 새롭게 명명하고 가치를 찾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시인은 그 행위를 기꺼이 해낸다. 숨은 것의 가치를 찾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때문에 시인은 우리에게 말한다. “작아도/ 숨어 있어도” “빛이 난다”고(「작은 별」). 그 다정한 마음에 기대어, 빛이 들지 않을 때에도 걸어 나갈 힘을 얻는다.
상상력을 자극하며 열리는 세계
박경임 시인은 정답을 정해 놓지 않은 동시를 제시한다. 때로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어른의 것보다 풍부하다. 그렇기에 제약 없는 동시 여행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 주는 촉진제가 된다.
사물의 다양한 역할을 상상해 보고(「보자기」), 드러나지 않은 정체를 추측해 보면서(「이게 뭐지?」, 「나는 누구일까?」) 동시집을 읽다 보면,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나서도 그 앞에 동시의 세계가 열려 있다. 『엄마를 주문하세요』를 읽으며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면, 각자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