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외환 위기를 거치며 (알토랑, 알토란) 같은 기업들이 해외 투기 자본에 팔려나갔다.
위 괄호 안에 들어가야 할 말은 무엇일까요? '알토란'입니다. 혹시 그동안 '알토랑'으로 잘못 알고 있지는 않았나요? 실제로 일부 매체에서도 다음과 같이 잘못 쓰는 사례가 보여요. '알토랑 같은 투자 기업을 유치했다' '알토랑 같은 적십자 회비로 아프고 힘든 취약 계층을 돕겠다' 같이요.
알토란은 너저분한 털을 다듬어 깨끗하게 만든 토란(土卵)을 뜻하는 말이에요. '알토란'에서 '알'은 '겉을 덮어 싼 것이나 딸린 것을 다 제거한'이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알토란 같다'는 관용구는 '살림이나 재산 따위가 속이 꽉 차서 실속이 있다, 생활이 오붓하여 아무 걱정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지요. 토란을 막 캤을 때는 잔뿌리도 많고 흙이 묻어 지저분하지만, 다듬으면 깨끗하고 실한 알토란이 되지요. 이런 알토란의 모습을 보고 '속이 꽉 차 실속 있다'는 뜻으로 '알토란 같다'를 쓰게 된 것이죠. '그 땅은 알토란 같은 땅이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알토란 같다'와 비슷하게 '실속 있다'는 뜻을 가진 '알짜'와 '알짜배기'는 어떤 관계일까요. '알짜'는 첫째, '여럿 가운데에 가장 중요하거나 훌륭한 물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알짜만 남다' '알짜가 쏙 빠지다'와 같이 쓰여요. 둘째, '실속이 있거나 표본이 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큰아버지는 논과 과수원을 몇 천 평 가진 알짜 농사꾼이다'와 같이 쓰여요.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알짜배기'는 '알짜'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뜻은 같답니다. '알짜'와 '알짜배기' 모두 표준어라 둘 다 써도 됩니다.
〈예시〉
―태풍 '미탁'으로 알토란 같은 재산을 한순간에 잃은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기업 규제에 막혀 알토란 같은 우리 기업이 외국 기업에 잠식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수가 조금씩 은행에 부어 둔 적금은 알토란 같다.
―유명 건설 회사가 수도권 알짜 단지 분양을 앞두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가구와 침대 매트리스를 제조하는 그 회사는 알짜배기 중견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 조선일보(2019.10.30.) ‘예쁜 말 바른 말(류덕엽·서울 양진초 교장)’에서 옮겨 적음. (2019.11.01. 화룡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