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머니 속 휴지
얼마 전 모친상을 당한 친구가 유품을 정리하는데 모친의 주머니에서 자꾸만
휴지가 나오더란다. 돈이라면 모를까 왠 휴지가 이리 나오나 싶었다 한다.
연말이라고 몇이 조촐하게 만났는데 휴지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말했다. "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 주머니에도 곳곳에 휴지가 있더라"
나이가 들고 추워지니 눈물 콧물이 자주 흐르고 이로 인해 구질구질하지 않게
보이려면 손수건 보다 휴지가 필요했다. 앞으로 휴지는 더 필요할 것이다.
'젊은 날 식탁엔 꽃병이 놓이더니 나이가 드니 약병이 줄을 선다. 아 인생이란
고작 꽃병과 약병 사이였던 것을' 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2. 전철, 중앙아시아人
연말 어느날 송년 모임을 하고 전철을 타려고 서 있는데 60 세 전후로 보이는
후줄근한 차림의 중앙아시아인 남자가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추운 연말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나쳤고 오지랖인 내가 말을 걸었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안 되는 그가 내미는 쪽지에 한글로 '화곡' 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마도 일자리를 찾아 온 듯했다.
김포공항역 지하 4층에서 5호선을 찾아가려면 우리나라 사람도 쉽지 않다.
술이 약한 나는 취했기에 5호선 타는 곳을 상세히 설명했더니 고맙다고 몇 번
인사를 하고는 윗층으로 올라갔는데, 그가 길을 잘 찾아갔는지 며칠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를 5호선 화곡역 방향까지 데려다 주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이국 땅 겨울날 혼잡한 전철역에서 그는 얼마나 외롭고 답답했을까.
3. 사고, 전화
참담한 무안공항 사고 이후 많은 전화를 받았다.
그 중에는 주요 언론사 기자도 있었는데 나의 대답은 요즘 말로 '할많하않' 이다.
한 마디만 보태자면, 이제는 이런 일을 수습하는 과정도 선진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는 정말 안타깝지만 누군가를 탓하고 소리를 지르고 전문 지식이
없는 이들이 내뱉는 공허한 언어들 대신 차분하게 대처하고 합리적인 개선책을
세우는 문화가 필요하다. 선진국이란 GDP 만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2025.01.02 앵커리지
첫댓글
꽃병과 약병 사이~
고작 그런 사이였던 것이었어요.^^
아, 곧 나타나시겠구나 ! 했는데...^^
역시 입니다.
화곡을 찾는 중앙 아시아 남자,
돈을 벌러 오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이기도 하네요.
우리 한국도 남의 나라에 돈 벌러 가던 시절이 있었지요.
지난 날, 거울 삼아서 그시절 잊지 말아야 할텐데요.
우리나라 국민들 어려운 시절 너무 잘 잊습니다.
GDP 만으로도 따뜻한 마음, 고운 정서가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받으시기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중앙아시아 사람을 보면서, 예전 외국 출장길
낯선 공항에 내려서 느끼던 진한 낯설음을
소환했습니다.
콩꽃님도 새해 복 많이 짓고 많이 받으십시오.
휴지는 제가 지금 당하고 있습니다 ㅎ
아래 글의 답글에 조금 언급했지만
방속국, 기자, 항공사, 관련부서, 정부에서 대처하고 수습하는 방식이 오래전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제가 두번이나 대책반 현장에 있었던 83년 89년 때와 한치 다름없어 안타깝기도 하고 실망스러웠습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예전의 사고가 기술과 시스템의 문제였다면
요즘은 복합적인 요인이 크다고 보겠습니다.
선진국들의 비슷한 사고 대처를 보면 우리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아지겠지요.
알권리가 제일 앞장서다보니 언론시장이 난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여론을 제일 앞장세우다보니 기본법제가 무너지고요.
이젠 선동이 주역인 세상이 되어가고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가장 큰 적폐는 언론입니다.
