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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 Elliott Smith - Between The Bars
사랑, 그 씁쓸한 쓸쓸함에 관하여-'완벽한 룸메이트'를 보고 / line
만일 당신이 '완벽한 룸메이트'라는 글제목을 보고 2004년 9월, 'MBC 베스트극장'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와 동제목임을 알아차렸다면, 그리고 작가와 연출자가 각각 황경신과 황인뢰라는 것,
게다가 최근 '러브 홀릭'에서 유인영을 짝사랑하는 남학생인 강인형의 데뷔작이라는 것까지 기억해냈다면 나는 매우 반가울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이 그 어느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아무 상관은 없다. 이제부터 내가 '완벽한 룸메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니까. (드라마 줄거리는 인터넷상에 공개된 다른 이의 글에 살을 붙여보았다.) . . .
30대 독어 번역가인 미혼여성 수정(김성령)은 주택가의 단층집을 새로 얻어 함께 살 룸메이트를 구한다. 비슷한 연령의 여성이 룸메이트로 들어올 거란 예상과는 달리, 스물세살의 독문학 전공의 남학생 지유(강인형)가 찾아온다.
수정은 남성인 지유를 보고 처음엔 몹시 당혹스러워하지만 발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발뒤꿈치를 들고 다니고, 이사하면서 아무렇게나 쌓아놓았던 수정의 책을 가지런히 정리하고(크기별로 정리하지 않고 겉표지의 색깔 별로 분류하여 정리해놓음),
식탁 위에 꽃병을 꽂아두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하며 솜씨있는 요리를 준비 해놓는 지유를 보고는 경계심이나 불편함 대신 오히려 자신의 생활에 윤기 를 부여해주는 지유를 룸메이트로 들이기로 결정한다.
때문이다. 독문과 교수 재석은 유부남으로 1년 전부터 수정과는 '부적절한관계'에 있다. 수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재석의 정부(情婦)가 되는 듯한 느낌이 싫어졌다.
이를 테면 호텔로 가자는 재석에게
"호텔은 싫어요. 창녀가 된 기분이 들거든요. 내가 샤워하고 나오면 항상 옷을 입고 있잖아요. 그래서 싫어요. 그걸로 볼일 다 봤다는 것처럼 느껴져서요." 라고 말한다.
수정은 일부러 집에 룸메이트를 들임으로써 그 핑계로 재석이 마음대로 자신의 집에 출입하는 것도 막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유는 수정에게 말 그대로 '완벽한 룸메이트'가 되어 간다. 언제 배웠을까 싶게 요리사 못지 않게 음식을 만들어내고 바닥에 티끌 하나 만 보여도 손톱으로 긁어내가며 깔끔하게 청소를 한다. 냉장고 정리는 말할 것도 없고 장을 본 영수증까지 풀로 붙여가며 가계부도 쓴다.
지유는 수정의 속옷까지 다림질을 하여 개어놓고 침대정리까지 해준다. 수정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맥주, 음료수, 아이스크림을 준비해주고 심지어는 수정의 출판사 미팅 약속시간까지 기억했다가 깨워줄 정도로 수정을 배려한다.
수정은 지유가 없이는 불편해서 살 수가 없을 정도가 된다.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경써주는 완벽한 룸메이트인 지유가 고마울 따름 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정은 우연히 지유의 방에 처음으로 들어갔다가 짐도 채 안 푼 가방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결정적으로 지유의 책상서랍 속에서 재석으로부터 받은 것과 똑같은 다이 어리와 재석과 지유가 함께 찍은 사진이며 다이어리의 내용을 보고 수정은 큰 충격을 받는다.
양성애자인 재석과 동성애자인 지유는 사제지간이자 연인관계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재석이 출판기념회에서 수정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지유와 멀어지게 되자 지유는 수정에 대한 질투심과 복수심으로 수정의 룸메이트로 들어갔던 것이다.
수정이 지유의 방에 들어가 있는 같은 시각, 동성애자들이 많이 찾는, 예전에 둘이서 자주 만나던 술집에서 지유와 재석이 만나고 있다. 재석은 지유에게 수정의 집에서 나올 것을 요구하지만 지유는 거절한다.
