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왼쪽부터 광덕산, 회목봉, 복주산, 복주산 왼쪽 뒤는 대성산
인적 끊긴 산속
돌을 베고 하늘을 보오
구름이 가고
있지도 않은 고향이 그립소
―― 김상용(金尙鎔, 1902~1951), 「향수」
▶ 산행일시 : 2018년 8월 26일(일), 맑음
▶ 산행인원 : 3명(악수, 두루, 불문)
▶ 산행거리 : 도상 16.2km
▶ 산행시간 : 9시간 11분
▶ 교 통 편 : 시외버스 이용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50 - 동서울터미널 출발(이동 경유 산양리 가는 버스, 요금 7,800원)
08 : 05 ~ 08 : 14 - 이동터미널, 산행준비, 산행시작
08 : 50 - 국망봉휴양림, 생수공장 가기 전 등산로 입구
09 : 30 - 475.8m봉
10 : 12 - 헬기장
11 : 28 - 국망봉 주릉(한북정맥), 1,136.1m봉
12 : 08 - 국망봉(國望峰, △1,167.3m)
12 : 28 ~ 12 : 52 - 점심
13 : 08 - 1,091.8m봉
13 : 16 - 1,111.3m봉
13 : 40 - 996.6m봉
14 : 03 - 신로봉(新路峰, 981.1m)
15 : 11 - 852.8m봉
15 : 35 - 645m봉
16 : 00 - 국망봉휴양림
16 : 42 - 국망봉휴양림 매표소
17 : 25 ~ 18 : 35 - 이동터미널, 산행종료, 저녁
19 : 50 - 동서울터미널, 해산
1. 국망봉을 향하여, 왼쪽은 가리산
▶ 국망봉(國望峰, △1,167.3m)
이동터미널. 택시가 통 보이지 않는다. 택시부에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이곳 사정에 밝은 어
느 등산객이 서성이는 우리들을 보더니 조언한다. 국망봉을 가신다면 아예 걸어가는 편이 낫
다고 한다. 휴일 아침은 많은 군인 면회객들이 택시를 이용하기 때문에 택시 잡기가 여간 어
렵지 않다고 한다. 국망봉 입구까지 2.4km. 걸어간다.
이동 시내 벗어나 대로 따라간다. 솔릭(Soulik, 미크로네시아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이며 전
설 속의 족장을 칭한다)도 꺾지 못한 폭염의 위세 그대로다. 가로수 그늘이 없는 들녘길이다.
따가운 햇살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안고 간다. 다행스러운 건 고개를 들 때마다 전면에 가득
펼쳐지는 불끈 솟은 가리산과 장릉인 한북정맥의 윤곽이다. 장관이다. 저절로 걸음이 빨라
진다.
국망봉휴양림과 그 앞의 생수공장까지 가기 전에 커다란 등산안내도가 있고 오른쪽으로 소
로가 간다. 국망봉 정상까지 5.4km. 달맞이꽃이 다 차지한 너른 벌판을 지나 예전의 뚱딴지
만큼이나 키가 큰 작물(?) 숲길을 가면 산기슭 수로와 만난다. ‘국망봉 정상 4.70km’라는 이
정표가 등로를 안내한다. 조금 더 가면 ┳자 갈림길이 나오고, 왼쪽 길은 장암폭포에서 내려
오는 계류를 건너면 국망봉을 직통으로 오르게 된다.
우리는 좀 더 긴 오른쪽 길로 간다. 임도로 이어지는 고갯마루에서 가파른 왼쪽 사면을 한 피
치 오르면 이정표가 안내하는 주등로 능선마루다. 이제는 시간이 산을 간다. 외길이다. 이정
표는 300m마다 간 길과 갈 길의 이수를 알려준다. 볕이 들지 않은 울창한 숲길인데도 줄곧
오르막이라 금방 비지땀 쏟는다. 두루 님이 두 사람의 무거운 발걸음을 앞에서 힘차게 견인
한다.
저마다 자기 걸음으로 가니 혼자 가는 산행이 되고 만다. 휴식할 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입산주 탁주는 온전히 내 차지다. 두루 님과 불문 님은 산행 때는 금주를 착실히 실천한다.
자작하자니 술맛이 덜하다만 고마운 일이다. 다 내가 마시니. 475.8m봉은 왼쪽 우회로 마다
하고 직등한다. 475.8m봉 내림 길은 미끄러운 슬랩이다. 어제 내린 비로 등로는 물론 슬랩도
축축하다.
가파른 오르막에는 굵은 밧줄을 달아놓았다. 밧줄 달린 길의 연속이니 팔 몸살하게 생겼다.
심심찮게 바윗길도 오르고 내린다. 가파름이 잠깐 멈칫한 데는 토치카가 두 눈 부릅뜨고 내
려다본다. 뙤약볕이 가득하여 풀숲 시들한 헬기장은 얼른 지난다. 이질풀, 단풍취, 며느리밥
풀, 도라지모싯대, 삽주, 금강초롱 등 숲속 등로는 화려하다.
