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이 심상찮다.
사람이 없다. 도시는 어둡다. 썰렁하기 그지 없다. 도심이 공동화되고 있다. 아니 벌써 공동화되었다.
지난날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없었을 때는 모든 쇼핑의 중심이 도심상권과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10여 년 전만 해도 마산의 도심상권은 의류와 신발을 비롯한 공산품 판매 전국 랭킹 1위를 15년 이상을 차지해 왔다. 이때 사라진 사람들이 지금 백화점과 대형매장에 있다.
그리고 휴일 도심은 더 썰렁하다. 모두 외곽으로 나가버린다. 도심에 문화가 없다. 동네상권과 차별화할 수 있는 도심의 문화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유일한 문화공간인 극장은 모두 사라지고 문화광장과 도심공원 같은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볼거리가 없다. 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영주차장 역시 한 곳도 없다. 시민이 도심을 외면하는 이유이다. 시민들이 도심으로 와야 할 명분이 사라졌다. 모두들 백화점으로 대형마트로 쇼핑을 간다.
여기에는 상인들의 책임도 크다. 지난날 잘나가던 시절, 문만 열어 놓으면 장사가 되던 시절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바가지와 불친절의 연속이다. 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친절이라는 새로운 마케팅에 적응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고도 손님이 없다고 불평한다.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서 손님만 오기를 기다린다. 상인 스스로 자구적 노력이 앞서고 노력할 때 손님은 꾸준하게 도심상권을 찾아올 것이다.
시나 의회도 관심이 없다. 도심이 공동화되면서 도심을 에워싼 주택의 사람들도 떠나간다. 젊은 사람들은 더 좋은 주거환경과 더 좋은 학군이 있는 곳으로 떠나간다. 시는 도심을 외면하고 외곽발전에만 심혈을 기울인다. 사람도 따라간다. 주거와 함께 새로운 상권과 학군이 생겨난다.
도심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낡은 주택과 떠나지 못하는 어르신들 그리고 하루수입에 의존해 사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집단촌으로 변해 가고 있다. 지자체가 다른 주거단지를 개발할 때 또 다른 상권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거기에 대형마트와 군집된 상권들이 주거지역 주변으로 생겨난다. 이런 행태들은 도심의 기존상권을 위축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공동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된다.
창원 역시 도심공동화의 진통을 겪고 있다.
상남지구를 개발하면서 중앙동 일대와 용호동 상권이 위축 내지 초토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거기에 시티세븐 건축으로 말미암은 주변상권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컨벤션센터와 풀만호텔 그리고 운동장까지, 그리하여 명서로터리 부근이 고층빌딩 공사로 분주하다. 이렇게 되면 상남지구도 위태해진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상남지구는 도심놀이공원으로 개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상권을 무너뜨리지 않고, 시민이 외곽과 시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휴식관광단지로서의 기능을 부여했더라면 좀 더 나은 결과를 가져 오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무분별한 주거개발과 상권확충은 기존의 상권들을 유지하기 힘들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 지금부터라도 개발할 때 도시 전체를 보는 혜안이 필요할 때이다. 마산은 특히 도심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계획을 새로이 수립해야 한다.
도심을 중심으로 주거단지를 배치하고, 근린녹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도로를 새로운 틀에서 건설하여 교통의 혁신을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도심상권은 일본 긴자나 신주쿠 거리처럼 도심재생을 통해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상권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미 일본은 유수 백화점을 제외하고는 사양산업에 접어들었다. 이유는 도심에 브랜드 사옥들이 들어서면서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 브랜드들이 직영매장을 운영함으로 인해서 백화점에 입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인들이 자구적인 노력을 한다고는 하나 그 지역을 맡은 지도자의 발상 전환과 미래적 사고 의지와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 도시의 장래는 어둡기만 할 것이다. 그리되면 그 도시에 사는 시민으로부터 원망은 물론이요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떠나가게 할 것이다.
/이승일(마산 오동동 상인연합회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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