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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스파이스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이전 것보다 더 나은 것, 이전 것과 다른 것, 자기복제를 거부하며 현재진행형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김민규는 마음 한 켠에 또 다른 자신을 만나고 싶은 열망이 컸던 모양이다. <챠우챠우>, <새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 <고백>등을 만들어내며 한편으론 어떤 곡들을 꿈꾸었을까.이번 2집 앨범은 구하기 어려워 가요팬들의 가슴을 울렸던 '달에서의 9년'이 함께 패키지로 나와 기쁜 소식이 배가 될 것 같다. 스위트피의 이번 타전은 1집에서 보여준 여느 정서와 기본적으론 별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어쩐지 훌쩍, 자라난 인상이다. 어둠 속에서 인화되어 나온 그의 마음풍경은 여전히 애잔하고 슬프고 아릿하지만 강해진 것 같고, 그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델리 스파이스와 스위트피의 음악은 여백을 음미하는 감상, 그 이중적이고 은유의 세계를 내 나름대로 해석하고 퍼즐 맞추는 즐거움이 있어 혼자 듣고 혼자 해석하는게 제일 인데 이번에는 좀 아닌 것 같다. 궁금하다. 2집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걸까? 자, 이제 인터뷰 해보자.
김이진 : 이번에 새 앨범 내고 어때요. 만족스럽나요, 기분 좋아요?
김민규 : 지금 몸이 좀 힘들어요. 요즘 연습을 많이 하고 있어서요. 왜냐하면 해본 곡이 한 곡도 없으니까, 거의 다 새로 해야되고 앨범만 냈지 그다지 라이브를 안했잖아요. 가사도 다 외워야하고. 1집 0집 세 장이니까 다 아울러서 관련된 곡들 해야 되고, 게다가 다른 카피곡들도 있으니까.
김이진 : 하긴 2집까지 앨범 내면서도 공연 별로 안했죠.
김민규 : 그렇죠. 그리고 이번에 곡도 많이 들어있는 앨범이잖아요. 이피까지 다 포함하면. 다른 팝송도 있으니까. 연습이 되게 힘들어요. 준호형이 엊그제는 델리 할 때는 그렇게 연습 안하더니 니꺼 한다고 그렇게 많이 하기냐. 뭐 이런 말을 (웃음)
김이진 : 연습을 혼자해요? 세션은 어떻게 하나요.
김민규 : A조 B조가 있어요. A조는 어쿠스틱조, B조는 밴드조. 어쿠스틱조는 피아노 첼로가 있구요, 밴드는 드럼 베이스랑 같이 하죠.
김이진 : 늦게까지 연습해요?
김민규 : 새벽 1시. 원래 연습 많이 하는 체질이 아닌데..
김이진 : 매일매일 하려면 힘들겠어요. 중간에 하루 밖에 안쉬고.
김민규 : 힘들겠죠. 잘 먹고, 잘 쉬고 해야죠.
김이진 : 나이 들면 밥심이라고. 이번에 앨범이 많이 바뀐거 같아요. 처음에 그냥 리뷰만 할 생각이었는데..너무 궁금해서 인터뷰하자고 부탁한 거예요.
김민규 : 예에에. 어떻게 바뀌었는데요?
김이진 : (읏) 저한테 물어보면 어떡해요.
김민규 : (웃으며) 궁금해요,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김이진 : 1집까지의 그 여전한 느낌, 아련하고 닿을 수 없는 서정은 마찬가진데. 여전한 정서인데도 사람이 변한 건지, 바뀐 건지, 낙천적인 느낌도 있고 다르게 느껴져요..다 용서하는건 아니지만.
김민규 : 왜냐하면 그게, 그 전에 1집이 2000년에 나오고 4년이 지난 시점에 나온거라. 이걸 내야지 6개월 이런 식으로 나온 게 아니라 2000년에 녹음 한 것도 있고 2003년에 한 것도 있고 그때 그때마다 느낌이 다 틀린거 같아요. 그래서 결국 제가 느끼기에도 달라진거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고 제가 듣기에도 뭔가 달라진 거 같아요. 뭐가 달라지긴 한 것 분명하고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노래를 좀 잘 한거 같아요. (웃음)
김이진 : 그러게요. 요번에 완전 팔색조예요. 노래마다 가창이 다른거 같아요. 일부러 그렇게 한거죠?
