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금, 설탕으로 범벅된 음식이 난무하는 세상 그것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중동호떡과 꽈배기
맛있다는 기준은 너와 내가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지방, 소금, 설탕이 첨가된 음식에서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낀다. 자극은 자극을 낳기에 지방, 소금, 설탕의 함량은 갈수록 증가되고 있다.
식품산업은 이 세가지 성분으로 손쉽게 사람들의 미각을 조종하고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지방, 소금, 설탕의 노예는 곧 현대인들이라는 사실이다. 거대 식품회사들은 이 사실을 꿰뚫고 있다. 자꾸만 지방, 소금, 설탕의 함량을 높이고 있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함량만 높인다고 맛이 증가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의 미각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함량에서는 맛이 아니라, 느끼함과 괴로움을 가지게 된다. 당신이 만든 음식이 맛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가. 그렇다면 맛의 영역과 느끼함이나 괴로움의 영역, 이 경계선에 최대한 접근해야 하고 그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된다면 당신의 음식은 찬사를 부르게 된다. 물론 나는 요리를 할 때 식품회사들이 사람들의 미각을 조종하기 위해서 기를 쓰고 찾아내려고 하는 그 경계선에 의지하지 않는다. 그 경계선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부족한 부분은 좋은 식재료에서 메우면 되기 때문이다.
지방, 소금, 설탕은 거대 식품회사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요즘은 작은 식당들조차 지방, 소금, 설탕으로 우리들의 미각을 현혹하고 있다. 지방이 많아지고, 달아지고, 짜지는 게 외식업의 경향이다. 이런 음식이 난무할수록 최소한의 양념으로 재료의 맛을 살리고자 하는 의식 있는 요리는 설자리를 잃게 된다. 사람들이 맛을 좇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부족한 실력을 손쉽게 커버하기 위해 지방 , 소금, 설탕을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그렇기에 맛객은 볶아내는 반찬 비중이 높고, 염도나 당도가 과도하게 첨가된 음식은 그리 인정하지 않는다. 또 하나 사람들의 미각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는 게 산미이다. 식초가 많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음식은 무침이다. 무침은 양념의 절묘한 배합으로 맛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 배합능력이 없는 사람도 설탕과 식초만 과하게 넣으면 맛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는다. 새콤달콤은 무침을 먹고서 가장 많이 하는 표현이다. 새콤달콤한 맛이 무침의 진짜 맛으로 안다면 우리의 미각이 저들의 계략에 넘어갔다는 방증이다. 지금부터라도 무침을 먹을 때 새콤달콤에 포커스를 맞추지 말자. 대신 양념배함에 집중해보자. 무침은 여러 가지 양념이 어우러진 가운데 맛이 깃든 음식이니까.
며칠전 군산에 다녀왔다.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서 들른 곳은 호떡집이었다. 일반적인 호떡은 기름에 볶는다. 심지어는 기름에 푹 담궈서 튀기듯 내놓는 곳도 있다. 앞서 얘기한대로 지방은 사람들의 미각을 조종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중동호떡은 달랐다. 공갈빵처럼 구워내 표면에는 지방이 묻어있지 않았다. 소스 역시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단 호떡과는 달리 편안한 감미였다. 시대는 자극적인 음식의 경연장인데 독야청청 담백한 호떡이라니.
중동호떡의 1대 사장이 중국인에게 배운 반죽기술에 자신만의 소스를 개발한 게 오늘에 이르고 있다. 비록 화려하지 않고 자극적인 단맛은 아니어서 젊은 층에 어필할지 의문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나처럼 중동호떡을 먹으면서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는 못난 음식으로 계속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일출옥에서 아욱국으로 아침을 먹고 나서는데 꽈배기를 파는 노점상이 보인다. 평소 길거리 음식에 별 관심을 두지 않지만 이날은 왜 그랬을까. 다가가서 시식용 꽈배기를 맛봤다. 신선한 기름향내로 보아 만든 지 오래되지 않았다. 새 기름이거나 관리를 잘 했으리라. 까만 잡티가 거의 묻지 않는 걸 봐서다. 기름 축축하게 먹은 말랑말랑한 꽈배기가 아니라 빠삭하게 부셔지는 꽈배기다. 설탕범벅 꽈배기가 아니라 은은한 단맛 감지되는 꽈배기다. 먹을수록 고소함이 남는다.
아내는 집에서 꽈배기를 만들고 남자는 판매를 한다. 여기 저기 이동하면서 판매한다고 하니 다시 만나기도 쉽지 않을 터. 오늘 아침 글을 쓰기 위해 커피 한 잔 책상에 놓았다. 꽈배기를 입에 물었다. 별 것 아니게 보이지만 계속 손이 간다. 꽈배기를 보니 서글서글한 눈매의 남자의 인상이 떠오른다. 남자의 인상과 소박한 꽈배기는 서로 닮았다. 그것은 순수함이 아닐까 싶다. 순수함은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꽈배기 역시 군산의 못난(?) 음식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못난 음식이 좋다. |
출처: 맛있는 인생 원문보기 글쓴이: 맛객