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인터넷신문에서
앵남리 삽화
- 정 혜 숙 -
쓸쓸함이 가부좌한 외딴집의 툇마루
한 줄기 여린 햇살이 무심히 들여다본다
아무도 오지 않는 집, 까치집만 덩그렇다
모서리 둥글게 닳은 일기를 꺼내본다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를 꿈꾸었던
가없이 멀어진 날에게 젖은 손을 흔든다
꽃 다 진 뒤 그것도 소한으로 가는 길목
저 홀로 붉은 남천, 뜨락이 다 환하다
차라리 서러움 깊어 득음에 이르렀나
*** 수상자 정혜숙씨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할까요,
정말 믿어지지 않았어요. 전혀 기대하지 못했거든요."
중앙 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수상자로 결정돼 어엿한
문단식구가 된 정혜숙(46)씨는 "당선 사실을 통보받은 다음 날에야
뒤늦게 환희가 밀려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마음이 진정될 정도로 흥분되더란다.
정씨의 남다른 감회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가정에 '휘말려' 한참을 접어둬야 했던
문학에 대한 꿈을 사십줄에 접어들어서야 뒤늦게 시작한 늦깎이 공부를 통해
결실을 본 이력을 들어보면 짐작할 수 있다.
1997년 방송대 국문과에 입학, 만학의 길로 들어선 정씨는
자신의 시의 음률이 시조와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주변에서도 시조를 써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정씨는 99년 광주여대 사회교육원 문예창작반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조를 쓰게 됐다. 지난해 1월 시조백일장에서 장원에 올라
연말 결선에 작품을 냈었으니 올해 도전은 재수가 된다.
정씨는 자신의 시조가 "현실에 개입해 발언하기 보다는
정서적인 것에 많이 치중하는 고전적인 것 같다"며
"그런 때문인지 나이드신 분들은 좋아하지만 젊은 사람들로부터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심사평
'중앙 신인문학상'은 시조의 가장 화려한 등용문으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한해 동안 입상한 모든 분의 새 작품을 받아, 3개월 단위로 각각 심사한 분들이
함께 최종심을 하는 만큼, 면밀하고 엄정한 심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영예의 신인을 탄생시키는 올해 결선에는 서른 명이 2백3편의 작품을 보내왔다.
1차 다수 득표한 윤경희.김영완.배인숙.노영임.정혜숙씨의 작품을 논의하여
윤경희와 정혜숙으로 압축하였고, 숙의 끝에 정혜숙씨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정혜숙씨의 수상작 '앵남리 삽화'는 대상을 파악하는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수작(秀作)으로,
쓸쓸함의 정서를 정제된 심상에 잘 담아내었다.
'까치집만 덩그렇'게 남아있는 '외딴집의 툇마루'에 '쓸쓸함이 가부좌'하고 있는데,
그 쓸쓸함을 '여린 햇살이 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접근을 통하여
앵남리의 고적감에 소리의 최고 아름다운 경지, '득음'이라는 해석을 부여한다.
'일기'를 매개로 이루지 못한 '푸른' '꿈'을 꺼내보며, '가없이 멀어진 날'에
유정명사에나 붙일 수 있는 부사격 조사 '에게'를 붙여 '젖은 손을 흔'들어 준다는,
애상적이지만 따뜻한 정감을 표출한다.
'셋째 수 초장에서는 한겨울을 강조하기 위해 '꽃 다 진 뒤 그것도'라 하여
'그것도'가 뒷구에 걸림으로써 구에 대한 인식이 불분명한 듯 보였다.
그러나 함께 보내온 작품들의 장과 구에대한 명확한 인식과 작품성으로
몇가지 염려를 불러 일으켜 만장일치 수상작으로 밀게 되었다.
힘찬 박수로 축하드린다. 끝까지 거론된 분들께 분발해주시길 당부드린다.
심사위원:박시교.이우걸.유재영.김영재.박기섭
.