김민규 : 예. 곡에 따라서. 그게 작업기간이 길어서 그런거 같아요.
김이진 : 끄덕. 1집까지는 델리 스파이스 사이드 활동, 델리와는 다른 음악 어쿠스틱 분위기였는데 이번에 실린 <돌이킬 수 없는>, <하늘>은 밴드 분위기도 나고 그래요.
김민규 : (살짝 미소) 예전에는 강박관념 같은게 있었던거 같아요. 달라야 된다. 이렇게 해야된다, 선을 그어놓고 요기 안 넘어가는 걸 제가 정했던거 같은데. 이번 앨범 작업은 그냥 그렇게 될 필요가 있나 싶어서 왔다갔다 하다보니까 그런 느낌의 곡도 있고. 그래서 아마 그런 노래를 뒤로 보낸거 같아요 앞에는 원래 스위트피 분위기대로 가고요.
김이진 : 심리적으로? 강박관념 없어도 충분히 델리랑 달라요. (!!)
김민규 : (웃음) 그러니까. 일단 연주하는 사람이 다르고. <돌이킬 수 없는> 같은 경우에는 제가 베이스도 직접 다 치고.
김이진 : 다른 노래보다는 템포가 빨라요. 이 제목은 흠모하는 모니카 (벨루치) 언니의?
김민규 : 제목이 거의 막판에 정해졌어요. 무제였다가 가사 쓴 거 다시 보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더라구요. 이 부분을 쓰자고 해서 내용도 그런 비슷한 것도 있어서.
김이진 : 사람들은 가끔 오해할 거 같애. 다 계획해서 하고 그랬을거 같은데. 막상 물어보면, 어 아니구요 이런 식이고..
김민규 : (그렇지는 않다는 엷은 웃음) 어떤 것들은 제목부터 정하고 가는 것도 있고, 어떤 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다가 제목이야 앨범 쟈켓 인쇄하기 전에만 하면 되는거니까. 마감 전에만. 앨범 타이틀 같은 경우에는 되게 오래 전부터 생각해놓은 거예요. 하늘에 피는 꽃. 그건 처음부터 어느날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이 제목으로 해서 노래를 정해야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앨범 쟈켓 경우에 되게 편했던게 하늘하고 꽃만 나오게 그려주세요 부탁했는데 느낌이 서로가 통해서 그런지 몰라도 예전 같으면 여기 고치고 저기 고치고. 이거 빼고. 그랬을텐데...그런거 하나도 없이 바로 딱 됐어요. (뿌듯)
김이진 : '하늘에 피는 꽃', 제목 보고 느낌이 나왔나봐요. 그리고 민규님이 워낙 권신아씨를 좋아해서 부탁한거니까.
김민규 : 여자분들이 많이 좋아하잖아요. 남자들은 권신아 잘 모르는거 같아요.
김이진 : 그런데, 하늘에 어떻게 꽃이 피나요?
김민규 : 말이 안되는 말이잖아요. 말이 안되는 음악이죠. (웃음)
김이진 : 오호, 그대로 써야지.
김민규 : 뭔가 좀. 불가능한 것들. 옛날로 다시 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떠난 사람 붙잡는 것도 불가능하고. 뭐라 그럴까. 신기루예요.
김이진 : (앨범 들며) 환영이구나 이게. <멀어져간 사람들> 이거 보면 사람이 잔인한거 같아요. 달콤한 목소리로.
김민규 : 제가 느꼈던 감정은 더 잔인한 거였어요.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치이고 다치고 그러면 그 사람을 포기해버리잖아요. 에이 저 사람은 어차피 나랑은 안 맞는 사람, 어쩔 수 없어, 그런 생각과 느낌이예요.
김이진 : 잘르는구나. 1집의 <지금 부르고 있는 나의 노래도> 그 곡이랑 정서적으로 비슷한 건가요.
김민규 : 어, 정서적으로 좀 다른거 같아요. 왜냐하면 그거는 좋아했던 사람. 아 둘 다 좋아했던 사람들이구나. 그거는 그래도.
