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국의 유명 통신에 한국관련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국은 미국 대선에 은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보도인데 실질적인 움직임 대신 미 대선의 향방을 유의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의 기사였습니다. 반대로 일본은 전 총리인 아소 다로가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직접 만나 서로의 친분을 과시하는 모습을 기사화했습니다. 보기에 따라 일본의 발빠르고 다소 얍삽한 외교술을 비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기민한 외교적 행보와 그 반대로 한국의 다소 태만한 외교 행보를 지적하는 그런 뉴앙스로도 읽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예로부터 유별난 이른바 보험식 외교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비록 상대적인 약세에 놓인 대선 후보라고 해도 일본은 당신을 예사롭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표시를 자주 해왔다는 것입니다. 워낙 일본인 특유의 자세때문이기도 하지만 메이지유신 이후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선진 외국의 흐름을 주시하고 그 흐름에 편승하려는 자세로 임한 역사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번 아소다로 전 총리의 트럼프 알현에 대해 미국의 대통령 바이든은 심기가 상한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바이든은 일본과 중국 인도에서 외국인 혐오 때문에 경제 성장이 저해되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현재 미 대선의 판도는 그야말로 초접전상태입니다. 한국의 언론들은 바이든이 트럼프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가고 있다고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미국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현 판세는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대선을 치를 경우 트럼프의 당선이 우세하다는 의견입니다.미국의 전반적인 지지율은 박빙이지만 그야말로 미국의 대선의 향방을 가를 특정지역의 경우 트럼프가 우세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경우 사법 리스크가 항상 존재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그런 리스크를 전혀 고려대상에 넣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히려 현 정권에게 탄압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더 실어지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바이든은 고령 리스크가 더욱 강해지고 반전 시위의 여파가 바이든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갈수록 다시 바이든의 고전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 공화당 후보 트럼프는 뭔가 내세우는 것 그리고 과시하는 것을 매우 즐기는 인물입니다. 침소봉대하는 데도 권위자입니다.자신의 사진이 미 언론에 한장이라도 더 실리는 것을 매우 흐뭇해 하는 정치인입니다.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매우 선호하는 성향입니다. 그런 트럼프에게 일본의 전 총리 아소 다로가 불원천리하면서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트럼프 빌딩에서 알련하는 모습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트럼프는 매우 흐뭇해 합니다. 일본은 역시 나의 동반자요 파트너라고 판단할 것이 당연합니다.트럼프의 입장에서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한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물론 일본처럼 현 총리가 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자 마자 전 총리가 쪼르르 미국으로 달려가 전 대통령을 알현하는 모습이 멋지다는 것이 아니고 일본의 외교 상황의 그 행간을 잘 보자는 것입니다. 일본은 왜 자신들이 그런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생각도 않고 마구 행동하는 나라는 결코 아닙니다. 극비리에 가는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행합니다. 그 속에 담긴 행간을 읽어보야야 합니다. 일본은 미국 당신의 나라를 너무 존경합니다 또는 현 대통령이자 민주당후보도 그렇고 전 대통령이자 공화당 후보도 마찬가지로 존경합니다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려는 것 아닙니까. 미국의 트럼프 입장에서는 일본의 판단에 만족할 것입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일본은 반드시 챙기겠다는 생각이 들 것 아닙니까.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요. 모 통신에 나온 것처럼 한국은 미국의 대선의 향방을 유의 주시하고 있다 즉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어떤 행동도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미국의 트럼프 입장에서는 일본에 비해 한국이 상당히 비위에 거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기회가 나는 대로 한국의 방위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상당한 고위급 인사가 미국으로 달려와 자신에게 알현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도 들립니다. 상당히 씁쓸한 말이지만 말이죠. 그게 지금 미국 대선의 줄세우기 아닙니까. 동맹국이면 동맹국처럼 행동하라는 것이죠. 지금 한창 박빙의 승부속에 동맹국의 리더격이 자신을 찾아 오는 모습의 사진이 언론에 실리기를 바라는 마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한국은 소식이 없습니다. 아니 지금 그렇게 한가로운 상황이 아닙니다. 한국의 정치는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양상입니다. 새 총리를 내세울 힘도 없어 보입니다. 여소야대속에 강한 힘을 보유한 야권은 한국의 정권에 특검을 수용해 해당 사안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하자는 입장입니다. 정권은 거부권이라는 전가의 보도만을 껴앉고 버티는 중입니다.무엇이 그렇게 두려운지 말입니다. 잘 못한 것이 없으면 특검을 수용하고 특검의 수사에 맡기면 됩니다. 자꾸 거부권만 행사하니 더욱 의문이 더해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의정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이제 그냥 갈데로 가라는 식입니다. 정부와 의사들의 힘겨루기만 여전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속에 미 대선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좀 언급하기 거북한 소리지만 한국은 미국의 대단한 영향권에 놓여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그 정도가 옅어질 것이라 판단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양상입니다. 한국의 약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한국정도는 그냥 손바닥입니다. 중도적인 위치를 지키기는 이제 너무 늦은 상황입니다. 이래저래 미국의 판세를 잘 파악하고 정말 능동적으로 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고위급이 적당한 핑계를 대서라도 미국도 방문하고 대선이 어떤 결과가 나올 지라도 한국에 크게 불리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에 지금 놓여 있습니다. 비굴한 외교행위를 하라는 것이 아니고 합리적인 외교적 행보는 하라는 것입니다. 일본뿐 아니라 유럽의 강국들 대표적들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하는 이유 정도는 알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 대선 후보들이 대인배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라는 것입니다. 트럼프라는 인물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럭비공에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인물이고 바이든은 초고령이라는 점을 제발 감안하라는 말입니다.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조그만 자존심정도는 내려놓은 것이 외교적으로 이기는 것이라는 점을 깨닳아야 하는 시점입니다.
2024년 5월 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