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낯설음
영어영문학과
2020101054
송유정
이 과제를 위해 익숙하면서 낯선 것들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보며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내가 앉아있는 이 방을 둘러보면 의자 위에 걸어둔 자켓,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머리핀, 정리 하지 못한 이불과 베개 그 옆을 둘러싸고 있는 인형들 등 정말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 밖에 없어서 낯설음을 느낄 수가 없었다. 매일 아침 눈을 떠 감기 직전까지 보는 익숙한 내 방인데 낯설 것이 뭐가 있을까? 그래도 과제는 해내야 하니 낯선 것을 찾아보자..하며 다시 둘러봤을 땐, 내 방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낯설고 새롭게 보였다. 생각해보니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머리핀은 친구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선물해 준 것이었고, 쌀쌀해진 날씨를 맞아 두꺼운 이불로 바꾸어준 엄마의 마음이 보였고, 친구들과 신나게 인형뽑기를 하고 가져온 인형들이 눈에 보였다. 큰 마음 먹고 샀던 가방도, 사은품으로 받은 파우치도, 아침에 급하게 나가며 흐트러진 화장대 위의 것들마저 하나하나 다 낯설게 보였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이렇게 낯선 것들 투성인데 그동안은 왜 모르고 있었지? 언제부터 이렇게 낯설다고 생각도 못할만큼 익숙해져 있었을까? 내가 낯설다고 ‘인식’한 순간부터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낯설어진 것을 보면 인식의 개념이 작용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낯섦을 인식하면 그것들은 나에게 친구의 선물, 엄마의 마음, 함께하는 행복과 같은 의미를 가져온다. 이런 낯섦이 만들어낸 의미들이 삶을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또 좋아하게 된 음식중에 김치, 피자, 탕수육이 합쳐진 ‘김피탕’이라는 메뉴가 있다. 김치, 피자, 탕수육은 너무나 익숙한 음식인데 이것들이 다 합쳐진 메뉴인 김피탕은 정말 낯설면서도 익숙하고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이 익숙하고도 낯선 음식을 생각하다보면 김피탕이라는 메뉴를 하나의 새로운 음식이자 낯선 것으로 볼지, 이름을 김치 피자 탕수육을 하나씩 뜻하는 김피탕으로 지었으니 그 각각의 존재들의 익숙함을 받아들여 익숙한 음식으로 볼지 의문이 든다. 이 익숙한 낯설음 과제를 통해 자꾸만 꼬리를 물고 생각나는 질문들을 해결하느라 오늘은 꽤 늦게 잠이 들 것 같다.
첫댓글 좋은 경험하신 듯해요. 알베르 까뮈는 구토라는 작품에서 평소 관심을 두지 않던 것들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 "구토"가 나온다고 표현했습니다. 온통 자기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의 당혹감을 "구토"로 표현한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자의 존재에 대해서 그렇게까지는 당혹감을 느끼지 않아요.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였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요즘은 서구화되다보니 관계 속에 있다는 것도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는 때가 있지요. 그런데도 행복한 감정이 들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주변에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낯설게 보는 경험을 많이 해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