김이진 : (호기심 반짝) 모델이 있나봐요.
김민규 : 있어요. 사람들이 있어요. 그거는 알다시피 옛날 멤버들 얘기고. 이거는. 이거는 (웃음)
증오의 마음도 많이 담긴거 같아요. 그런 식으로 해서 내가 풀어야지. 안그러면 쌓이고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라도 풀어 내는거 같아요.
김이진 : 앨범 많이 못들었는데, 처음 딱 듣고 13번 마지막 곡에 반했거든요. 델리나 스위트피나 첫 눈에 반하는 경우가 드물고 앨범 다 듣고 나서야 가닥이 잡히는데..
김민규 : 좀 많이 들어야. 처음 들으면 델리나 스위트피나 모르는 그런 음악들이 있죠.
김이진 : 처음에 낯선 느낌 들다가 그제야 잡히는게 정석인데 13번 곡은 듣고 나서 되게 좋다, 그 생각. 아이러니하고요. 목소리는 되게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노래하잖아요. 뭐 그으래~ 근데 내용은 그게 아니고, 너무 아프고..솔직해진 건가요?
김민규 : 솔직해진 거 같고. 나이가 이제는 들어서 그런게 나타나는거 같아요.
(이때, 부위별로 가자며 매니저님이 김민규씨 맞춤사진을 찍으시기 시작했다. 허리에 드리워진 불꽃 체인, 팔에는 거의 무기에 가까운 붉은 팔찌, 목에는 에스닉 분위기의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어 뭔가 암시용, 부적에 가까워 보인다.)
김민규 : 불꽃 사슬. 불꽃이예요. 제 마음을 드러내는 거예요. (웃음) 나이 들수록 이런게 좋아지더라구요. 어릴 때, 10대 때 못했던 반발심인지. 뒤늦게 팔찌 이런게 좋아요.
김이진 : 메탈 쪽 곡들도 이번에 리메이크 했는데..
김민규 : 그런 거에 대한 후회도 있어요. 기본적으로 좋아도 그런 거에 어필을 못했던 성격이었던거 같아요. 사람이든 뭐든 간에. 속으로만 좋아하고, 집에서만 좋아하고. 정작 밖에 나가서는 그런 표현을 못하구요. 한마디로 자기 표현을 되게 안했던거 같아요.
김이진 : 표현 잘 안하는 사람이었나봐요. 감정적인 면에서.
김민규 : 더 늦기 전에라도 많이. 사람한테도 그렇구. 그런데 나이 들수록 애정이 많아지는거 같아요.
김이진 : (틈새공격) 외로워서 그런거 아니예요?
김민규 : 그..렇기도 하겠죠. 20대 때는 그런걸 즐기기도 하고, 이것도 꽤 멋있는 거야. 뭐 이런, 외로움도. 외로움도 즐기자. 그렇게 자위하고 그랬었는데 서른 넘으면서 그런게 너무 힘든거 같아요. 혼자 있는 것도 저어하고. 집에서 궁상인 것도 궁상인게 너무 느껴지고 흐, 지금은 되게 힘들더라구요. 밥 먹을 때 꼭 누구 불러서 먹고. 제일 싫을 때가 라면 끓여 먹을 때나 자장면 시켜 먹구. 라면 잘 못먹겠더라구요. 라면 하나 갖고 모자르게 느껴졌는데.
김이진 : 궁상인게 자각되는? 하하. 의욕이 없나 부다.
김민규 : 안성탕면. 이따만한 냄비에다가 대 여섯명이서 두 개는 막 먹잖아요.
김이진 : 경쟁심리에.
김민규 : 익지도 않은거 건져먹고 남은 국물에 다시 끓여먹고..지금은 사람하고 같이 있는게 좋아요. 그래서 스위트피 애초의 계획은 옛날하고 똑같이 혼자 공연하고 그런거였는데 점점 지나면서 혼자 공연하면 싫을거 같고 그런 마음이 생겨서 A조가 생기고 B조가 생기고, 같이 연습하고 있어요. 혼자 연습하면 집에서도 다운되고.
김이진 : 혼자 있는게 기운이 달리나봐요. 다른 사람 기운을 받아야.
