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양순태 | 날짜 : 15-09-18 02:27 조회 : 1199 |
| | | 냉면 드세요~^^
돋보이는 조연 양순태 냉면을 먹으려고 달걀을 삶는다. 홈쇼핑에서 배달된 포장 면과 육수 팩 양념들을 냉동실 가득 채워 두고서. 야외 드라이브도 가족동반 외식도 의례 단골 집을 향해 방향을 정했던 음식점이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아쉬웠는데 TV홈쇼핑에 얼굴을 내밀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익히 알고 있는 맛인지라 선택에 망설임이 없다.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으니 대단한 행운이 주어진 기분이다. 매년 두세 차례 주문으로 우리가족은 각자의 가정에서 계절음식을 즐긴다. 냉면에 양념갈비 각종만두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행복지수를 높인다. 여름이면 외식 메뉴 중에 으뜸으로 꼽았던 냉면이다. 회 냉면의 새콤달콤한 맛은 스트레스를 잠재우고 뜨끈한 사골육수의 깊은 맛은 속을 편안하게 한다.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틈을 내어 그 곳을 찾곤 하던 차에 이웃에 분식집이 개업을 하면서 벌어진 사건은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많은 메뉴 중에 입구에 선전깃발을 내걸은 냉면이 구미를 당겼다. 마침 친구들이 왔기에 당연히 냉면을 시켰다. 한참 후에 배달된 순간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면발에 아무렇게나 끼얹은 희어 멀건 양념에 다소곳이 올라 있어야 할 뽀얀 달걀은 흔적도 없고 밍밍한 국물 맛 또한 실망키는 마찬가지다. 뭔가 잘못됐다 싶어 쟁반 채로 들고 가서는 "냉면에 달걀도 없고 육수 맛이 이상하다"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아니 2500원짜리 냉면에 달걀이며 육수가 웬 말이에요 누구 장사 말아먹을 일 있어요!" 따발총을 쏘듯 하는 주인할머니의 항변에 순간 귀에 꽂힌 말 2500원! 아뿔싸, 단골집은 5500원이었는데. 그렇지만, 아쉽다! 면 요리에 부족한 단백질 보충이며 자극적인 양념에 위胃 보호역할을 담당하는 중요성분임을... 그 후로 냉면을 주문하기 전에 의례 커피 보트에 달걀을 삶았다. 함께 하게 될지 모를 손님 몫까지 넉넉하게 준비했다. 달리 요리로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냉면을 먹을라치면 그 날의 무안함이 달걀 허기증으로 나타나곤 한다. 냉면의 본 고장인 북한에서는 겨울에 즐겨 먹었다는 유래를 보면 김장으로 담아 둔 동치미국물에 별 양념없이 국수를 말아 먹었던 서민 음식이었다고 한다. 언젠가 갈비집에서 후식으로 먹은 물냉면 탓에 그 해 겨우 내 한기寒氣에 떨었던 기억은 지금도 진저리가 처진다. 메밀은 찬 성분이어서 특히 동절기에 물 냉면은 유의 할 음식임을 혹독한 경험으로 터득하게 되었다. 홈쇼핑에서 구입하는 냉면은 비빔 면과 육수 면으로 나누어져 있어 식성에 맞춰 먹을 수 있다. 동치미 국물의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그만 이라는 형제들과, 대접받은 이웃의 호평이고 보면 체온을 내리는 물냉면은 여름이 제격인 것을. 엊그제 구입해 맛본 양념갈비에 또 반해 보내 온 생일 축하 금으로 먹자판을 벌인다. 냉면으로는 부족한 영양보충이라는 핑계지만 '뭐든지 입맛있을 때 많이 먹으라'며 맛난 찬을 덜어 주시곤 하던 아버지 모습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경도에 고구마와 감자재배는 함흥냉면을, 평안도의 매밀 생산은 평양냉면을 탄생시켰듯이 내 고향남쪽에서는 보리와 밀농사가 풍작을 이루어 밀국수를 즐겼다. 농번기에는 멸치국물에 살짝 볶은 애호박과 양념장을 가미하며 주로 새참으로 차렸는데 어쩌다 끼니상에 올려지기라도 하면 아버지의 여지없는 호통이셨다. 예나 지금이나 국수는 여전한데 외식산업 대열에서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냉면이다. 토질에 따라 작물의 종류를 달리해야 하듯이 시대에 따른 변화는 매 순간 지혜를 요구한다. 아직도 헛 점 투성이지만 지난 날 분식집에서 일어났던 냉면 사건은 잊지 못할 교훈으로 남아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외식시대를 맞아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 요식업인만큼 요즈음도 달걀이 빠진 냉면이 있으려나? 큼직한 대접에 자리한 면에 살얼음진 동치미국물을 붇고 토마토 두어 조각을 예쁘게 놓는다. 채 썰어 식초와 맛소금으로 숨죽인 오이와 양파를 가지런히 하여 색감을 살린다. 끝으로 맨 위에 자리하여 인심도 후해 보이는 뽀얀 통 달걀의 출현은 주연主演을 방불케 한다. 익히고 절여진 부드러움으로 냉면의 감칠맛을 더하기 위한 조연助演의 헌신이 살뜰하기만 하다. 그 옛날, 아버지 진지상에 올려졌던 근기根氣없는 국수대접에 삶은 달걀 하나 얹어 드릴 줄을 왜 몰랐을까. |
| 임병식 | 15-09-18 05:57 | | 냉면에 삶은 계란 반쪽이 올려지지 않는건 상상하기 어려운데, 항의한 것도 당연하겠지요. 주인의 대답이 매몰찹니다. 그래도 명색이 냉면인데 조금 값을 올려받드라도 계란은 넣어주어야지요. 내가 사는 고장에 유명한 냉면집이 있습니다. 지금도 손님이 여전히 많지만 변한것은 전에는 손바닥만한 쇠고기 한점을 올려주었는데 지금은 생략을 하고 있습니다. 찾을때 마다 무언가 빠진듯한 허망함을 느낀답니다. | |
| | 양순태 | 15-09-19 03:15 | | 임병식 선생님^^ 오래전의 경험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제대로 항의를 해 보지도 못하고 쟁반을 든체 그 자리에 굳어버렸지요. 아래위를 훑어보며 열을 내는 주인 할머니도 자존심이 상했었나봐요. 가게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눈여겨 살펴 볼 겨를이 없었던 탓이었던 것 같습니다.
