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에게 임무는 곧 생명입니다. 상부에서 내려준 임무는 목숨을 걸고 이루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상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커다란 전략에 차질이 생기지 않습니다. 나 하나의 차질이 전체 전략에 미치는 영향이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만약의 경우라는 것을 상부에서도 마련하고 있겠지만 그런 경우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단 임무완성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그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며 승리하는 길입니다. 물론 단순 지시명령도 있습니다. 단일 작전이지요.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서 시행하는 임무입니다. 그러나 그 임무에 임하는 자세는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수행해야 합니다. 희생이 따르더라도 성공이 목표입니다.
문제는 임무수행에 따르는 돌발 상황입니다. 일단은 임무가 먼저이겠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를 수습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임무완수만 고집했다가는 자칫 또 다른 희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희생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임무만 수행할 것인가, 이 많은 희생을 모른 척할 수 있는가, 이 때는 책임을 맡은 지휘관의 판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휘하 장병들의 숨어 있을 반발을 예상해야 합니다. 아무리 명령 복종의 관계 속에 있지만 마음으로 하는 복종과 두려움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과는 결과가 판이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평소 부하들의 신뢰가 두텁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기꺼이 따를 것입니다.
내전에 휘몰린 나이지리아 정글 속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인 의사를 구출해 내라는 명령이 하달됩니다. 최정예 네이비씰 ‘워터스’ 대위는 몇 명의 부하를 이끌고 현장으로 급파됩니다. 현장에서 찾는 의사 ‘리나 켄드릭스’ 박사를 찾아냅니다.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고 짐 싸서 빨리 빠져나갈 것을 종용합니다. 그런데 혼자서는 안 가겠다고 버팁니다. 명령을 받은 것은 리나 한 사람만 구출하여 나오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 가겠다니 어쩌지요? 연락합니다. 허락이 나지 않습니다. 일단 빠져나오려면 원하는 인원을 동행해야 합니다. 반군이 바짝 뒤쫓고 있기에 머뭇거릴 여유가 없습니다. 중환자를 제외한 주민들을 데리고 일단 출발합니다.
군인들이 아닙니다. 게다가 건강한 성인들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동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위험한 고비를 지나며 헬기 도착 지점까지 도달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인원을 태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헬기는 두 대뿐, 의사와 환자 몇 사람만 태우고 이륙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버리고 떠나는 것입니다. 리나가 자기를 속였다고 아우성칩니다. 워터스 대위가 고민합니다. 주민들을 태운 헬기는 그냥 가도록 하고 부대원과 리나가 타고 있는 헬기를 돌이킵니다. 그리고 주민들을 버려둔 장소로 돌아옵니다. 다 태울 수는 없는 일, 모두 내리고 약한 주민들을 태워서 보냅니다.
이제 몇 명의 부대원과 주민들이 육로로 이동해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인접국으로 수십 km를 헤쳐 나가야 합니다. 가는 도중에 반군들이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주민들을 살육하는 현장을 목격합니다. 소위 인종청소라고 합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현장에 치를 떨며 반군들을 물리칩니다. 부랴부랴 현장을 떠나 이동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어떻게 반군이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뒤쫓아 오느냐 하는 것이지요. 동행하는 사람들을 조사합니다. 그리고 통신기를 찾아냅니다. 도망가는 자를 쏘아 총상을 입힙니다. 죽기 직전 고백합니다. 가족이 포로로 잡혀 있어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고. 그리고 자기 무리 안에 전 대통령의 아들이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들이 악착같이 잡아서 처리하려는 것이지요.
왜 임무에 충실하지 않고 우리를 위험 속에 빠뜨리느냐고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들도 함께 현장을 보고 따라오고 있습니다. 지휘관의 마음이나 병사들의 마음이나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워터스 대위는 그들의 의견을 묻습니다. 사실 그곳에서 따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럴지라도 스스로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여태 함께 전장을 지나온 병사들입니다. 그만큼 지휘관 워터스 대위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어디든 따라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떠한 위험이든 부딪칠 수 있습니다. 목숨도 기꺼이 바칠 수 있습니다. 목숨의 가치는 목숨으로만 대신합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에 바치는 것이지요.
차마 한 사람 의사 리나만을 구하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명령과 현실, 현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때는 임무를 맡은 지휘관의 선택과 결정이 대단한 결과를 만듭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는 것이 큰 변수입니다. 그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바로 ‘사람됨’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역사를 새롭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 ‘태양의 눈물’(Tears of the Sun)을 보았습니다. 2003년 작입니다.
첫댓글 브루스 윌리스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감명깊게 다시보네요
오 맞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를 빕니다. ^)^
오 맞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