산행 후의 뒤풀이를 생각하면 다만 더덕 한두 수가 아쉽고 간절하지만 벌과 풀독이 무서워서
아무리 분위기 좋은 사면의 풀숲이 나와도 뒤져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그저 일로 직등한다. 마침내 국망봉 주릉에 올라선다. 1,136.1m봉이다. 국망봉 정상 0.8km,
오른쪽은 개이빨산 0.5km이다. 잠시 배낭 벗어놓고 가쁜 숨 고른다.
국망봉 정상 0.8km는 걷기 좋은 산책로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 삽상한 가을 냄새를 맡
는다. 등로는 잡목과 바윗길 사나운 눙선 마루금 오른쪽 아래 사면을 돌아간다. 오른쪽이 미
릉대로 가는 ┣자 갈림길인 1,155.6m봉을 넘고 내쳐 한 피치 오르면 국망봉 정상이다. 천하
제일의 경점이다. 오늘처럼 사방 조망이 트인 날은 매우 드물었다.
동으로는 응봉과 화악산이, 서로는 고대산이, 남으로는 운악산이, 북으로는 대성산이 하늘금
이다. 내 눈이 어두워 북한산은 짚어내지 못하겠다.
2-1. 가리산
2-2. 국망봉
3. 가리산
4. 신로봉능선 852.8m봉
5. 달맞이꽃
6. 왼쪽 능선이 한북정맥, 강씨봉 너머로 운악산이 살짝 보인다
7. 운악산
8. 이질풀
9. 이질풀
▶ 신로봉(新路峰, 981.1m)
국망봉 정상의 너른 공터는 온통 뙤약볕이라 점심자리를 펴지 못하고 내린다. 쭈욱 내려 야
트막한 안부께 그늘진 아담한 공터에서 자리 편다. 솔솔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
다. 젖은 웃옷에 그런 바람 맞으니 소름이 돋는다. 점심시간이 짧을 수밖에. 국망봉 북릉을
다녀간 지 오래되었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이렇게 심했던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1,091.8m봉은 대깍 넘었다만 길게 오른 1,111.3m봉에서는 동쪽 지능선으로 잘못 내려갈 뻔
하다가 왼쪽 사면의 무성한 풀숲을 더듬어 등로 찾는다. 여기서부터 신로봉까지 가는 길
1.0km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험로인 암릉이나 슬랩이 있다거나 가팔라서가 아니라
방화선 키 큰 풀숲이 등로를 덮어서다. 순전히 발로 길을 찾는다.
억새가 목덜미를 스치면 섬뜩하게 따갑다. 발밑은 미끄럽기도 하거니와 돌부리, 나무그루터
기 등 장애물이 덫처럼 숨어 있어 걸음걸음이 퍽 조심스럽다. 앞장선 두루 님의 발에 용케 걸
린 건 뒤로 인계하지만 두루 님의 발을 피한 건 곱다시 당한다. 오지보다 더한 오지다. ┫자
갈림길 안부. 신로령인 줄로 알았다. 풀숲 헤치며 가파른 오르막을 신로봉으로 알고 오른다.
┫자 갈림길이 나오고 풀숲이 덜 울창한 왼쪽 길로 갔다가 신로봉 정상과 점점 멀어지기에
뒤돌아가서 오른다. 그런데 신로봉이 아니다. GPS를 확인하니 996.6m봉이다. 신로봉은 직
선거리로 0.4km를 더 가야 한다. 풀숲 헤치느라 팔심이 부쳐 교통호 옆에서 휴식한다. 교통
호 넘어 잘난 길이 드러난다. 이제 길이 풀리려나 하고 내리 쏟는데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
한다. 육감이다.
다시 GPS를 확인한다. 과연 길을 잘못 들었다. 북서진해야 할 것을 북동진하고 있다. 뒤로
돌아 996.6m봉을 또 오르고 정방향 잡는다. 방화선 풀숲을 연신 자맥질하며 길게 내렸다가
980m봉을 넘는다. 삼각봉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이 삼각봉을 내린 안부가 이정표가 확인하
는 신로령이다. 아울러 눈에 익은 지형이다. 신로봉 밑자락 오른쪽을 돌다가 수직사면을 긴
한 피치 기어오르면 신로봉 정상이다.
신로봉은 이 근방에서 국망봉 다음의 빼어난 경점이다. 무엇보다 국망봉의 너르디너른 서쪽
사면-여러 갈래 주름(지능선)이 가지런한 산자락-을 바라보는 것이 자랑이다. 암릉길이 이
어진다. 신로봉 내리는 슬랩부터 짧지만 까다롭다. 슬랩이 젖어 있어 미끄럽다. 암릉 암봉을
오르고 내린다. 여기도 가파른 데는 밧줄을 매듭 만들어 달아놓았다.
