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지사 새옹지마 (塞翁之馬)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좋은 일이 생기면 신이 나지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속이 상하고 의기소침해진다. 그래서 낭만 농부는 좋은 일이 생겨도 혹시 나쁜 일이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게 되는 버릇이 있다. 왜냐하면 삶은 오르막만 있었던 게 아니고
곧이어 내리막이 다가오는 것을 수없이 봐 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사과나무에 꽃이 많이 왔다. 그래서 좀더 좋은 사과를 따려고 미리 봉오리를 따는 적뢰도
하고 꽃을 따는 적화도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피는 중심화에 꽃가루도 묻혔다. 순조롭게 되어
가는 것 같아 좋은 사과를 기대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사과나무를 보니 마음이 참 무겁다. 요즘 날씨가 낮에는 따뜻하다가 밤에는 추워
지는 날이 반복되더니 며칠 전에는 서리가 많이 내렸다. 사과는 꼭지가 길어야 좋은데 가장
길어야할 중심화의 꼭지가 짤막하게 되어 있다. 냉해를 심하게 입은 것이다.
애써 화분을 묻힌 꽃은 모두 따주어야하고 남은 사과꽃은 수정을 잘 될지 걱정이다. 서리는 정말
소리 소문 없이 내린다. 좋은 소식도 그렇지만 특히 나쁜 소식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 같다.
올해 사과농사가 걱정이라고 하니 아내가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며 위로를 해준다.
새옹지마는 한자로 변방새, 늙은이 옹, 어조사 지, 말 마로 풀어서 말하면 '변방 늙은이의 말'이
라는 뜻이다. 옛날에 중국 북쪽 변방에 사는 노인이 기르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나버렸다.
애지중지하던 말이어서 낙심하고 있었다. 얼마 뒤에 그 말이 한 필의 준마를 데리고 와서
노인이 무척 좋아하였다.
이후 노인의 아들이 그 준마를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그래서 다시 낙담하게 되었다.
전쟁이 일어나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가서 죽게 되었는데 그 일 때문에 아들은 징집이 되지
않아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노인이 다시 기뻐하였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즉 인생의 길융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처음 서리를 맞은 사과꽃을 보니 가슴이 많이 아팠다. 하지만 고통은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을
알기에 마음을 비웠더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꽃가루를 묻힌 꽃은 소용 없게 되었지만 다른 꽃이
남아 있으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는데 오늘처럼 울 날이 있으면
또 웃는 날도 있을 것이다. 마음이 무겁지만 힘을 내서 사과나무 앞에 섰다.
출처: 카카오스토리 - 낭만농부 권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