김민규 : 그래야 돼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김이진 : 하긴. 민규님 변덕 좀 있지 않나요. (스윽)
김민규 : 변덕이.....(허허허) 변덕이라기보다는 성격이 좀 급해진거 같아요. 뭔가 있으면 빨리 좀 해야지. 안하면 주위사람들이 피곤하죠.
김이진 : 그런 면이 있어요? 닥딸하나부다. (슬그머니 담배를 피기 시작하는 스위트피) 담배 그렇게 많이 피면서 고운 목소리의 비결은 뭐예요? 타고 난 건가요.
김민규 : (쑥스러운 웃음) 별루. 뭐 크게 영향은 없는거 같아요.
김이진 : 민규님은 목소리 자체가 곱잖아요. (매니저님, 푸하하 웃으심 ㅠㅠ) 지금은 좀 아닌거 같은데 노래할 때는 고아욧.
김민규 : 그냥. 담배 조금 줄인 편이예요. 끊기도 했었어요. 몇 번이나. 이번에 다시 공연 연습하면서 많이 피는 거고, 습관적으로. 다시 또 편해지면 안 필 수도 있고. 끊은 거는 뭐 겨울에 추운데 문열어놔야 되니까 그것 때문에 끊었다가 날 따뜻해지니까 또 피게 되네요. 담배 사러 가기도 귀찮고.
김이진 : (손 허부적) 이런 이유라니.
김민규 : (슬쩍 웃음) 담배 피는 냄새 별로 안 좋아해요. 자기가 피고 난 이후에. 집안에 고여 있잖아요.
김이진 : 곡에 대한 얘기를 좀 할까요.
김민규 : 화장실 좀 다녀올께요.
(김민규씨가 화장실에 간 사이, 매니저님과 동시에 마음이 통해 카페에 스위트피 신보를 틀어달라고 부탁했다.)
김민규 : (매니저님 향해) 나 여자화장실 다녀왔어. 다녀와서 생각해보니까 남자화장실은 위에 있었어.
김이진 : 괜찮아요. 아무도 오해하지 않았을 거예요. 언닌데요 뭐.
김민규 : 아무도 없어 다행이다.
김이진 : <침묵>은 너무 슬픈거 같아요
김민규 : 침묵은....예...
김이진 : 울면서 불렀을거 같애..
김민규 : 에..많이. 이 앨범이 주위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어요. 어머니로 시작해서 아버지로 끝나는 사이사이에 예전에 사람들 얘기도 몇 곡 넣고. 나름대로 컨셉을 잡은게 있어요. 침묵이 앞에 와 있고 당신의 그 아버지처럼은 나중에.
김이진 : 들으면서 에필로그 프롤로그 같다고 느꼈어요. 첫 시작을 상실감으로 가고 마지막에는 하지만.. 뭐 어쩌겠어..내가 뭐 받아주지 이런 분위기 있잖아요.
김민규 : 그러니까 개인사적인 의미가 커요. 이번 앨범이.
김이진 : 팬들 입장에서도 특별하게 와 닿아요. 1집까지만 해도 지극히 개인적인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실생활이 느껴지는 앨범은 아니었거든요. 음악은 따로고.
김민규 : 철저하게 좀 한쪽으로 비껴 서서 얘기하는게 많았으니까.
김이진 : 어머. 언니가 변했어 그 생각부터 퍼뜩.
김민규 : 겪고 나니까 많이 달라진거 같아요. 근 한 일 이년 사이에. 태도나 뭐 이런.
김이진 : <Kiss Kiss> 예술의 전당에서 불렀는데. 근데 리메이크 앨범을 내지 그랬어요.
김민규 : 원래는 세 장으로 하려고 했어요. 이피까지.
김이진 : 아니, 얼마나 받으려구요?
김민규 : (막 웃음) 비싸겠죠. 세 장으로 하려고 했는데 몇 몇 곡이 하이퍼 발라드나 백구 이런 곡들 섭외를 했었는데 허락을 못 받았어요. 그것들 빼고 하니까 어설프게 세 장 하느니 두 장으로 줄이자 그래서 지금의 형태로 나오게 된거예요.
김이진 : (오호~ 백구) 동경바빌론 느낌이 좋았나봐요.
