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이삭] 노아의 방주/ 가수 김태원 바오로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특별한 청이 있을 때는 간혹 대학에서 강의를 하곤 합니다. 보통 실용음악과 학생들 앞에서 하게 되는데, 가장 먼저 보는 건 학생들이 어떤 파트를 맡고 있는가입니다. 그럼 기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요? 사백 명 중에 세 명도 안 되는 실정 입니다. 드럼은 더더군다나…. 거의 다 보컬을 지망합니다.
성공하려는 학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죠.
저는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노래하되 작곡을 하라” 노래는 순식간에 피어났다가 질 수 있지만 작곡이나 작사를 할 수 있다는 건 그대의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거라고 말입니다. 현재의 시각에서는 가수가 더 매력 있어 보이지만, 더 넓게 보았을 때 진짜 뮤지션은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상처가 클까봐서요. 노아의 방주는 신에게 홍수가 날 걸 미리 들은 노아가 배를 만든다는 얘기죠.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이 방주 앞에 모여듭니다. 모두들 희망을 안고, 그 모진 홍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그러나 노아는 각종의 한 쌍씩만 배에 태웁니다. 한 쌍씩만 들어가도 배가 꽉 차죠. 저는 늘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엔 올해 신인으로 뜬 가수가 다섯 명이 안 되는데, 그 방주 앞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것입니다. 이삼만 명이 되는 보컬 지망생들이 있는 겁니다.
어른들이라고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어른들만이 볼 수 있는게 간혹 있거든요.
그 답을 알고 있는데도 차마 얘기할 수 없는 비참한 현실입니다.
지금도 권하고 싶습니다. ‘작곡을 하라’ 노래를 잘하면서 작곡을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두 가지를 잘하는 게 힘들지요.
어떤 기획사에서는 노아의 방주에 다 태울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오백 쌍씩 태울 수 있다고요. 언젠가 어떤 아이돌 가수가 방송에서 넋두리하는 걸 들었는데, 데뷔하기 전 십 년 정도를 고생했다고 하더군요. 사람을 만든 거죠.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돌이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초창기의 제작사와 불화가 생기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도록 한게 아니고, 수많은 경쟁에서 무언가를 이루게 했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성공을 향한 질주였던 것입니다.
그는 성공이라는 한 단어만 갈망하며 살아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성공에 도달하면 그 다음에 스스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겁니다.
드럼은 대지요, 베이스는 기둥이며, 기타는 지붕이고, 피아노는 벽입니다. 보컬은 지어놓은 집의 인테리어입니다. 오로지 노래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뿌리가 없는 나무를 흙 위에 그럴싸하게 올려놓은 형상에 불과합니다.
노아의 방주! 방주를 넓혀야 할까요? 아님 홍수를 막아야 할까요? 수많은 의문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새로운 종으로 희귀하게 태어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가수 김태원 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