앵남리는 전남 화순군 도곡면에 기차역이 있는 마을 이름입니다
지금은 도곡온천이 있어서 많은 개발이 되었지만
내 고등시절에 앵남리역은 조그맣지만 승객은 많았었지요
언젠가 도시외곽에 넓은 터를 잡고 전시실, 작업실 갖추고
친구들 오면 텃밭에서 상치뽑아다가 쌈하고 싶어...
올 봄에 햇볕 잘들고 교통 불편함 없는 그런곳을 찾았었습니다
앵남리에 넓다란 빈집이 눈에 딱 들어오는데....
그걸 구입하려고 몇가지 알아보던중
도로가 나면 반이 잘려나가는데다 등기부상과는 다르게
20여평이 옆집의 땅이 되어 있었어요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둘러보면서 내 머릿속에는 맞은편에 2층건물 올려서 작품실 연구실 하고,
저쯤에 나무창고 만들고 기계작업실 만들고.........
그런데 옆지의 눈엔 낡은 집과 화단에 홀로 핀 꽃들이 더 깊이 들어왔나 봅니다
다음에 또 가보자고 할때 사고싶은 미련땜에 그런줄 알았는데...
작품 스케치가 덜되었었던가봐요!~
여러편중에 이 시가 가장 좋은가봅니다
첫댓글 나무모아님 축하드릴 일 맞지요.^^* 수상자가 사모님 이시지요? 축하드립니다. 고즈녁한 시골풍경이 그대로 그려지는듯합니다.
아우리 닥터님~ 너무 오랬만에 오셨어요~~~ ㅎㅎ.....하시는 일은 잘 되시죠?
오며 가며 들면 커피며 다과며 미소며 미모며 문사이 슬며시 감추며 전하며 어연 20여 성상! 어느날 교수 사모님 되시기에 찻잔 받아 들며 "사모님 황송하옵니다"에 20여년지기 미소가 묻어나오기 무섭게 되돌아선 평소 드려내지 않은 모습을 오늘 또 확인합니다. 멀어진 나날 꽃 다진 후 득소에 축하축하축
우와~! 정말 축하드려요~! 두분이서 ......... 정엉말 축하드립니다.~! *^^*
앵남리(鸚南里): 앵무새 앵字 입니다(目+目+女+鳥새조)
축하합니다. .쓸쓸함이 가부좌...함축미의 절정이군요. 쓸쓸함이 가부좌....정제된 외로움의 ..자꾸.. 되뇌여 지는 이유는 왜일까?.. 만학의 열정에 더욱 응원을 드립니다. 축하..!!
심사평부분 끝의 기사내용이 빠져있었는걸 몰랐네요 수정했슴다. 축하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
앵남리..웬지...그림처럼 아름다운 동네일 것 같은 ..그림의 소재가 될 만한 곳인가요? 그곳의 사진을 볼 수는 없을까요?
조선달님~~ 응축되어있는 내용이 좋아서유!~ ㅎㅎ정말 어언 20여년이 넘었네요~"되돌아선"= 워낙 부끄럼을 타서요~
기쁨님~ 앵남리가 도곡온천지구 옆인데요.그냥 한가한 시골역이 있는 조그만 마을입니다 좀 삭막한곳인데~~/ 시간내시어 도곡온천에도 들를 겸 다녀가셔도 좋을듯 합니다~
축하 드려요.....사모님이시죠......선녀와 나뭇꾼..ㅎㅎ...앵남리..이 시조를 보니 정말 가 보고 싶네요....
칸딘님 고마워요~ 오늘 너뭇꾼과 함께 서울갑니다 시상식에...~
축하드립니다...사려 깊은 미소가 참 진솔한 분~~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늦게라도 꿈을 잊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 낸 그 열정이 존경스럽습니다....참으로 아름답습니다....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두분 행복하세요....
감사하구요~ 물.빛.선.율~님 그림"기억 저 편" 잘 봤습니다 ... 그 열정은 다들 넘치는 분들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