김민규 : 그때 클램프 그림을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그거 보고 나서 좋아졌어요. 전에는 클램프에 대한 인식이 여중생 취향일거다, 막연히 생각 했던거 같아요. X를 제일 좋아해요.
김이진 : 근데, <Kiss Kiss> 애니메이션에선 발랄한데. 민규님은 별로..(말 흐리며)
김민규 : 발랄하게 하려고 노력한거 같은데...
김이진 : (헉) 발랄한가요 지금. 근데 안 발랄해서 더 좋은거 같은데요.
김민규 : (낮은 미소) 그러니까 똑같이 한다라는 기분으로 했는데 이렇게 되더라구요.
김이진 : 정말이예요? 저는 의도적으로 이렇게 한 줄 알았는데요.
김민규 : 잊혀지는 것도 최대한 원곡과 가깝게 해보자 그랬는데. 다른 곡들은 의도적으로 다르게 한게 맞지만. 이제 완전 그런 분위기가 몸에 익었나봐. (웃음)
김이진 : 키스키스 발음이 너무 예뻐요.
김민규 : (막 수줍게 웃음)..발음..발음. 고생했어요.
김이진 : 되게 쑥쓰러워 하시네요. 발음이 예쁘다고 하니까. (사소한 칭찬에)
김민규 : 공연 때 하는 라이브는 한번 부르는 일회성으로 지나가지만 레코드는 그야말로 레코드니까 반복해서 듣고 듣고 또 듣고. 여기 이상하면 여기만 듣고 사람들이 그러니까 신경이 조금 쓰이죠. 몇 번 다시 하고.
김이진 : (씨익) 스토커도 있으니까.
김민규 : 여기서 잡음이 들린다는 사람도 있고.
김이진 : 원곡 들어봤는데, 못 알아 듣겠던데요. <Whiskey in the jar>는.
김민규 : (아하하) 원래 완전 원곡도 들어봤나요? 아일랜드 곡. 그거는 춤곡 같아요. 축제 할 때. 라라라 라라라 이렇게 박수치면서 짝짝 짝짝. 바이얼린으로 찡찡 찡찡 찡찡찡.
김이진 : 음. 이 곡으로 나른한 춤 정도는 출 수 있겠다.
김민규 : 기본적으로 멜로디가 참 좋은거 같아요. 이런게 재미있는거 같아요. 의외의 선택을 하는게.
김이진 : 메탈리카만 들어봤어요.
김민규 : 메탈리카가 이 곡을 리메이크 한 것도 의외의 선택일거예요. 원곡을 생각하면.
김이진 : 메탈을 많이 듣고 그랬나봐요. 저는 언능 볼륨을 줄였는데.
김민규 : 집에선 늘 여러 가지 노래를 해요. 이런 저런 노래를 다양한 형태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그때마다 좀 재미있는 결과를 낳는게 있어서 최대한 앨범으로 하고 싶은데 내 노래가 아니라 남의 허락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라 싣기가 쉽지 않아요.
김이진 : 허락 받고 다? <Whiskey in the jar>는 어디에 허락 받아요?
김민규 : 아무한테도 안 받아요. 우리가 아리랑 막 해도 되는 것처럼요.
김이진 : 듣다 보니까 <하늘>이 되게 좋더라구요. 처음은 13번 곡이었는데. <하늘>은 구성이 점층적으로 풍성해지고, 마지막에 뚝 떨어지는 것도 인상적이고.
김민규 : 저도 개인적으로 <하늘>을 좋아해요. 특히 지금까지 해온 역대 솔로 중에서 제일 잘된거 같아. 하하하. 기타 솔로. 딴 거 말고. 기타 솔로만.
김이진 : (카페에 하늘이 흘러나오자) 솔로에 자신 있는 노래가 나오네요. -_-
김민규 : 하늘에 피는 꽃, 그림이 너무 이뻐 갖고 달에서의 9년, 이 그림은 눈에 안 들어오는거 같아요. 이것도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 건데. (웃음)
김이진 : 풍향계 아니예요? 강아지.
김민규 : 애견박람회에 갔는데 이렇게 해놨더라구요. 일본 갔을 때 제가 직접 찍어온거예요. 나름대로 이것두..
