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나는 서울 중랑구 태청야학에서 60~80대 어르신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일주일에 한 시간 남짓이지만, 삶에서 가장 큰 감사를 느끼는 순간이다. 태청야학은 초중등 교육 과정을 배우는 어르신들이 공부하는 곳이다. 정식 교육 기관이 아니다 보니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 교사들이 내는 회비로 월세와 각종 운영비를 충당하지만 그 금액이 턱없이 부족해 1년에 한 번 후원 행사를 연다. 작년에는 후원금이 예상보다 두 배나 더 들어와 1년 동안 월세 걱정 없이 학교 운영에 충실할 수 있었다. 남은 예산으로 학생들과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갈 수 있어 더 뿌듯했다. 행사 당일에는 후원인들에게 공개할 학생들의 그림일기를 벽면에 붙여 둿다. 그 일기를 내 블로그에도 올렸는데 많은 이가 감동했다는 말을 전했다. 행사에 들른 아내도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님들, 세상에 어쩜 그렇게 일기를 잘 쓰셨어요? 제가 인터넷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보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셔요? 정말 감동이래요." 대수롭지 않은 칭찬이었는데, 작은 교실 안 열 명의 어머님이 미어캣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몇몇 어머님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 짧은 순간, 뭔지 모를 감정이 훅 하고 내 마음을 후벼 팠다. "아니, 선생님. 그 말이 진짜여요? 우리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아니고? 누가 우리같이 못 배운 사람들이 쓴 글을 좋아해요? 거참 신기하네!" 지금껏 누구도 그 고된 삶을 인정해 주지 않았는데 늦게 배운 한글로 써낸 글이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떨림이지 않았을까. "그럼요. 글은 멋진 단어로 잘 써야만 하는 게 아니에요. 글씨가 삐뚤빼뚤하고 맞춤법이 좀 틀려도, 진심을 담은 글은 사람의 마음을 울려요, 어머님들이 쓰신 그림일기가 바로 그래요." 어머님들은 수십 년 전 똘망똘망했을 그 눈빛 그대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렇게 또 알량한 지식을 전하고 커다란 마음을 돌려받았다.
태청야학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떠난 소풍. 팔순의 학생은 손주뻘 선생님들에게 종종 말한다. "선생님, 저희들을 버리지 말아 주세요."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그 눈시울이 그렁그렁하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셔요. 늘 옆에서 공부하는 거 봐 드릴 테니 마음 푹 놓으셔요!" 야학에 나오는 어르신들 대부분 수십 년 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이들은 그 서럽고 억울하고 불편하고 답답했던 마음을 야학에 와서 풀고 배움의 기쁨을 누린다. 나도 더없이 행복하다. 인생의 꽃길을 걷는 나이 지긋한 소년 소녀들과 동행하고 있기에, 태청야학의 학생들이 품은 모든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올 그날을 기대해 본다. 소경수 | 태청야학 교사
학생들이 서울 중랑구 태청야학에서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말이 아니다. 단 한마디를 하더라도 그 속에 진심이 있다면 마음은 그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_ 사이토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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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소중한 멘트 감사드리며
기쁨과 즐거움이 함께하는
행복한 주말보내세요
~^^
옛날에는 살기가 힘들고
육성회비를 못 내서
학교에 못 가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주경야독(晝耕夜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야간 울림학교 등등..
그들의 애환을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정읍 ↑신사 님 !
소중한 고견주셔서
감사합니다 ~
기쁨과 즐거움이 함께하는
행복한 휴일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