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유홍준님이 추천하는 시, 시인 김남극 의 '은행나무꽃'

[실크로드마담]

밭가 은행나무 아래
새벽에 나가보니
눈물 같은 꽃 떨어져 있다

은행나무꽃 본 이 없다
밤에 꽃 피었다가
밤에 꽃 진다

누가 오지의 슬픔을 아랴
자정 넘어 혼자 울다
혼자 잠드니
김남극 '은행나무꽃' 전문 (시집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 2008, 문학동네)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

김남극

문학동네 2008.01.16

생각해 보니 나도 '은행나무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최근에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 모퉁이에서 예쁘고 둥근 열매들을 잔뜩 매달고 있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맞아, 저 푸른 열매가 달리기 전의 과정을 나는 잊고 지냈다. 

'눈물 같은 꽃'이여. 김남극 같은 산골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보았을까. '오지의 슬픔'과 '자정 넘어 혼자 울다/ 혼자 잠드'는 그 외롭고 적막하고 쓸쓸하던 밤들을. 이 망측하고 요란한 도시인들은 절대로 알지 못하는 밤들을.  유홍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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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유홍준님이 추천하는 시, 시인 김남극 의 '은행나무꽃' (::문학동네::) |작성자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