김이진 : 서운한가부다. 달에서의 9년 이피. 노래도 새로 하신거예요?
김민규 : 노래는 그냥 그대로구요. 마스터링이라고, 마지막에 한번 보정해 주는 작업이 있는데 그 작업을 다시 한거죠. 느낌이 더 좋을 거예요.
김이진 : (파고 들며) 이거 다시 들으면 기분이 어때요? 98년도인가에 나왔는데.
김민규 : 저는 사실 잘 안들어요.
김이진 : 그럴거 같아요. 그래도 이뻐해 줘야죠.
김민규 : 이뻐해요. 좋으니까 다시 했죠. 개인적으로 앨범 내고 잘 안 듣는 편이예요. 가사를 외우려고 일부러 듣는 경우가 있는데.
김이진 : 델리도 그래요? 평소에 그럼 뭐 들어요?
김민규 : (웃음) 평소에 뭐 그냥 이것저것 컴파일 한 시디들. DVD나 다운 받아서 보는 것도 있구. 남들 안볼 때 빨리 보고, 나중에 이것저것 얘기해주면 재미도 없고 재밌다 그래도 보기가 좀 그렇구. 내가 판단할 수 있는게 되니까 안 그러면 태극기나 실미도 못보겠더라구요. 아예 안보거나 몇 년 뒤에 보거나.
김이진 : 예. 자신을 지켜야죠. <잊혀지는 것> 노래하기 힘들지 않나요?
김민규 : 아니 뭐 저는 그냥 열창하는건 아니니까 조곤 조곤 얘기하는거라서 어렵진 않아요.
김이진 : 이 곡을 중학교 때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김민규 : 그때는 무슨 생각을 했더라..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암튼. 그때만 해도 센 음악을 많이 들었고 학교 친구들 보면 완전 강한 파가 있고, 가요는 아닌데 약간 언더그라인드 쪽 좋아하는 파가 있고. 저는 양쪽 다 끼어있었기 때문에 조동진 이런 음악 들려주면 이런 것도 괜찮은거 같애. 빌려서도 듣고 그랬었는데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를 좋아하는 경우가 드문거 같아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고. 그냥 한쪽이지. 저는 가끔 가다가 그런 것도 듣고 아니어도 좋고. 그래서 그때는 뭐야, 외국 음악만 많이 듣다가 동물원 듣고 가사의 느낌이 있잖아요. 전체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다르다고는 어렴풋이.
김이진 : 가사 뉘앙스가 중학생이었어도 충분히 뭔가는 느꼈을거 같아요. 그때 음악을 했나요, 그러니까 기타치시던 시절인가요.
김민규 : 기타야 있었어요. 있긴 있었는데 그렇게 많이 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부모님들이 워낙 싫어했기 때문에. 몰래 치고. 숨겨놓고.
김이진 : (씨이익) 부러진 적은 없나요?
김민규 : 부러진 적도 있었던가 옛날에..
김이진 : 아까워라. 굶으며 모았던 거예요?
김민규 : 하하. 별로 좋은거 아니었어요. 처음 산 게 만 오천원인가 그랬어요. 보충 수업비 땡땡이치고, 교제비 삥땅 이런거.
김이진 : 김창기 선생님이 좋아하셨나요? 앨범 갖다 드리니까
김민규 : 뭐 별로 그렇게 자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투로 얘기하시는데. 내버려두면 듣지도 않는데 하면서 겸손해 하셨어요. 속으로는 뿌듯해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냥 그 느낌이 제가 가니까 좋아 하시더라구요. 워낙 바쁜데도 말이예요.
김이진 : <뱀파이어는 이렇다 말했다> 처음 시도한 초저음은 공연에서 목소리 어떻게 해요?
김민규 : 똑같이 해요. (무슨 소리냐는 식의 오만한 말투)
김이진 : (그럴 리가) 평소에도 잘나와요?
김민규 : (흥) 잘 안되긴 하는데 잘 하려고요.
김이진 : 아이디어 계기가 있을거 같아요. 영화 보셨나요.
김민규 : 이거는 되게 옛날에 델리 합주곡 할 때 했었어요. 늘 잘 안되어가지고 아웃. 5집 때도 했었는데 안되고 이번에 겨우겨우 앨범에 들어간거예요. 이 곡은 거의 2000년 초기에 만든거 같아요.
