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눈독 들였을 장비가 있다. 바로 카라반이다. 텐트를 폈다 접는 번거로움도 없고, 차를 댈 장소만 있으면 어디서나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카라반을 끄는데 보디-온 프레임 방식의 차를 많이 쓴다. 트레일러의 무게를 견인하려면 차체 강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산 SUV 중엔 쌍용 렉스턴 스포츠와 기아 모하비가 프레임 보디로 카라반을 끄는데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독일인 폴커 쉬어스(Volker Schiersch)는 포르쉐 911로 카라반을 견인한다. 심지어 최신형이 아닌 클래식 911로.
폴커의 포르쉐는 1989년 1월에 나와 같은 해 7월까지 2,104대만 나온 911 3.2 카레라 스피드스터다. 엔진은 수평대향 6기통 3.2L 공랭식 가솔린으로 최고출력 234마력, 최대토크 28.9㎏·m를 뿜는다.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6초며, 최고속도는 시속 245㎞다.
또한, 그는 “공랭식 엔진을 사랑한다”고 밝혔는데 시작은 폭스바겐 비틀이었다. 학창시절 폴커는 포르쉐 356 쿠페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뛰었고, 결국 1957년형 빨간색 356 스피드스터를 거머쥐었다. 현재 폴커의 차고엔 911 3.2 스피드스터 말고도 모건 플러스 8과 애스턴 마틴 DB9 볼란테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911 3.2가 제일 좋다”며 포르쉐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911 3.2 스피드스터가 끄는 카라반도 남다르다. 1975년 나온 하이머 에리바 퍽(Hymer Eriba Puck)으로, 겉을 스피드스터와 같은 실버 메탈릭(색상 코드 Porsche 980) 페인트로 칠했다. 그는 “전용 트레일러 히치가 전 세계에 단 두 개만 남았는데 운 좋게도 구할 수 있었다”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하지만 폴커는 “시속 80㎞ 속도제한보다 연식 때문에 장거리 여행은 이제 어렵다”고 말했다. “이젠 북해 바닷가에 머무르면서 느긋한 하루를 즐긴다”고 했지만, “뒤셀도르프(Dusseldorf)와 오스나부르크(Osnabruck)의 손자들을 보러 갈 땐 항상 카라반을 끌고 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까지 또 한 번의 긴 여행을 할 예정”이라며 포르쉐와의 인터뷰를 끝맺었다.
포르쉐로 캠핑을 즐기는 사람은 또 있다. 미국 브록 킨(Brock Keen)이 주인공으로, 그는 포르쉐 996 카레라 4S에 루프 탑 텐트를 얹었다. 브록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캠핑장을 배경으로 996 사진을 올리는 등 남다른 캠핑을 즐기고 있다.
한편, 국내 제조사 가운덴 현대자동차가 스타렉스를 외주업체에 맡겨 개조한 캠핑카를 파는 중이다. 기아자동차는 카니발에 루프 박스와 테일게이트 LED 전등, 그리고 냉·온 컵홀더를 얹는 선에 그쳐 캠핑카 대열에 끼지 못했다. 이 밖에 르노가 마스터를 출시하면서 캠핑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더 많은 캠핑카를 만나려면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전문 제작업체로 눈을 돌리면 된다. 주로 현대 포터나 기아 봉고3 등 1t 트럭을 개조하는데, 현대 카운티나 에어로타운 등 버스로 캠핑카를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