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가족 25-22, 손자 어떻게 사는지
“할머니, 할머니요. 네에.”
“여보세요? 그래, 훈이가? 오늘 온다고?”
“네에. 할머니 주세요. 성훈이요.”
함양으로 나서기 전, 전성훈 씨가 할머니에게 전화했다.
거듭 연락드리며 약속했지만, 출발 전과 도착 후 연락은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전성훈 씨가 잘 챙기는 일이니 쉽게 했다.
할머니 말씀을 듣고 오늘 약속에 변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액셀을 밟았다.
전성훈 씨 가방에 종이와 펜이 들었다.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할 서류를 받으러 간다.
그 일이 계기가 되었지만, 그 일로 다녀오고 싶지 않았다.
더 나은 구실, 평범한 상황,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바라보고
그렇게 보이도록 주선하는 일은 사회사업가에게 어렵지 않다.
이번에도 ‘더 나은 구실, 평범한 상황, 자연스러운 모습’을 생각하며 주선했다.
만날 일이 있어 할머니 댁을 찾는 손자가 점심 한 끼 대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일을 그렇게 바라보고 그렇게 보이도록 돕고 싶었다.
“할머니, 갈비탕 어떠세요? 오는 길에 이야기 나눴는데, 성훈 씨가 갈비탕 대접하고 싶다네요.
매번 자장면이라고 하더니 오늘은 갈비탕이 생각나나 봅니다.”
“나는 다 좋지. 훈이가 먹고 잪은 거 있으면 그렇게 하지.”
“네에. 갈비탕요. 할머니요.”
언제 전성훈 씨가 할머니에게 대접한 적 있는 안의에 있는 집에 가기로 했다.
할머니 댁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다.
준비하고 나서는 할머니가 손자 손을 잡았다.
안부와 근황을 나누는 중이라 할머니와 동행한 직원 사이 대화가 오갔지만,
일부러 두 분과 거리를 두어 걸었다.
이제는 눈에 익은 이 풍경을 좋아한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손자와 할머니는 손을 꼭 잡았고,
그때도 지금도 나는 멀어져 있고 싶은 사람처럼 족히 몇 걸음은 떨어져 뒤따른다.
“할머니, 어떡하지요? 시간 괜찮으시면 성훈 씨 사는 동네로 가서 잡수셔도 괜찮으실까요?”
“거창에? 나야 집에서 노는데 괜찮지. 선생님이 왔다 갔다 안 힘들겠소?
나는 괜찮아요. 다 좋아. 훈이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염두에 두었던 식당이 쉬는 날이다.
내비게이션에 찍고서야 알게 되었다.
안의나 함양보다 거창이 편하다.
전성훈 씨도 할머니 모시고 대접하기에 같은 상황일 것 같았다.
거창은 매일 다니는 전성훈 씨 본거지다.
자신 있다.
“나는 많다. 훈이 더 먹어라. 일로 와 봐라.”
할머니가 공깃밥 뚜껑에 건진 갈비를 손자 그릇에 부어 주었다.
“훈이 사는 데가 여기 맞제? 같이 사는 청년 안 있소? 오늘은 안 보이네?”,
“훈이가 할머니 보여 줘 봐. 훈이 옷 맞나? 이거 맞아?”
할머니는 손자 사는 집을 궁금해했다.
수납장 서랍도 열고 옷장 문도 열었다.
말로만 권하면 열어 보시지 않을 것 같아서 일부러 전성훈 씨에게 열어서 보여 드리자고, 설명해 달라고 권했다.
지난번 추석 연휴 끝에 귀가 도운 고모가 잠깐 들렀을 때처럼
오늘도 집으로 모실 줄은 몰라서 얼마쯤 자연스러운 상태였는데, 숨길 것도 없겠다 싶었다.
있는 그대로 보여 드리고 싶었다.
할머니 손자, 이렇게 잘 산다고 대신 자랑하고 싶었다.
나의 말과 행동이 할머니 염려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게 도울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훈아, 이거 봐라. 이거 하나는 훈이 먹고, 하나는 선생님 주고. 알았나? 챙겨 가래이. 할머니 봐 봐. 알겠나?”
“네에. 알았어요. 그래요.”
다시 댁으로 모셔다드리고 돌아서는 길, 할머니가 커다란 양파가 담긴 자루를 트렁크에 실어 주셨다.
혼자 사는 데다 요리에 문외한이라서 내 몫으로 주신 것까지 전성훈 씨 편에 더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께는 감사히 먹겠다고 전성훈 씨와 함께 인사했다.
거창에서 함양으로, 함양에서 거창으로, 다시 거창에서 함양으로, 함양에서 거창으로 오갔다.
트렁크에 실린 양파 냄새가 앞으로 흘러나와 실내를 메웠다.
할머니 사랑이 전성훈 씨 마음을 단단히 감쌌다.
전성훈 씨 태어나서 지금까지 오랜 시간 겹겹이 쌓인 그 마음이 양파 같다고,
운전하며 오는 길에 혼자 떠올리고는 멋진 비유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흡족한 마음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조수석에 앉은 얼굴에서도 다르지 않은 웃음을 보았다.
보슬보슬 내리는 빗방울이 기분 좋게 흘렀다.
‘다녀왔습니다. 전성훈 씨 집에 들렀을 때, 할머니가 손자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하셨어요.
하나하나 보여 드렸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양파 두 망 챙겨 주셔서 감사히 먹겠다고 인사드리고 받아 왔습니다.’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
2025년 11월 25일 화요일, 정진호
손자 챙겨 주는 할머님, 변함없어요. 신아름
할머니, 손자 사는 집에 오랜만에 오셨지요? 잘 오셨어요. 옷장 살피며 사는 모습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지내게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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