진실을 좇지 않고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마구 떠들어 대는 느낌입니다.
정말로 시절이 하 수상합니다.
연말년시 앵커리지님의 몇 가지 생각에 공감합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짓고 많이 받으십시오 푸른비님.
차츰 차츰 인정이 늘어나고,
사고 수습도 개선될 겁니다.
기적을 만들어낸 땅과 사람들이잖아요.
그렇지요.
유시민이 쓴 '후불제 민주주의' 라는 책에도,
우리가 치를 것은 치러야 경제 말고 사회적
으로 발전한다고 되어 있었어요.
다 잘 될 겁니다.
새해가 밝은지 벌써 3일째 입니다
나는 작년을 무사히 잘 보냈기에 올해도 작년 만큼만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아 ! 대한민국 ! 안타깝습니다
정치적으로 안정이 빨리 잘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안 공항 사고가 수습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앵커리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충성 우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언제나 옳았으니 ㄱᆢㄷ
안정이 될 거라 믿습니다.
태평성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러게요 겨울 찬바람과의 전쟁에서 이제는 휴지가 필수품이 되었어요.
자세히 설명은 해 주었지만 5호선 탑승장까지 같이 가주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미련은 앵거리지 님의 지극히 소박한 잔정을 보는 것같아서요.
이 아침 잠시 미소가 지어졌어요.
비행기 사고만큼 무서운게 없다는걸 새삼 우리들은 보았는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을사년이래요.
'세월은 하 수상하고 인걸은 간곳이 없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반갑고 고마워요 나무랑님.
벌써 새해가 3일째이고 닭띠들은 내년에 칠순
이라니 세월 참 빠릅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언제든 함께 산행하는
기회가 있길 빌겠습니다
@앵커리지 그러게요 살다보면 산행도 같이 할수있는 기회가 생길거예요.
그~쵸^^
다 맞는 말씀 적어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나라
사계절이 그림처럼 펼처지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선한 착한 사람들 입니다.
욕심
인간의 욕심이 혼자만 소유하고
욕심으로 인간이기를 누리려는 사람은
몇 안됩니다.
평화로운 일상
작은 행복이
민들레 꽃잎처럼
우리나라에 흩날리는
기쁜 날 들 기원 합니다.
그렇지요.
외세의 침략과 가난에서 나라를 지켜온 이들은
언제나 국민이었습니다.
어려움이 있고 분열도 하지만 결국 평화로움을
되찾고 일상의 행복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따뜻한 댓글 고맙습니다.
또하나의 늙음의 갯수를 더하고,
화려한 김포공항역에서 길을 찾는 타국의 노동자를 바라보는 애잔한 시선,
연말에 생긴 커다란 사건.
한해를 보내는 연말에의 단상들이네요.
앵커리지님의 따뜻함,
그리고 일과 연관된 사건에
조심스러움을 표현한 글 잘 읽었습니다.
연말에 생긴 커다란 일들로
연초에도 어수선합니다.
작은 일도 차분하게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은 세월이겠지요.
누구도 피해갈 수 없지만 즐기고 포묭할 수는
있을 테니 계속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한항공서 조종사로 30년을 하다가 저가항공서 조종간을 잡다 퇴직한 친구는 무안공항서 여러번 이착륙을 해보았는데 문제는 둔덕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형사고나면 사후약방문으로 개선하려고 하다가 흐지부지 자나가기가 일쑤입니다. 무사안일한 공무원들이 많은게 문제입니다.
그 사고 이유는 정확히 밝혀질 테지요.
공무원 공사 공단 등도 문제지만, 그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게 정치가 먼저 안정돼야 하겠지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아무쪼록 건강한 모습으로 산행 즐기는 뱀띠해 되시길 바랍니다.^^
넵 고마워요 ^^
새해 인사 드립니다~ 앵커리지님
열심히 사시는 모습으로 생각되는 앵커리지님의
올 한 해가 좋은 일만 있길 바랍니다 .
넵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