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가족 26-1, 아재 모시고 북상 가려고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내일 아재 모시고 북상 가려고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아침에 모시러 가겠습니다.”
백권술 씨와 연말 인사 나누고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백춘덕 아저씨를 모시고 북상 고모님 댁에 다녀오고 싶다며 연락했다.
어차피 가는 길이라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고제에서 북상은 잠깐이지만 거창까지 왔다 가려면 1시간 이상이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연말에 고모님 뵙고 왔습니다. 이번에 뵈었을 때는 예전보다 건강하셔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조카 내외분과 함께 가시면 고모님이 더 반가워하실 거예요.”
“벌써 다녀오셨군요. 제가 해야 할 일인데,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언제쯤 거창에 도착하시나요?”
“9시 30분이면 가지 싶어요.”
“조심해서 오세요. 아침에 출근하면 아저씨 댁으로 바로 가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저씨는 조카 온다는 소식에 조금 들떠 보였다.
조카에게는 샤인머스캣을, 고모님께는 빵을 선물로 준비했다.
띵동!
현관문을 열자 백권술 씨가 활짝 웃으며 들어왔다.
양손에 든 귤과 두유를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재, 식사는 하셨어요? 건강은 괜찮으시지요? 이거는 같이 사는 어르신과 나눠 드세요.”
“고마워. 잘 먹을게. 북상 갔다가 점심 먹으러 가. 내가 사께.”
“고모님 뵙고 오면서 간단히 먹지요. 어제 선생님하고 통화하면서 아재가 비린 것을 전혀 못 드신다는 걸 알았어요. 거제에서 온 대구가 좋아서 집사람이 대구 넣고 떡국 끓여서 대접하자고 했거든요. 고모님이 거동하실 수 있으면 함께 식사하러 가든지 하고요.”
“그래, 그럼.”
조카 내외는 아저씨를 모시고 차에 올랐다.
오후 3시경에 아저씨와 통화했다.
“아저씨, 다녀오셨어요?”
“좀 전에 도착했어요. 고모님이 좋아하시데요.”
“식사는 함께하셨어요?”
“고모님은 못 가고 조카하고 셋이 식당 가서 먹었어요.”
“맛있는 것 드셨나 보네요.”
“밥 먹었어요. 내가 사 줄라 캤더만 권술이가 어림도 없더라꼬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옛날에는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를 것들이 지금은 힘든 일, 아주 번거로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당연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백권술 씨가 그렇다.
아저씨를 지원하던 첫 해, 조카 내외를 만났다.
‘우리가 먼저 아재를 찾아뵈어야 도리지요.’ 했던 그 말을 조카는 철저히 지켰다.
2026년 1월 2일 금요일
김향 선생님 말씀 들으니, 첫 해 조카와 처음 연락할 때가 떠오릅니다.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며 도우셨겠지요? 한 해의 시작이 참 정겹고 따뜻합니다. 박효진
“내일 아재 모시고 북상 가려고요.” 백권술 조카분, 고맙습니다. 신아름
이웃 인정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지요. 지금 시절에도 여전히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백춘덕 아저씨와 고모님과 백권술 씨 같은 분 말이죠. 우리 하는 일이 이런 이웃 인정을 살피고 살리는 일이지요. 선생님 하시는 일이요. 감사합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