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를 두고 근자에 논란이 많습니다. 좌편향이라니, 우편향이라는 하는 말들이 연일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서울시 교육청까지 가세해 특정 출판사의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 것을 교장들에게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 무슨 해괴하고 망측한 일입니까?
현직에서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으로서 작금의 사태를 보면 학생들 보기가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묻겠습니다. 이념의 잣대로 역사를 한 순간에 바꿀 수 있을까요? 과연, 그렇게 해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면 뭐가 달라질까요? 아니, 뭐가 좋을까요?
교육은 교육의 문제로 풀어야 합니다. 헌데, 교육의 문제에 정치가 끼어드니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자 미래의 동력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는 것이고, 사실 그대로 전달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독일이나 프랑스의 역사 교육은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역사에도 숨기고 싶은 기록들이 아주 많습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유태인 학살이나 히틀러로 상징되는 좋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 정부나 교육자들은 이를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사실들을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뭔가 깨닫게 해준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의 역사 교육은 어떻습니까? 서설했다시피, 아직도 이념과 정치적인 논쟁으로 소모적인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뭐가 옳고 누가 잘못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판단이 난지 오래입니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뭔가 깨닫고 배우는 교육이 필요할 때입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해서 아이들 스스로 뭔가를 깨닫게 하는 독일과 이념적 논리에 따라서 세대별로 다른 역사를 배우는 우리나라 아이들 중 누가 더 자신의 나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사랑할 수 있을까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서 반성합니다. 교육을 가리켜서 국가의 ‘百年之大計’라고 합니다. 특히나 역사 과목은 한 사람의 국가관이나 역사관 그리고 나라에 대한 정체성 등을 형성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헌데 아버지가 배운 역사와 아들이 배운 역사가 다른데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그만큼 역사는 중요합니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혼란을 줘서는 안 됩니다. 중학생 이상이면 더 이상 어린 아이들이 아닙니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뭐가 옳은지 뭐가 틀린지에 대해서 어른들보다도 더 잘 알고 나름의 판단을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잠시 올림픽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올림픽의 명장면 중 명장면은 치열한 승부 뒤에 실시되는 시상식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상식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저는 올림픽 시상식을 볼 때마다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고 가슴이 뜁니다. 애국가가 퍼지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오른 손을 왼쪽 가슴에 갖다 되고 너나할 것 없이 함께 애국가를 부릅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느끼는 생각일 것입니다.
역사란 이런 자부심과 국가관을 가르치는 과목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와 우리나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줍시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가르치되, 그것이 좌가 됐든, 우가 됐든 판단은 아이들 스스로 하게 말입니다.
“500년 조선 왕조의 멸망을 보고, 누군들 자신 있게 ‘내게는 책임이 없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역사 문제를 두고 소모적 논쟁을 벌인 모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제발 역사를 역사로 남겨둡시다. 당신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꼭 그렇게 합시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요동치고 자랑스러운 우리 모두의 조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갑시다. *이글은 현재 중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치는 한 선생님이 왕의서재 출판사에 |
출처: 아스라 원문보기 글쓴이: 아스라
첫댓글 역사교육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하는 건 사실 일상적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정치 개입의 정도, 방향 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는가가 아닐까요? 독일 역사교과서에서 유태인 학살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건, 파시즘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여 독일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포함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요컨대 역사교과서에서 '평가' 가 나오거나, 혹은 평가가 나오지 않고 사실만 언급하더라도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언급하느냐는 대단히 정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교과서 편찬에 정치를 배제하자는 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필요한 건 '어떤 정치적 의도' 를 교과서에 반영하느냐입니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부분은 '왜 아버지가 배운 역사와 아들이 배운 역사가 다르면 안 되는가?' 의 부분입니다. 시대가 흐르면 역사에 대한 견해와 평가도 당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5.18이 난동 수준에서 '사태' 로, 다시 '민주화운동' 으로 달리 묘사되는 건 같은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이 사건에 대한 아들과 아버지가 배운 역사책은 당연히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홍경래란인지 관서농민전쟁인지, 동학란인지 갑오농민전쟁인지... 이런 것들도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해석한 역사적 사건을 배울 수 있는 예들입니다. 왜 세대에 걸쳐 다른 역사를 배우면 안 되는 걸까요? 제가 되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버지 세대의 '역사책' 은 일체의 오류가능성도 없이 그토록 완벽했었을까요?
좌파세력이 정권을 장악한 적이 없거늘 역사교과서가 언제 좌편향으로 기록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좌편향 운운은 현 집권세력의 영구집권을 획책하는 혹세무민적 발언...
참여정부 스스로 좌파정부를 지칭했으니 좌파정권이 정권을 잡았다라는 말은 그리 틀리지 않습니다. 혹자는 군비증강등의 이유로 참여정부를 중도우파라고 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말이죠. 유럽의 좌파나 미국의 좌파쪽도 국방력 증강한다는 점에서 이런 경우는 안되겠지만 말입니다. 뭐 쓸데없는 발언입니다만..
저는 그 문제에 대해 의견을 달리합니다.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 내세웠던 것은 '좌파 신자유주의'였습니다(사실 이 자체도 모순이긴 합니다만...).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좌우를 왔다갔다 한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 자처한 '좌파'와, 한나라당과 조중동에서 쓰는 '좌파정권'은 어감부터가 다른 것입니다. 전자에는 좌파에 대해 가치판단이 없지만, 후자에는 좌파가 잘못된 자들 내지 다소 불온한 세력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 게다가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여부로 들어가면, 더더욱 문제가 됩니다. 조중동은 저 논리에 기반에서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참여정부
가 역사 교과서를 서술한 것도 아닌데, 좌편향을 운운하는 사람들은 이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하고 있지요.
뭐 가장 쓸데없는 이야기한 셈이지요 신농님.
좌편향 운운보다도 훨씬 더 시급한 문제는, 암기식 위주의 역사 교육부터 되돌아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바꾸든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저 학생들에겐 외워서 점수 뜯어가는 것밖에 없습니다."
암기위주의 공부보다 이해 위주의 역사 공부를 시키는게 더시급해 보입니다. 암기위주의 역사 공부는 국사를 모르는 학생이 나오기 때문이죠. (대다수 이유는 역사는 어렵다, 흥미 없다...... 입니다.) 그러니 역사 교육 방법 부터 수정을 하는게 좋은 방법으로 생각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