환자가 유능한 의사를 만나는 것과 끼니 때가 되어 맛난 음식을 대할 수 있는 것은 생활속에서 맛보는 행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 |
| | 정진철 | 15-09-21 05:43 | | 냉면은 계절에 상관없이 먹을수 있는 좋은 음식같아요. 저는 달걀이 없더라도 마트에서 파는 물냉면을 사다가 집에서 먹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그런 냉면의 맛도 회사마다 다르더군요. 그리고 가끔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이 없을때는 오장동에 가서 함흥냉면을 사먹시도 한답니다. 반가왔습니다. 양 순테 선생님 | |
| | 양순태 | 15-09-21 07:03 | | 정진철 선생님 오랜만에 뵙게되어 더 더욱 반갑습니다. 예 냉면은 언제나 맛이 있지요? 오장동 냉면도 한때는 즐겼는데 근래들어서는 뜸해 졌습니다 홈쇼핑에서 구입하는 저의 단골냉면은 탈북하여 요식업으로 성공한 두 집에서 번갈아 시킨답니다. 찬바람이 불면 만두의 계절이 기다려진답니다. 찐만두, 구운만두, 만두국, 만두도 맛있게 드세요~ | |
| | 김권섭 | 15-09-25 06:08 | | 양순태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냉면에 삶은 계란 반쪽의 서운함으로 청산유수와 같은 글은 경탄을 자아냅니다. 어쩜 그렇게 감칠 맛나게 글을 쓰시는지요. 양선생님이 작가 인줄 알고 멋진 글 소재를 주는 것이 분명합니다. 좋은 음식 솜씨, 맛깔쓰런 글 금상첨화 인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양순태 | 15-09-26 06:30 | | 후후후 김권섭 반갑습니다. 선생님의 과찬에 두루 살펴 대처하지 못했던 부끄러움이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의 말씀처럼 처음 느꼈던 이상한 냉면?을 만들어 준 식당 할머니께서 이 글을 쓰게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냉면에 올리는 계란은 반쪽이 아닌 통계란으로 아무도 못말리는 저만의 습관이 되었답니다. 제가 먹기에도 조금 과하다 싶기도 하답니다^^ | |
| | 일만성철용 | 15-09-29 19:41 | | 장사꾼의 횡포가 한 둘이 아네요. 한 번은 노점에서 옷핀을 사려고 했더니 다른 곳에서 1000원하는 것을 1500원에 팔길레 돈을 되돌려 달랬더니 " 다음엔 우리 가게에 다시는 오지 마세요." 하더군요.젊었을 때 술을 마시고 계산하고 다시 들어가 다시 계산하면 5집 중 2 집은 더 많이 계산을 하더라구요. '100-1=0'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100번 잘하다가도 '1' 번만 잘못하며 '0'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요. 양 작가의 글을 읽고 보니 저녁을 억었는데 출출해 지네요. | |
| | 양순태 | 15-10-01 06:53 | | 일만 선생님 반갑습니다. 명절을 지내는 동안 다녀가셨군요. 고향 갔다가 포항으로 나와 바닷바람을 쐬면서 7번 국도와 해안도로를 번갈아가며 3박4일동안,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달리며 동해의 비경을 감상했습니다. 단골 음식점을 두루거치며 새 명함도 몇장 늘어났구요. 여행길에 맛난음식은 한층 흥을 더하게 하지요. 살면서 덕을 쌓는 일은 특별한게 아니라 음식점에서는 정성어린 손맛을, 자기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는 친절한 자세이면 그만인가 합니다. 지난번 선생님의 글에서 문방구 주인이 초등학생에게 "뭘 드릴까요"까지는 지나친 감이 없지않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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