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돌아선 외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돌을 깎고 다듬어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과 같고, 시루떡 켜와 같고, 장서를 높이 질서 있게 포개놓은 것과도 같다. 절경의 바닥 암반층에 공룡이 발자국을 콱콱 찍어 족적을 남겨놓은 곳이다. 바닷길을 요리조리 빠져 마침내 움푹 파인 공룡 발자국을 만나는 짜릿함에 그저 감탄밖에 더 있으랴. 새의 발자국도 있다는데 작고 지워져 쉽게 식별할 수 없다. 바다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파도를 몰고 달려들다가 갯바위에 그만 하얗게 부서지며 알 수 없는 소릴 끊임없이 내지른다. 넘실넘실 푸른 바다 앞에는 사량도 윗섬과 아랫섬 그리고 수우도가 떠 있다. 오랫동안 바닷물에 휩쓸리면서 해식동굴이 생겨나고 밥상 다리 모양의 기둥과 같아 상족암(床足岩)이라 한다. 그 기둥 사이로 드나들며 오래된 유물을 탐사한다. 무려 2억 2500만 년 전~6500만 년 전에 이미 지구의 주인 역할을 하였던 그 거대한 공룡이 새끼가 아닌 알을 낳고 초식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던 그 하나만으로도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기의 대부분 육식공룡은 두 발로 걸었고, 후기의 대부분 채식공룡은 네 발로 걸으며 몸집이 더 크고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머리는 몸뚱이보다 아주 작으면서 몸의 균형을 잡는데는 긴 꼬리가 요긴하게 쓰인다. 배는 불룩하고 알은 40~50cm나 된다. 우리나라는 반만년 유구한 역사라고 자랑한다. 그런데 파충류인 공룡이 이곳 고성에서 1억 년 전쯤에 이미 살았으며 발자국 100여 개가 지금껏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만큼 우리의 한반도가 사람뿐만 아니라 공룡에게도 좋은 환경이었지 싶다. 정말 대단한 족적인 발자취다. 인간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발자취를 남긴다. 그 발자취가 모이고 다듬어져 역사가 만들어진다. 상족암은 넓게 깔린 암반과 암반 위로 솟아오른 절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 존재한 공룡의 발자국이다. 시공을 뛰어넘어 환상 속 공룡의 세계로 슬그머니 빠져들었다. 뭉클한 마음에 공룡을 새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