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의 교훈
롬14: 8
한 때 "대장금"이라는 드라마가 대단한 인기를 끈적이 있습니다. '장금'이라는 여인이 궁녀가 되고 왕의 음식을 담당하는 수라간의 최고상궁이 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복선으로 깔린 개인적인 인생 여정과 궁중요리에 대한 각종 정보가 극을 재미있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만, 저는 '대장금'을 통해 적어도 두 가지를 배우게 됩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성경적 직업관'을 가르치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미각을 잃은 장금에게 음식 맛을 보지 말고 맛을 그려내라면서 격려하며 결국 극복하게 하는 한상궁과 끝없이 노력하는 장금, 그리고 최상궁의 출세지향주의와 안일한 직업관은 특별히 말이 필요 없는 자연스러운 교육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은 먹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위해 정성으로 만드는 것이지, 나의 실력을 뽐내려고 하면 안된다는 교훈은 즉 무슨 일을 하든지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않는다는 (골3:23) 바로 성경이 가르치는 직업관이지요. 또한 최고 상궁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직장인들에게 멋진 교훈이 될 뿐 아니라, 그런 못된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장금이와 같은 능력과 지혜를 가져야 함도 가르쳐줍니다.
또한 이 드라마는 '궁녀'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저 궁에서 일하는 여인 정도로만 알고 있거나, 백제의 의자왕과 3천궁녀란 표현 때문 좋지 않은 인식이 많았는데, 궁녀는 왕궁에서의 각종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녀들만의 도리와 정신, 계율과 계급이 있었습니다. 왕을 비롯한 문무백관들이 눈에 보이는 곳에서 왕궁을 세워 왔다고 한다면,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희생적으로 왕궁을 세워 온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선별되어 왕궁에 들어옵니다. 계급의 차이가 약간씩은 있으나 대부분은 중인계급이라 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릴 때부터 오로지 임금님만 생각하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임금님의 주식과 간식을 담당하는 곳, 의복을 만드는 곳, 침실을 담당하는 곳, 의술을 담당하는 곳 등 갖가지 부서에 배치되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생을 그곳에서 보냅니다. 궁녀들은 왕의 여자로 시집도 가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눌 수도 없습니다. 만일 그러다가 발각되면 궁에서 쫓겨나와 죽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때로는 정쟁에 휘말리기도 하고, 부패의 온상도 될 수 있지만, 궁녀들은 자기 확신 속에 살았고, 평생을 주인인 왕과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고 살았던 여인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궁녀'라는 신분계층은 우리 그리스도인과 너무도 흡사합니다. (하나님나라) 밖에서 살던 사람들이 (은혜로) 부르심을 받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 이라는 새롭고 뚜렷한 자아상 확립과 (하나님의 영광)을 먼저 생각하기에 따르는 절대 희생과 헌신을 감수하는 것, 그리고 자기 목숨을 버리기까지 최선을 다해 (Lord)을 사랑하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분명 궁녀는 오늘날의 신분은 아닙니다. 아니 사회학적 차원에서 보면 당연히 없어져야 할 신분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하나님나라'라는 다른 의미에서, 이 시대의 궁녀로 살아가고자 하는 성도들의 마음은 길이 보존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