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연세 세브란스 의대 정형외과 전문의 김현정, 느리게읽기 출판사)” 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의사 입장에서 본다면 대단히 도발적이고-발칙하고-의사들 수입의 50%를 박탈할지도 모를 내용입니다. 김현정은 이 책의 제목을 그대로 상징하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몇해전 은사님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분은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대학병원의 의료원장이었다. 원장실을 찾아 갔을 때 선생님은 말없이 창밖의 교정을 내다보고 있었다. 때는 5월, 벚나무 이파리마다 가득 물이 올랐고 멀리 별관 병동과 의과대학을 잇는 언덕길에는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내다보였다. 선생님은 평소처럼 활기차고 건강해 보였다. 새로 들어서게 될 새 병원 건축에 대하여 말씀하실 땐 어린아이처럼 신나하셨다......결국 그 은사님은 전립선암에 대한 모든 치료를 거절하셨다. 몇 해가 지나고 마지막에 약간의 통증 치료를 받으신 것 외에는 끝까지 평소대로 지내다가 돌아가셨다.
일반인의 경우 이처럼 암에 걸렸다고 한다면 울고불고-이 병원 저 병원-좋다는 약 찾아다니느라 난리를 칠 텐데 의사들의 의료소비 형태는 일반인과는 확실히 다르다. 예를 들면 의사들은 건강검진을 받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인공관절-척추-백내장-스텐드-임플란트 등 요즈음 일반인에게도 아주 익숙한 그런 흔한 수술 받는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심지어 항암치료 비율도 떨어진다. 요컨대 의사들은 검사도 덜 받고-수술도 덜 받고-약도 덜 먹으며 몸을 사린다.
주위에 형제-친척-친구 의사에게 상담하여 본 사람들은 나의 이런 지적에 공감할 것이다. 어디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그들의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 “괜찮아, 그냥 지내봐, 좋아질 꺼야!” 이런 대답은 그 의사의 전문과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나의 전공인 정형외과 동네에서 정형외과 의사 지신이 무릎 수술이나 어깨 수술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유하자면, 마치 손님들에게는 매일 진수성찬을 차려내는 일급 요리사가 정작 자신은 풀만 먹고 산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그러므로 평소 닦고-조이고-기름칠 잘하여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연 그대로의 내 관절-내 치아-내 눈-내 심장-내 五臟六腑(오장육부) 그대로 죽을 때까지 잘 쓰는 것이 장땡-광땡입니다. 인공 의료기구는 정말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최후에 할 일이지 아직도 쓸 수 있는데 자동차 부품 갈 듯 미리 가는 것은 넌센스의 극치라는 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