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타락하면 공동체가 망합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지도자가 타락하면 그 공동체가 와해(瓦解)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레미야는 유다 왕국의 멸망을 한탄하면서, 유다 왕국의 멸망의 원인 중 하나는 유다 왕국의 지도자들의 타락이었음을 지적합니다. 하나님께서 거룩한 성(城) 예루살렘에 진노를 쏟아부으셔서 불사르시고, 이방 민족의 군사들이 예루살렘 성문으로 들어가서 예루살렘을 훼파(毁破)하였는데, 이러한 참사(慘事)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예레미야는 탄식합니다(11절, 12절). 물론 예루살렘이 그 누구도 침공할 수 없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는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택하신 나라의 수도로, 거룩한 성이라 불리는 하나님의 도시라고 여겨졌기에 예루살렘이 훼파된다는 것은 저주 중의 저주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일이 바벨론에 의해 자행(恣行)되자 예레미야는 깊은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다 왕국의 몰락은 유다의 선지자들과 제사장들의 죄악들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13절). 선지자들과 제사장들은 유다의 종교지도자들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 백성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하여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게 하는 자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의인들의 피를 흘리는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자기들이 누리고 있는 권세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에만 급급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살피기보다는 자신들에게 무엇이 더 이득이 되는가에 집중했습니다. 예레미야와 같이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전파하는 선지자들을 오히려 핍박하는 데 나섰습니다. 그러니 유다 왕국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제대로 나아갈 수 없었고, 방자(放恣)하게 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선지자들과 제사장들은 바벨론의 침공으로 갈 길을 잃었습니다(14절). 그들이 맹인 같이 방황했다는 것은 어디로 갈지 알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심지어 거룩한 직분이었던 그들을 향하여 사람들은 “저리 가라. 부정하다”라고 외치며 멀리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15절). 마치 나병환자처럼 부정하게 취급되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거룩한 하나님의 종으로서 섬겨야 할 자들이 오히려 부정한 자 취급을 받는 신세로 급락(急落)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도 그들에게 노하셔서 더 이상 그들을 돌아보지 않으시고, 높이지도 않으시고, 존귀하게도 여기지 않으셨다고 예레미야는 탄식합니다(16절). 이러한 말씀은 저처럼 목사로 살아가는 자들에게는 시사(示唆)하는 바가 많습니다. 영적 지도자인 목사가 존귀하게 여김을 받고, 존중받으려는 하나님의 사람답게 행동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기가 누리는 권세와 안정 등만 중요하게 여기고 타락한 모습을 보이면 하나님의 진노 아래 놓이게 될 것이고, 그 공동체도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더 나아가 유다 왕국은 헛된 도움을 바라보았습니다(17절). 하나님만이 유다 왕국을 도우실 전능자이신데, 애굽이나 앗수르의 군사력을 기대하면서 그들의 도움을 바랐습니다. 그러나 유다 왕국이 의지하려고 했던 그 모든 도움은 헛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바벨론은 더욱 거세게 유다 왕국을 몰아붙여 유다를 파멸에 이르게 했습니다(18절~20절). 18절에 나오는 “그들”은 바벨론을 의미합니다. 마치 사냥꾼이 짐승의 걸음을 추적하듯이 유다 왕국을 집요하게 쫓아와서 유린(蹂躪)하였고(18절), 마치 독수리처럼 빠르게 쫓아와 공격하였습니다(19절). 그래서 심지어 유다의 왕까지도 바벨론에 의해 함정에 빠지듯이 붙잡히고 마는 참혹함을 겪게 됩니다(20절). 20절에 나오는 “우리의 콧김”이라는 표현은 히브리어로 “루아흐 압페누”(ר֤וּח אַפֵּ֙ינוַּ֙)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콧김은 유다 왕국의 생명을 의미하는 단어로, 유다 왕국의 모든 백성의 생명을 주관하는 자라는 의미로 “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콧김을 “여호와께서 기름 부으신 자”라는 표현으로 다시 설명하고 있습니다(20절). 유다 왕국의 지도자인 왕이 바벨론에게 사로잡혀 고초(苦楚)당하는 것을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아마 유다 왕국의 마지막 왕인 시드기야를 의미하는 말로 여겨집니다.
유다 왕국의 영적 지도자들인 선지자들과 제사장들도 타락하여 그 역할을 잃었고, 유다 왕국의 왕도 무기력하게 바벨론에 사로잡혀 유다 왕국이 몰락했음을 예레미야는 탄식합니다. 그런데 21절과 22절에서는 약간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유다의 멸망을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에돔에 대한 경고와 함께 하나님께서 에돔을 벌하시고, 유다 백성을 다시 회복하실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깁니다(21절, 22절). 우스(Uz) 땅에 있는 에돔(Edom)은 에서의 후손들로 이뤄진 족속입니다. 뿌리를 살펴보면 이스라엘(유다)과 아브라함, 이삭 등의 같은 조상을 둔 형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돔은 이스라엘(유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이스라엘(유다)의 멸망을 기뻐하였는데, 하나님은 이러한 에돔을 벌하시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유다 백성은 그 모든 형벌을 다 받은 후에 다시는 사로잡혀 가지 않게 하시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주십니다. 하나님께 돌이키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하나님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심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하십니다.
지도자들이 타락하면 공동체가 무너지고 맙니다. 그렇기에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특히 영적 지도자들이 바로 서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적 지도자들은 개인적인 욕심과 욕망을 버리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행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온전히 사람들을 이끄는 자가 되도록 부지런히 자신을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고 견고히 세워질 수 있습니다. 주님, 저 자신이 하나님 앞에 신실한 자로 온전히 서게 하옵소서.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