김이진 : 패자부활전으로 올라온 곡이네요.
김민규 : 그렇죠. 멤버들도 별로 안좋아하고. (웃음) 뭐야 이거. 왜 이래. 노래를 해. 여기서도 바로 끈다. 모두가 싫어한다니까.
(거짓말처럼 카페에서도 뱀파이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매정하게 중단시켜버리고)
김이진 : (모두들 웃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뱀파이어 같은 곡 보면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계속 있는거 같아요.
김민규 : 예. 그래서 아마 이런게 섞여 있으니까. 곡 스타일이 혼재해 있는거 같아요. 사실 델리할 때 이것저것 하기가 쉽지 않은게 멤버들이 함께 하는 거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우겨서 할 수는 없고. 집에서 혼자 궁리를 많이 해요.
김이진 : 근데 이 곡은 사람들이 목소리 못 알아듣더라구요.
김민규 : (웃음) 여자 목소리라고.
김이진 : 이미 몇 번이나 당했을 텐데. 공연장에서 확인이 되겠죠. 노래 연습 많이 했나봐요? 득음을.
김민규 : (푸흐흡) 델리 5집 때 공연 많이 한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김이진 : <Orange>는 앰프 얘기죠?
김민규 : 네. 그 앰프를 써서 만들었기 때문에. 처음에 사용했는데 뭔가가 막 떠올라서..
김이진 : 잘 어울리는거 같아요. 스위트피가 앰프보고 연상하는 것, 그런 작업이 스위트피답다는.
김민규 : (수줍)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고맙죠.
김이진 : 마이 앤트 메리의 <강릉에서> 리메이크한 건 좀 의외였어요. 가요는 두 곡인데. 하나는 향수이고 하나는 최근 곡인데..
김민규 : 일단은 두 가지가 있었어요. 하나는 노래 자체가 좋았던 것. 또 하나는 그런거 있잖아요. 트리뷰트는 대 선배만 해야 된다는 고정된 생각이 있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믿어요. 저보다 어리고 저거해도 그만큼 해줘야 될 대상은 해야된다고, 좋은 곡이고 더 많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도 포함되구요. 외국 같은 경우는 그런게 많더라구요. 정말 후배 밴드인데 그 노래를 대선배가 다시 해보기도 하고, 좋아보였어요 전. 그런 의미도 있고요. 노래 자체가 가사의 내용이..
김이진 : 처음이 아닌게 뭘까. 물어봐야지 그랬는데.
김민규 : (웃음) 강릉 앞 바다에서 소주 한잔을 함직한. 스토리가 나올 거 같은 그 내용이 저는 막 뭉게뭉게 연상작용이 되면서... 노래가 좋아요.
김이진 : 해맑게 부르시잖아요. 마이 앤트 메리는 아닌데..
김민규 : 원곡은 신나잖아요.
김이진 : (콕) 신나게는 안되잖아요.
김민규 : (푹) 안되죠.
김이진 : 일러스트 때문에 13번 곡이 숨어 있는거 같아요. 판 잘 팔리고 있지 않나요?
김민규 : 그럭저럭. (여유로운 미소로 보아..)
김이진 : 스위트피 1집까지는 델리 스파이스 팬이 팬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확대된 듯한 느낌이예요. 어때요.
김민규 : 예. 지금은 다른거 같아요. 예전에는 그 안에 있는 부분집합이었는데 교집합이 된거 같아요.
김이진 : 홍보도 좀 많이 하고.
김민규 : 예. 공연 많이 하고. 그렇다고 안하던거 막 하는거는 아니고..
김이진 : (끄덕) 하던 대로. 근데 언니노래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예뻐지는거 같아요. 비결이 있나요.
김민규 : 시간이..글쎄요. 시간을 먹으면서. (막 수줍어하심) 왜 그런지는 저야 모르죠.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건 좋은거죠. 생명력이 있다는 얘기니까. 일단은 가상의 얘기든, 내 이야기든 간에 제가 진실하게 말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가상이면 정말 진짜인 것처럼. 왜 그러냐면 없는 감정을 노래한 적은 없으니까. 사랑 노래가 없는 것도 내가 그런 마음이 없는데 유희열 가사처럼..니가 뭘 해도 상처 안받고. 난 그런게 아니니까 예수님도 아니고. 그런 가사 쓰면 거짓을 부르는 것처럼 어렵지만 그런 가사는 없으니까.