그중 세 번째 암봉인 852.8m봉 오르고 내리는 게 재미있다. 뚝 떨어졌다가 수직인 슬랩을 밧
줄과 나무뿌리를 잇달아 움켜쥐고 오른다. 신로봉에서처럼 원근의 조망 또한 좋다. 가리산은
뒤태도 아름답다. 이 852.8m봉에서 북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이 가리산을 일군다. 그리로 가
는 길은 가시철조망을 치고 막았다. 가리산 근처에 산삼 재배지가 있어서다.
10. 앞 왼쪽은 신로봉능선, 멀리 가운데는 대성산, 앞 오른쪽은 복주산
11. 앞 능선 끝은 개이빨산, 그 뒤는 귀목봉, 멀리 가운데는 운악산
12. 명지산, 그 오른쪽 뒤는 연인산
13. 국망봉 정상에서, 두루 님과 불문 님(오른쪽)
14. 화악산
15. 단풍취
16. 앞은 신로봉능선, 그 뒤 왼쪽은 가리산
17. 흰진범
18. 신로봉능선, 멀리 뒤는 명성산
▶ 국망봉휴양림
852.8m봉의 내리막은 겁나게 뚝뚝 떨어진다. 아침에 들머리로 가는 도중에 신로봉인가 착각
할 만큼 장중하게 보이던 852.8m봉이다. 한참동안 밧줄 주르륵 잡은 손바닥이 화끈하다. 가
파름이 잠시 수그러지기에 모르긴 해도 고도 수백 미터는 내려왔으리라 여겼는데 겨우 200
여 미터 내린 645m봉 직전 ┣자 갈림길이다. 오른쪽 사면을 내려 골 건너면 가리산이다. 가
시철조망 비켜 인적이 뚜렷하고 여러 산행표지기가 유혹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까 852.8m봉에서 가리산을 다음 기회에 오르기로 서로 양해하여 이미 놓
아버린 터다. 손맛 발맛만 다신다. 645m봉 돌면 ┫자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국망봉휴양
림 1.0km이고, 직진은 장암리 2.85km이다. 국망봉휴양림 쪽으로 내린다고 하여 산행거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휴양림을 지나 장암리로 가야 한다.
마사토가 미끄러운 내리막이다. 이정표가 안내하는 등로치고는 의외로 인적이 드물고 한갓
지다. 지능선이 맥 놓은 계곡에 이르러서는 그나마 인적이 끊기고 이쪽 산자락 저쪽 산자락
을 훑어 내린다. 계곡 너덜 건너 묵은 임도와 만나고도 간벌하여 등로를 잡아내기가 어렵다.
우렁찬 계류 물소리로 방향 잡는다. 산자락을 도니 광산골 옥계반석 희롱하는 계류다.
계류에 드러누워 바라보는 하늘이 도연명의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峰)’이다. 화악산 목욕동,
지리산 칠선계곡을 벌충한다. 입술이 파래지고, 물에 헹구어 바위에 널었던 웃옷이 얼추 마
를 즈음에야 일어난다. 계류를 빠져나오니 바로 휴양림 산막이다. 많은 사람들이 휴양림 캠
핑을 즐기고 있다. 옥계반석 계류는 장암저수지에 합류할 때까지 이어진다. 이러니 휴양림
매표소에 ‘관람료’가 무려 5,000원이다.
매표소를 나와 이동 택시부에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아직까지 면회객 수송에 모두 동
원되었나 보다. 걸어간다. 아침에 둘러보던 가리산, 신로봉으로 착각하기 쉬운 852.8m봉, 국
망봉, 사향산 등을 복습한다. 이동터미널. 서울 가는 버스시간을 일부러 알아보지 않고-버스
시간을 알게 되면 다급하여 밥맛만 떨어진다-순대국집으로 간다.
순대국집 주인 아주머니가 수더분하다. 순대국 ‘보통’이 7,000원이고 ‘특’이 8,000원이기에
그 차이를 물었다. ‘특’에는 고기가 조금 더 들어가는데 별 차이가 없으니 그냥 ‘보통’을 드시
라고 한다. 푸짐하고 포천 제일의 맛이다. 우리 말고 손님은 대부분 군인들이다. 탁주와 맥주
를 반주하는 손님은 우리들뿐이다. 소리 죽여 건배한다.
19. 신로봉능선
20. 국망봉
21. 가리산
22. 신로봉능선
23. 신로봉능선
24. 왼쪽은 한북정맥 강씨봉, 그 뒤는 운악산
25. 광산골 옥계반석
26. 무릇
27. 하산 길에서 뒤돌아본 가리산
첫댓글 이동이 대처네요. 그쪽으로 등산갈 경우 참고가 되겠습니다. 더운날 고생 많으셨어유.
모처럼 시원하셨겠네요...입슬이 파래졌을정도니^^
겨울에 852봉 내리느라 눈을 헤친 기억이 엊그젠데...ㅎ 이동에서는 중국집도 괜찮아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