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낯설음>
익숙한 낯설음이란 단어를 듣고 나서 머릿속에서 어떤 하나가 떠올랐다. 나에게 익숙한 낯설음은 장소와 많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익숙한 낯설음을 느낀 적은 열 번 이상일 것이다. 정확히 몇 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러번 느낀 익숙한 낯설음에서 가장 크게 느낀 익숙한 낯설음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마치고 졸업을 기다리며 놀고 있던 내가 갑자기 부모님에게 예전에 살았던 집을 다시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고 말했던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때 내가 왜 예전에 살았던 집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추억과 얼마나 변했을 지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밤 늦게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시간대에 부모님과 함께 예전에 살았던 집을 한번 씩 찾아가 봤다. 예전에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갈 때 지나갔던 문구사와 다리, 거리 등을 다시 기억하면서 천천히 지나갔다.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기억과 일치하다고 느끼면서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 난 집이 어딘지 찾을 수 없었다. 어두운 밤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많이 바뀌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디 있는지는 바로 알 수 없었다. 결국 부모님이 찾아주셨다. 예전에 살았던 집은 낡았었고 내가 여기서 살았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설었지만 어딘가 익숙한 곳도 많았다. 집 열쇠가 없어서 담장을 넘어간 흔적도 있었고, 문에 남긴 흔적도 있었다. 적어도 나에겐 예전 살던 집은 익숙하지만 낯설고, 낯설지만 익숙한 장소이다.
첫댓글 사물, 또는 장소에 대한 기억은 경험한 그 상황에서도 각자의 이해 정도나 사건 등으로 말미암아 "있는 그대로" 새겨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회상할 때마다 조금씩 보정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돌아가서 지금 그 상황을 떠올리면서 경험하게 되는 사물, 또는 장소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때의 인식이 잘못된 것도, 지금의 인식이 올바른 것도 아니랍니다.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또한 이런 것이지요.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을 통해서, 인식과 기억, 그리고 사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이렇게 끌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