집에 돌아온 지유는 재석과의 관계를 다 알아버린 수정과 쇼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세 사람은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세 사람은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신두리 바닷가에서 와인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유는 와인을 가지러 차에 가고, 재석은 수영을 하겠다며 바다로 들어간다. 그런 재석을 말리지 않고 재석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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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예전에 얼핏 봤던 기억이 나네요. 좀 특이한 작품이었던 걸로 생각하는데 끝까지 보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분들이 몇분 계시더군요.중간부터 보셨던 분들도 몇 장면은 기억에 남았던지,그런 내용이었더냐고 묻기도...사진들은 모두 드라마 속에 실제로 나왔던 장면입니다.
동성연애자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개인적으로 하리수도 별로 좋아하지않고요. 동성연애자이면서 가족의 반대로 억지로 결혼한 남자도 있더군요. 나중에 들통나서 아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등등
편견없이 바라보려고는 하지만 이반(동성애자를 일컫는 신조어라 하더군요)은 아직 일반인들에게 낯선 게 사실인 듯...이보다 더 앞서 95년엔가 한재석,정성환,정혜영 등이 출연했던 드라마 '재즈'에서도 한재석과 정성환이 미묘한 관계였지요..이영선의 '내 기억 속으로'라는 OST, 얼마전 커피광고 BGM으로 나오길래 반갑게 들었었네요.
소품으로 쓰인 수제품 다이어리, 표지가 양가죽으로 되어 있고 끈으로 묶게 되어 있는...그거 독일에 갔을 때 똑같은 거 세 권 사서 조민기가 하나 갖고 두 사람에게 나눠 준 거라 하던데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폴라로이드 사진에 씌여진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가까스로 견딜 수 있는 무서움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글귀도 기억에 남고...
"그 어느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아무 상관은 없다"라고 해서 끝까지 읽어내려갔습니다 ㅎㅎ 다 읽은 소감은...앞으로 line님 글은 꼭 챙겨 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
ㅎㅎ..끝까지 읽느라 수고하셨어요.신두리 바닷가 장면요,바다가 꼭 사막처럼 보이더군요.우리 나라에 저런 곳이 있었나 싶어요.도대체 며칠 걸려 촬영했을까, 필터를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톤이 독특했어요.가 보신 적 있는지...
외로우니까,,, 모든 것을 알고 있어도,,,, 만나고 사랑할 수도 있다는 말,,,, 아니면 그 사람이 없다면 허전하고 삶이 끝나버릴것 같이 보고 싶기도 하고,,, 정말 외로워서 마지막 장면에 그사람이 걸어들어간 그 곳으로 자신이 걸어들어간 것이고,,, 그 사람이 걸어간 곳으로 그남자도 걸어간 것일가요,,, 정말 외로워서,,,
한번, 모든 것은 단 한번 존재할 뿐. 한번 그리고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도 한번 존재하노니 결코 다시 시작되는 법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존재했다는 것, 오직 한번 지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은 되물릴 수 없으리라....드라마 중에서 강인형과 조민기가 나눈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중 한 대목이라네요.두 사람이 되풀이 해서 읽곤 했다더군요.
현실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 현실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건 쉽겠지만 ~~~~~~~~~~~~~결코 다시 시작되는 법이 없다란 말은 이견이 존재할 듯 _______---
마지막 장면에서 각자는 무엇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을까요,,, 누군가가 죽는다는걸,,, 이별한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 그 씁쓸한 쓸쓸함에 대하여 생각했을 듯...지유의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어요.. "그 여자에게도 알려주고 싶었거든요.진짜 필요할 때 선생님은 옆에 있을 수 없다는 거. 그리고 믿었던 사람이 어느 날 아무 설명도 없이 자신을 떠날 때의 기분을요."......
현실에서 결론 내지 못한 각자의 문제를 죽음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한 듯이 보이나,,, 그들이 간 저쪽세상에서 또 이 문제로 갈등할 듯이 보이내요,,, 증명할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