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재생 벗어나 상권 활성화·도시계획 아우르는 장기 청사진

[레스뉴가]

동천 통해 해안·도심 연결
조방 앞은 야시장 개설 적지
산복도로 도심형 농장 운영

남항 창고, 해양연구소 전환
부산역광장 지하는 상업시설

인구 감소와 상권 쇠퇴로 기력을 잃은 부산지역 원도심을 살릴 처방전이 나왔다. 부산발전연구원(BDI)이 21일 내놓은 '원도심 상업지역 마스터플랜 창조적 재생 마스터플랜'은 5개 자치단체(영도·서·중·동·부산진구)를 아우르는 장기 청사진이다. 단순한 주거지 재생에서 벗어나 상권 활성화와 도시계획을 아우른 것이 특징. 내년부터 본격화될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2022년까지 추진할 부산의 주요사업을 살펴본다.

■동천 생태와 조방 앞 상권 재생

BDI는 해안과 도심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동천(문현혁신도시~부산시민회관) 재생을 계획했다. 상설 공연이 가능한 보행전용교와 수상택시를 비롯한 교통수단 운행을 통해 남항~북항~내륙까지 친수문화공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활용도가 떨어진 미55보급창(22만7000㎡)은 이전을 전제로 부산시민공원과 같은 녹지로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현대백화점과 중앙·자유·부산진시장, 골드테마거리는 역사·문화·생태 투어코스로 개발하면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대표상권이었던 조방 앞은 노상주차장을 활용한 프리마켓·야시장 개설의 적지로 꼽혔다. 연구를 수행한 BDI 한승욱 연구위원은 "주민·상인이 주도하는 거버넌스형 도시 재생이 돼야 한다. 공공부문의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민간투자 유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형 농장으로 일자리 창출

산복도로는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일자리도 변변치 않다. 부산시는 지난해 동구 수정5동에 지상 3층(연면적 333㎡)의 '수직형 농장'을 열었다. 수직형 농장이란 주민들이 마을기업·협동조합을 구성해 고층건물에서 채소와 화훼를 가꾸는 농장을 말한다. 주로 친환경 채소를 키운다.

BDI는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정동에만 56곳에 달하는 빈집을 매입해 도심형 농장 10곳을 추가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저탄소 녹색교통수단 도입과 산복도로 순환버스 운영 ▷31곳의 마을공동체 경제기반형 재생 ▷수정동 골목길 40곳 환경개선도 앵커사업으로 꼽았다.

■기술융복합과 역사자원 활용

영도구 봉래동과 남항에는 기능을 상실한 창고가 많다. 남항 창고군은 1930년대부터 부산경제 부흥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시는 이곳을 리모델링해 해양 연구개발 전진기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중구 대청동 1가) 건물은 원도심에 산재한 근대문화유산 아카이브 센터(기록이나 정보의 보관소)로 개발된다. 중구의 빈집 79곳은 창작공간인 '또따또가'와 같은 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광복로 일원은 첨단 IT기술과 공간이 결합된 상권으로 거듭나게 된다.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재정비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부산역 주변 복합용도 개발

부산역광장은 바다로 가는 길목일뿐 아니라 영도~북항~부산진구의 교차점이다. 시와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주한 철도시설 기능 재편 용역의 중심이기도 하다. 시는 1만6500㎡인 부산역광장 지하에 녹지·문화·상업공간을 넣어 산복도로까지 이어지는 앵커 상업시설로 활용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차이나타운 일대 빈집 22곳은 외국인 유학생의 집단 거주지로 활용될 예정. BDI는 여기다 2005년 기능을 다한 부산진역사(5000㎡)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이곳에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협의가 필요하다.

임기규 시 도시재생과장은 "원도심 재생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연차별 우선순위를 정해 국비를 확보해야 한다. 민간자본이 투입될 예정인 북항재개발·철도시설 재배치와의 기능 중복도 피하고 통일성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