김이진 : 개인 앨범인데 사랑노래도 없고 어떡하나요.
김민규 : 그게 되게 힘든거 같아요. 사랑노래가.
김이진 : 8집까지 낸 중년 뮤지션인데도?
김민규 : <고백>이 최초잖아요.
김이진 : 사람들이 열심히 남자 a 여자 a 공식 만들면서 그 곡 풀이하던데요.
김민규 : 자기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여지를 주는게 좋은거 같아요. 결론을 내는 것보다. 사랑이란거 아직 잘 모르니까 아직 더 겪어봐야 하는거 같아요.
김이진 : (바라보며) 과정에 있는 노래를 할 수도..
김민규 : 아...(머뭇머뭇)
김이진 : (문득) 공포영화 좋아하잖아요. 왜 좋아요?
김민규 : 늘 발상이 재미 있는거 같아요. 발상이 자유롭고. 또 그런 뭐랄까 어설픈 표현이 흥미로워요. 너무 A급 말고 저건 이렇게 했을 거야 그걸 발견 하는 것도 재미있고. 언젠가부터는 공포영화 보는게 무섭다는 생각이 안들었어요. 저건 영화지, 현실에 더 한게 얼마나 많은데.
김이진 : 공포영화 좋아하는거 보면 영화에서 벌어지는 상황보다 더한 그 무언가가 있는게 아닐까 늘 생각했어요.
김민규 : 어떤 사람들이랑 보면 무섭다고 그러는데, 에이 뭐, 여기 다시 한번 봐. 다시 돌려서 보여주고. (웃음) 영화보느라 책도 안보고 만화책도 안보고.
김이진 : (이럴 때가 아니지) 공연은 어디서 해요?
김민규 : 대학로 45번가에서 열흘 간 해요. 이 달 6일부터 16일까지예요. 소극장에서 제 얘기도 하고 노래도 들려주고, 그런 소박한 분위기의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김이진 : 기대가 팍팍! 되는데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공연장에서 또 뵐께요.
인터뷰하면서 느꼈지만 너무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어서 놀랍고, 좋았다. 덕분에 수첩에 적어간 질문들은 펼쳐 볼 생각도 안했다. 정작 묻고 싶은 것, 응당 질문이 나왔어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이 빠져 있다. 가령 밴드 활동과 개인 활동은 어떻게 다른가요? 앞으로 음악활동 계획은 어떤가요? 음악해서 행복해요? 영화음악 해볼 생각은 없나요? 이런 질문들 휴우~ 그리고 신비감 깨는 발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 역시 현재의 스위트피 마음의 지도니까 즐겁게 ^^
사랑노래는 언제쯤 진하게 들어볼 수 있을까. 저주스러운 사랑노래라면 근사하게 뽑아낼 것만 같은데. 사랑노래에서 공포영화로 질문이 넘어가는 부분이 재미나다. 공포영화를 좋아할 수 있는, 즐길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순간적으로 생각했고 그러한 밑바탕이 사랑과도 연결고리가 있다고 느낀 모양이다.
<강릉에서> 리메이크한 얘기는 뜨끔했다. 나 역시 그러한 일반적인 틀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 곡은 사실 유명한 곡도 아닌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 쉽게 굳어 있을 수 있는 부분이 아직까지 부드럽게 열려 있는걸 보면 얼핏 연약해 뵈는 뮤지션 김민규의 드러나지 않는 강인함이고, 변별력이고 자신만의 가치인 것 같다.
백문이 불여일견. 앨범 들어보시라, 공연장에 직접 가서 즐겨보시라! 감성 120% 충전한 스위트피의 음악을 듣다보면 5월이 달라질 테니까.
인터뷰 진행/ 정리 : 김이진
편집 : 김기선
2004.05.12
첫댓글 kiss kiss kiss 노래 정말 좋은데~ㅋㅋ
아,,,델리스파이스였군요,,노래 정말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